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던 울산 YWCA가 분주해지고 있었다.
1층에 마련된 다문화사랑 카페인 '레인보우 카페'가 오픈 하는 날. 멋진 바리스타 복장으로 분주하게 손님들을 맞는 7명의 이주여성들은 능숙하게 주문을 받고, 척척 커피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몽골에서는 대학 졸업하고 일을 했었지만 결혼하고는 그동안 일을 하고 싶어도 애들을 키우느라, 또 마땅하게 할 일이 없었는데…. 이제 이 카페에 취직이 된 거예요. 커피도 만들고, 돈도 벌고, 너무 신나요."
2004년 1월 결혼 후 몽골에서 한국으로 온 에르드네(한국명 이현아 29세) 씨는 그동안 6살과 3살짜리 딸아이들을 키우고, 한국생활에 적응하느라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을 참고 지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결혼 후 지난 8월, 오랜만에 몽골의 친정을 찾은 에르드네 씨에게 남편의 전화 한통은 그녀를 바로 한국으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남편이 전화를 했어요.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커피 바리스타 교육도 시켜주고, 일자리도 소개해준다는 거예요. 그길로 바로 집으로 돌아왔지요." 우리는 레인보우 카페의 어엿한 바리스타
올해 1월 한국국적을 취득한 이현아(에르드네)씨를 비롯해 레인보우 카페에서 일하는 이주여성들은 원혜주(베트남 22세), 사롬 스레이 놋(캄보디아 22세), 누엔 티녹자우(베트남 22세), 웬티지우(베트남 24세), 레티튀황(베트남 22세), 보티김황(베트남 22세)씨 등 모두 7명.
이들은 대부분 아이들을 키우느라 일을 하고 싶어도 일을 하지 못하던 상황에서 직업훈련을 마치고, 여성부가 추진한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사업'의 지원으로 이곳 카페에 취업을 하게 됐다.
여성부는 올해 추경예산 4억여원을 투입해 울산지역뿐만 아니라 베트남과 중국출신의 결혼이민 여성이 많이 거주하는 경남지역에 결혼이민여성을 대상으로 손재주가 뛰어난 여성의 재능을 살린 의류수선, 포크아트 일자리를 지원하는 등 전국의 10여곳 110명의 결혼이민여성들의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 사업은 여성부가 취약계층 여성을 대상으로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올해 8월부터 12월까지 한국 YWCA연합회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회서비스 일자리사업'의 하나이다.
사회서비스 일자리사업으로 취업을 하게 되는 결혼이민 여성들은 아이들을 돌보면서 일을 하기 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레인보우 카페도 하루 3교대로 돌아가면서 일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12월까지 하루 5시간의 인건비가 지원된다.
한국 YWCA연합회 최정은 팀장은 "한국 YWCA는 지난 2007년부터 롯데홈쇼핑과 함께 결혼이민여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었다"면서 "이번에 여성부가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사업'을 진행하면서 결혼 이민여성들을 위한 취업 교육과 일자리 제공이 함께 지원되는 좋은 기회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최 팀장은 "이번 기회를 통해서 앞으로 교육을 마친 교육생들이 커피전문점 등 지역사회에 직접 채용될 수 있도록 취업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서비스 일자리 사업 통해 얻게 된 '자신감'
사회서비스 일자리창출 사업을 통해 취업을 하게 된 결혼 이민 여성들은 이방인으로 여겨지던 자신들이 이제 한국 사회의 한 일원으로써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게 됐다. 이렇게 이들이 자신의 일을 하기까지는 가족들의 응원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카페의 매니저를 맡고 있는 전미란 씨는 "결혼 이민여성들은 가족, 특히 남편의 지지가 없으면 일을 하지 못 할 수도 있는데, 이번 바리스타 교육에서는 사전에 남편들이 참여하는 가족모임을 가져 부인들이 받게 될 교육내용과 취업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을 상세하게 설명을 하고 나니 남편들이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결혼 이민여성들이 일자리를 찾았다지만, 아직은 서툰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적응이 쉽지만은 않을 듯 싶었다. 이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이 이들과 함께 교대로 일하면서 세세하게 직업인으로서의 자세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사회서비스 일자리 사업을 통해서 레인보우 카페에서 일을 찾고, 10월에 있을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을 위한 준비도 게을리 하지 않는 7명의 결혼 이민여성들. 이번 사업이 이들뿐만 아니라 취업을 원하는 많은 결혼 이민여성들에게 직업인의 생활을 통해 행복한 가족, 행복한 이웃과의 관계, 그리고 지역사회와 나아가 진정한 한국인임을 보여주는 디딤돌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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