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1년, 한국경제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각 경제지표에서 ‘청신호’를 보내고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이 경제성장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회복속도가 남다른 것으로 드러나면서 앞으로도 이같은 추세를 이어나갈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아직도 ‘겨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성장률 전망치 상승 ‘통일’
지난해 말 미네르바가 올해 주가가 500 대폭락과 집값 반토막을 예고해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주가하락의 지속으로 펀드가 반토막나고 집값이 떨어져 급매가 속출했었으니, 설마 속에 혹시~라는 불안감이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2009년 9월,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주가는 연일 고공행진 속에 1700을 바라보고 있고 집값은 금융위기 이전 상태, 또는 그 이상 상승하고 있다. 한국이 빠른 속도로 경기회복 국면에 진입하면서 정부와 민간,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상향조정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0%에서 -1.5%로 상향조정했고, 최근 경제회복 속도에 힘입어 -0%대 성장률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4%에서 -1.6%로 상향한 뒤 아직 공식적인 추가 조정은 하지 않았으나 이보다는 훨씬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하반기에도 우리 경제가 플러스 성장을 이어갈 수 잇을 것”이라며 “지난 몇 달간 정보를 보면 올해 성장률이 지난 7월 경제전망을 낼 당시의 전망치 -1.6%보다 높은 쪽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향후 전망치를 밝게 내다봤다.
국책연구기관인 KDI도 경제 성장률을 -2.3%에서 -0.7%로 대폭 상향조정했다. 국제기구 의견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4.0%에서 7월 -3.0%, 8월 -1.8%로 4개월 만에 2.2%포인트나 높여 눈길을 끌었다.
민간기구의 분석은 더욱 긍정적이다. 스탠더드차타드와 바클레이즈캐피탈이 -2.5%에서 -1.2%로, 모건스탠리는 -1.8%에서 -0.5%로, SK증권은 -1.4%에서 -0.8%로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높였다. 최근 들어서는 더욱 과감해졌다. 노무라증권은 8월말 -1.0%에서 0%로, 다이와증권은 지난 1일 보고서에서 -1.0%에서 0.1%로 플러스 전환시켰다. 유럽계 투자은행인 크레디트 스위스(CS)도 지난 4일 올해 0.2%의 성장률을 점쳤다.
출구전략은 ‘시기상조’
이처럼 한국의 경제성장률의 기대치가 높아지는 배경에는 빠른 경제회복을 나타내는 경제지표가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광공업 생산은 10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됐고 서비스업 생산도 4월부터 플러스를 이어가고 있다. 우려했던 소비재판매액도 5월부터 증가세를 보이면서 민간 소비의 회복세도 만연해지고 있다.
세계경기와 맞물려 있는 수출은 8월에도 여전히 20%가 넘는 감소율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일본 수출은 감소세가 둔화되고 있다. 8월 대미수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3.1%로 반년 만에 -20%대를 벗어났다. 지난 1분기 -29.1%까지 추락했던 자본재 수입 감소율도 지난 6월부터는 -10%대로 호전되면서 투자가 되살아날 것을 예고했다.
빠른 회복세에 힘입어 일각에선 세계경제 회복을 대비해 출구전략을 대비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소리도 나온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G20에 참석 출구전략 대비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고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등 연내 출구전략 논의가 본격화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시행시기를 두고선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상당수 차지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은 회의에서 “세계경제 회복 기대감이 다소 높아지고 있으나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세계경제 회복이 지연되고 환율효과도 떨어지는 상황이어서 수출 회복이 늦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욱이 최근 들어 투자와 소비 회복세가 주춤하고 있고 정부의 재정지출 여력도 크지 않은 가운데, 서민경제에 직결되는 중소기업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어서 내수회복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았다.
경제여건이 좋아지고 있지만 경제위기의 그늘이 사라진 건 아니다. 우선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구조상 글로벌 경제의 흔들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 재연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자본 유출입의 변동성도 계속 커지고 있어 단기 외채와 외화건전성에 대한 논란도 잠재돼 있다.
서민 체감경기 ‘최악’
무엇보다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여전히 겨울을 지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경제지표의 청신호에 따라 경기가 회복 수순이라고 보고 있지만 서민들에게 머나먼 얘기일 뿐이다. 서민들이 느끼는 경제적 고통의 정도를 측정하는 ‘생활경제고통지수’는 지난해 초부터 급상승, 지난 5월을 정점으로 최근 소폭 떨어지는 양상이지만 여전히 외환위기 이후 ‘최악’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과거 평균인 ‘0’을 넘어서더니 최근 신용카드 사태 이후 극심한 내수불황을 겪었던 2004년 중반께보다 서민들의 경제적 고통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생활과 밀접한 식료품과 전셋값 등이 폭등하고 고용사정이 어려운 가운데 임금마저 체불, 또는 하락하고 있는 것이 요인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분기부터 하락해 올 7~8월엔 1.9%까지 떨어졌는데도 서민생활에 필수적인 식료품 물가는 6.2%나 올랐다. 특히 올 상반기 식료품 물가는 10.6%나 상승, 3.3%에 그친 소비자 물가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전셋값 상승은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살림을 고통스럽게 한다. 서민들이 주로 거주하는 소형주택의 전셋값은 대형 전세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8월 대형주택(43평 이상)의 전셋값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0.1% 하락한 반면 소형주택(29평 미만)의 전셋값은 0.6% 상승했다.
고용사정도 마찬가지다. 지난 7월 공식 실업률은 3.8%였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실업률은 8.8%로 두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올 1~7월 공식 실업자수가 93만명에 이른다. 여기에 알바와 같은 주 18시간 미만의 ‘단시간 근로자’ 97만명,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아예 구직을 포기한 ‘구직단념자’ 16만명 까지 포함한 체감실업자수는 206만명으로 추산된다.
임금도 지난해 말부터 3분기째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6.2%였던 임금상승률은 4분기 -2.1%, 올 1분기 -1.9%, 2분기에는 -1.6%를 기록했다. 노동수요보다 노동공급이 늘어나면서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명목임금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가파른 경기회복 속도에 견줘 향후엔 완만할 가능성이 높아 서민들의 경제적 고통이 크게 줄어들기는 어려울 전망이어서 대안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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