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래 아태평화위)'는 19일 새벽 전 통일부 장관인 '김대중평화센터' 임동원 이사에게 통지문을 보내왔다.
이 통지문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께서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망소식이 보도되는 즉시 자신의 존함으로 된 조전을 보내시고 특사 조의방문단을 파견하도록 해주셨다"며 "김 위원장께서 보내시는 화환을 특사 조의방문단이 가지고 갈 것"이라고 적혀있었다.
아태평화위는 "조문단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 비서, 부장을 비롯한 5명 정도로 구성될 것"이라며 "서해직항로를 이용한다"고 밝혔다.
아태평화위는 이어 "방문 날짜는 장례식 전으로 하되 유가족 측의 의향을 따르겠다"며 "체류 일정은 당일로 하며 필요하면 1박2일로 할 수 있다"고 덧붙였었다.
북한은 고 김 전 대통령의 조문 약속을 지켰다.
북한 특사 조의방문단은 북한노동당 중앙위원회 김기남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 최고위급 6명으로 구성하여 21일 오후 3시 서해직항로를 통해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김포공항에는 통일부 홍양호 차관과 통일부 장관을 지냈던 김대중 평화센터 정세현 부이사장이 정부 당국자가 아닌 장의위원 자격으로 북한 특사 조의방문단을 영접했다.
북한 특사 조의방문단은 입국수속을 마친 뒤 홍 차관과 정 부이사장과 함께 국회에 마련된 고 김 전 대통령의 빈소로 이동했다.
오후 3시 53분에 김기남 비서 등 북한 특사 조의방문단이 국회빈소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김기남 비서는 법무부 황희철 차관이 맞이하자 "환영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다. 이어 박지원 의원이 "박지원입니다"라고 하자 김기남 비서는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이재정 전 장관, 박계동 국회사무총장, 정세현, 송영길, 박진, 장상 의원 등이 맞이했다.
앞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화를 통일부 직원들이 들기로 결정하고 통일부 직원들이 북한 특사 조의방문단 앞에서 조화를 들고 빈소 앞으로 나갔다.
북한에서 직접 들고 온 김 국방위원장의 조화 앞세우고 북한 특사 조의방문단이 빈소 앞으로 나서자 연도에 조문객들 함성과 함께 박수로 맞이했다.
김기남 비서가 대표 분향을 하고 북한 특사 조의방문단은 애도묵념을 올렸다. 김 국방위원장의 조화에는 '고 김대중 대통령을 추모하며 김정일'이라고 씌여있었다.
북한 특사 조의방문단은 조문을 마치고 난 뒤 박지원 의원의 소개로 유족 상주인 고 김 전 대통령의 아들 홍일, 홍업과 일일이 손을 잡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북한 특사 조의방문단은 상주측에 있던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민주당 한명숙 상임고문, 정동영 의원 등과 인사를 했다.
정 대표가 김기남 비서에게 "김 대통령께서는 돌아가시면서도 남북대화 재개를 희망했다"라고 말하자 김기남 비서는 "예"라고만 답했다.
한 상임고문은 "지난번 노무현 대통령 서거시 북측이 조선중앙통신으로 조의를 표해주셔서 감사한다"고 말했고 정동영 의원은 "잘 왔다. 4년만에 봤다. 내일 아침에 봅시다"라고 말했다.
김기남 비서는 방명록에 "정의와 량심을 지켜 민족 앞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모하며" - 특사조의방문단 김기남이라고 적었다.
김기남 비서가 방명록 기록하려 할 때 조문객 중 한 명이 "기남이 형 힘내세요"라고 소리치며 환영했다.
박계동 사무총장이 조문을 마친 북한 특사 조의방문단에게 김형오 국회의장의 환담요청을 하자 흔쾌히 동의하고 국회 3층 의장실로 향했다.
민주당 통일전문위원은 고 김 전 대통령의 일기인 '김대중 마지막 일기-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 소책자 2권을 북한 특사 조의방문단에게 전달해달라고 통일부에 전달했다.
김 국회의장과 환담을 마치고 나온 김기남 비서는 "서울방문 소감이 어떠십니까"라는 기자질문에 "좋습니다"라고 웃으며 답했다.
이어 김기남 비서는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 5층에 위치한 김 전 대통령 집무실을 찾아 이희호 여사에게 김 국방위원장의 조전 원본을 집적 전달하고 애도와 함께 조의를 표했다.
김기남 비서는 조서를 읽은 뒤 "김 위원장이 김 전 대통령의 서거라는 비보를 접하고 심심한 애도의 뜻을 유가족에게 표하라고 했다"며 "역사적인 6월 15일 정상간 만남을 회고하면서 김 전 대통령께서 생전에 민족을 위해 많은 일을 하셨다고 언급하고, 유가족이 잘 이어나가시길 바란다고 했다"고 전했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여러 나라에서 조문단이 오겠지만 남보다 먼저 가서 직접 애도를 표하라고 했다"며 "사절단도 급을 높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여사는 김 국방위원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오늘의 만남이 남북대화가 계속될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며 "한민족이 서로 사랑하고, 돕고 협력하는 일이 새롭게 전개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은 세상을 떠났지만, 민족화해와 통일이 실현된다면 지하에서도 대단히 기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기남 비서는 "남측 인사와 누구라도 만나겠다"면서 "여러 사람이 만나자고 남측에서 요청을 하고 있고, 우리도 그럴 준비를 하고 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지 남과 북의 당국자 사이에 회담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통일전선부 김양건 부장과 통일부 현인택 장관과의 회담이 추진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김기남 비서가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할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북측 조문단이 공식적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친서를 가지고 왔다거나 만나자고 통보한 사실이 없다"며 "만약 이 대통령이 북측 조문단을 만난다면 투명하고 당당하게 만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북측에서 아무런 이야기가 없는데 만나자고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북측의 요청이 있으면 만날 수 있겠지만 청와대가 아닌 통일부 차원의 접촉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특사 조의방문단의 고 김 전 대통령의 조문 소식을 신속히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기남 노동당 비서를 단장으로 하는 특사 조의 방문단이 김정일 위원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전에 보낸 화환을 정중히 진정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특사 조의방문단이 평양을 출발한 사실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전한 데 이어 조문 사실도 한 시간여 만에 신속히 보도했다.
이와는 별도로 라이트코리아 등 보수단체들은 북한 특사 조의방문단이 이동하는 길목마다 조문 반대 기습시위 및 극렬 시위를 벌였다. 특히, 국회 빈소를 기습적으로 들어가려는 보수단체와 경찰과의 심한 몸싸움을 벌이다. 4명이 연행됐고, 특사 조의방문단의 숙소인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 앞에서 인공기를 불태우는 등 극렬한 시위를 벌였다.
“4년 전 그때만 해도 분위기가 괜찮았다”<국회의장실 환담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