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국민연금 개선책이 더 내고 덜 내는 방식으로 바뀌고 보험료를 강제징수하고 맞벌이 부부의 1인 연금 수령 등에 대해 국민들은 비난을 퍼붓고 있다. 성난 가입자들을 달래는 데 급급했을 뿐 ‘땜질’식 처방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하지는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수익률이 개인연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게 돼 있고 노후보장을 위해 유익한 사회보험이라고 떠들어대지만, 경기불황에 ‘세금’처럼 거둬들이는 국민연금을 20년 후에 받게 될 지도 의심스럽고, 강제 징수까지 일삼는 연금공단의 만행(?)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노후보장 불안
국민연금의 기본기능은 '노후보장'에 있지만, 사실상 노후를 대책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과 연금 고갈에 대한 우려로 제때 연금을 탈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
국민연금은 국가가 운영하는 사회보험제도로서, 기본기능은 ‘노후보장’에 있다. 소득이 있을 때 보험료를 내다가 60세가 되면 일정액의 연금을 받게 되는데, 실제적으로는 노후대책에는 미흡하다. 국민연금을 추가로 가입이 불가능하고 기초 생계비 정도의 비용만 보전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강제보험인데다 보장수준도 미약해 실상 국민의 대다수는 ‘용돈’수준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연금보험공단에 따르면 올해 연금수령자는 모두 138만여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60세 이상은 1110만명. 60세 이상 노인가구 312만 가구 가운데 100만 가구가 국민연금을 타고 있고 현재 이들에게 지급되는 월 연금금액은 평균 19만원인데, 이 돈만 갖고는 노후대책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또 현재 우리나라 생산활동인구의 평균소득은 약 145만원으로 20년간 가입후 60세 이후 매월 받는 연금액은 현재가치로 약 42만원 정도다. 물가상승 만큼 연금액이 늘어난다지만, 부부 2인의 최저생계비인 60만9,000원에도 못미치는 연금을 타게 된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개정안은 보험료를 소득의 9%에서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15%까지 높이며 연금지급액은 소득의 60%에서 50%로 줄이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현재의 2047년 재원고갈이 2070년으로 연장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하지만 여기엔 한국사회가 급속도로 고령화 사회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했다. 인구고령화로 연금 탈 사람은 크게 늘어나는데 연금 낼 가입자들은 줄어들고 있어 불안감은 더 커지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5세 이상 65세 미만의 생산활동인구 10명당 부양해야 할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04년 1.21명에서 2020년 2.13명, 2050년 6.25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됐다. 지금 같은 추세대로라면 그나마 받기로 예정된 노후연금도 받지 못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생산인구 수는 줄어들고 고령인구가 늘어나면서 후세대 주머니에서 재원을 메꾸려는 정부의 시도는 실패할 수 있다.
연금고갈 우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민영보험사나 은행 공동의 개인연금보다 두 배 가량 높다는 점을 들어 국민연금 가입의 필요성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개인연금의 수익률은 5,06%인데 반해, 국민연금의 경우 8.35%~ 11.22% 정도로 추정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처럼 높은 수익률을 정부가 약속했기 때문에 언제 재원이 고갈될지 모르는 일이고 공무원 연금이나 군인연금에 비해 매우 낮다는 데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 보험료율이 공무원 연금의 17%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15%(2008년까지 인상됐을 때) 라지만 노후보장을 위한 연금액은 3분의1 수준에도 못미치고 있다. 이같이 많은 연금액을 지급하면서도 공무원 연금은 적자분 3,800억원을 메우기 위해 최근 정부로부터 1149억원을 지원받은 것도 국민연금과 형평성 논란을 부르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극심한 경기불황과 실업난으로 생활하기도 빠듯한데 수만원에 달하는 연금을 내야 하는 현실이다. 국민들은 당장 생활이 어려워 먼 미래의 노후까지 걱정할 여유가 없으니 그동안 낸 돈을 돌려달라는 ‘반환일시금’에 관한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는 ‘강제가입’이라는 국민연금의 기본틀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에 이 제도를 손댈 계획은 없다. 만일 그렇게 되면 너도 나도 돈을 빼갈게 뻔하고 연금의 도입취지가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월급쟁이만 ‘봉’
정부가 내놓은 선책은 유리지갑을 가진 월급쟁이의 숨통을 더욱 조인다. 자영업자에게 징수완화 초지를 확대함에 따라 국민연금 재정은 부실해질 것이고 모든 부담은 월급쟁이 몫으로 전가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벌이가 훨씬 좋은 자영업자의 경우 영세업자이기 때문에 국보험료를 안내고 보험료를 내긴 해도 큰 벌이에 비해 보험료가 적은 것을 보면 억울해진다.
특히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간 형평성 공방은 국민연금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메뉴다. 지난 4월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는 모두 1717만1,000명이다. 이가운데 직장가입자가 712만1,000명, 지역가입자는 987만9,000명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직장 대 지역 비율이 보통 9대1 정도인데 우리는 4대6으로 지역가입자가 더 많다. 게다가 지역가입자의 절반(48.4%)는 납부예외자다. 실직이나 휴직자 사업중단자 기초생활 곤란자 주소불명자 등이 이에 속하는데 이들은 연금 사각지대에 있다.
지역가입자 가운데 자영업자에 대한 소득파악률은 28.6%에 불과해 지역가입자들의 상당수가 실제 소득보다 낮춰 신고하고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직장가입자들에게 전가된다.
지난해 9월 300만여명이 소득을 실제보다 크게 줄여서 신고, 국민연금 보험료를 덜 낸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 중 116만명은 60%미만으로 신고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의 축소신고는 터무니없고 결국 고소득자가 보험료를 적게 낸 만큼 직장인들이 그 몫까지 부담해야 한다. 1999년부터 도시 자영업자에게 국민연금이 확대된 후 가진 자의 축소신고는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직장인 소득은 31% 올랐지만 소득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는 자영업자 소득은 17%밖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돼 있다.
홍경희 기자 metell@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