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시절로 돌아간 국군포로 이쾌석 씨 형제
27일 금강산 온정각 광장에서 이뤄질 예정이던 2일차 야외상봉은 쌀쌀하고 흐린 날씨 때문에 실내에서 하자는 북측 제의에 따라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열렸다.
분위기는 포근했고 첫날인 26일 단체상봉 때 감돌았던 어색함도 느낄 수 없었다.
국군포로인 형 이쾌석(79) 씨와 남한의 동생 정호(76) 씨는 어릴 적 모습으로 되돌아간 듯 했다.
이쾌석 씨가 이정호씨와 어깨동무를 한 뒤 얼굴을 툭 치니까 이정호 씨는 "나도 이제 다 컸다. 얼굴 치지 말라"며 웃었다. 이쾌석 씨는 "동생 얼굴이 옛날이랑 똑같다"고 했다.
22년 전 납북된 동진호 선원 진영호(49)씨의 남측 누나 진곡순(56) 씨는 "가족끼리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야 한다"며 자신이 만들어온 한복을 입고 북측 동생과 '상봉 사진'을 남겼다.
또 다른 동진호 선원 노성호(48)씨도 남측 누나 노순호(50)씨와 어깨동무를 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남한의 이복동생 석관준(52) 씨는 북측 형 석하준(62) 씨의 마른 팔을 어루만지며 "왜 이렇게 허약해. 말라서 어떡해"라고 하자 북측 형은 "나도 건강하다"며 동생을 달랬다.
석관준 씨는 계속 형의 손을 놓지 않고 "형님 손이나 실컷 만져봐야지"라며 기약없는 이별을 준비했다. 낙상으로 귀환한 아내 걱정에 상봉 불참
북측의 조카들을 만나러 행사에 참여했다가 이날 오전 금강산호텔 계단에서 다쳐 남측으로 귀환한 유재복(75) 할머니의 남편인 임재실(82) 할아버지가 이날 오후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단체 상봉행사에 불참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할아버지께서 '나도 내려가 봐야 하는 것 아닌가'하고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며 "정신적으로 좀 힘들어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순이 넘은 임만엽(91) 할머니도 몸이 지쳐 참석하지 못했다.
아들인 문사훈 씨는 "오전에 개별 상봉 때도 북측 누님이 고향 얘기하는 것을 못 알아들으셨다"면서 "어머님이 점심 때 코를 골고 주무시고 계셔서 호텔에 얘기해 놓고 왔다"고 말했다.
문사훈 씨는 "인천에서 속초 올라올 때도 세 차례나 토했는데 2박3일 일정이 체력적으로 힘든 것 같다"면서 "상봉일정도 체력과 나이를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산가족들은 "건강을 위하여" 또는 "오래 사세요"를 외치며 건배했다.
한편 이날 면회소 상봉장에는 사과탄산단물, 복숭아탄산단물, 캔 커피, 신덕샘물, 카스테라, 엿, 빵, 코코아사탕 등 북측이 준비한 다과가 준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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