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 동안 남쪽의 아버지를 기다려온 북녘의 자녀 3명은 26일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휠체어를 탄 아버지가 멀리서 나타나자 앞다퉈 달려가 무릎을 꿇었다.
북쪽의 큰 아들 윤승선(69) 씨와 큰 딸 옥선(67) 씨, 작은딸 규환(64) 씨는 "아버지"를 외치며 한 명씩 절을 올렸다.
승선 씨는 "아버지! 아버지! 저 알아보시겠어요. 저예요"라고 외쳤다.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아버지 윤기달(89) 씨는 자녀들을 천천히 둘러보더니 금세 눈물을 떨궜다.
개성이 고향인 윤기달 씨는 1·4후퇴 때 세 자녀와 아내를 두고 혼자 남으로 내려온 것을 떠올리는 듯 "이 어린 자식들을 두고, 내가 이 대가를 어떻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남한 아버지와 북한 자녀들은 손을 부여잡고 한참을 울었다.
둘째 딸 옥선 씨가 손을 너무 꼭 잡아서 아버지 손에 피까지 흐르자 놀란 적십자사 관계자들이 달려왔지만 큰 상처는 아니었다.
두 달 전 큰 수술을 받았다는 윤기달 씨는 "내가 너희들을 보려고 지금까지 살아 있었나 보다"며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했다.
윤 씨는 자식들과 함께 북에 남겨졌던 아내의 소식을 물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어머니는 아버지만 기다리다가 65년에 갑자기 쓰러져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자 고개를 떨구고 통곡했다.
북측 자녀들은 자신들의 아들, 딸, 사위, 손자 등과 함께 찍은 가족 사진을 보여주며 아버지를 위로했다.
자녀들은 "국가에서 아파트를 무상으로 지어줘 잘 살고 있다"는 말도 했다.
북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장남 승선 씨는 "나라 분단의 고통이 이렇게 참혹하다"며 "곧 통일이 될 것이니, 그 때 아버지를 모시고 함께 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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