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언니!" "희경아, 나 언니야!"
리혜경(75.여) 씨가 이산가족 면회소에 들어서자 남측에서 온 리혜경 씨의 가족인 김유중(100) 할머니와 이황복(77.여), 이희경(72.여), 이경희(62.여), 이도성(58) 씨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58년만의 만남이다.
상봉 전부터 눈물을 흘리느라 눈이 벌겋게 충혈된 이희경 씨가 "언니, 언니"하고 부르자 리혜경 씨는 "희경아, 나 언니야"라며 잰걸음으로 달려온다. 이들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부둥켜안은 채 흐느꼈다.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울기를 3분. 먼저 말을 꺼낸 것은 리혜경 씨였다.
리혜경 씨가 "엄마 건강하세요? 내 말 들려요?"라고 묻자 1, 2차 상봉행사 통틀어 최고령자인 김유중 할머니는 말없이 눈물을 훔쳤다. 리혜경 씨는 우는 어머니의 모습이 안쓰러운지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며 "엄마 울지 마세요"라고 위로했다.
간신히 눈물을 그친 김유중 할머니에게 58년만에 딸을 만난 소감을 묻자 "말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며 "오래 사니 딸도 만나고.."라고 나지막이 답했다.
리혜경 씨는 전쟁 중이던 1951년 북한으로 넘어간 뒤 의대를 나와 위생 보건의로 일했으며 남편은 북한 모 대학 학장을 지내는 등 북측의 지도층 인사로 알려졌다. "한시도 잊지 못했습니다."
59년만에 한자리에 모인 4형제는 손을 꼭 잡은 채 연방 눈물을 훔쳐댔다.
1950년 6월 25일, 육군사관학교 졸업반이던 하태용(81) 씨는 휴일 외출을 나갔다 전쟁이 발발하는 바람에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
하태수(74), 하태호(69), 하태선(66)씨 등 동생들은 시내 폭격으로 한강다리가 끊기고 강에는 시체가 떠다닌다는 풍문을 듣고 행방불명된 형도 숨진 것으로 짐작했다.
7년 전 유명을 달리한 어머니는 돌아가실 때까지 해마다 현충원에서 형 제사를 지냈다.
그렇게 죽은 줄만 알았던 형이 남측의 동생들을 찾았다는 소식에 가족은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고 한다.
북에서 결혼도 하고, 자식들도 다 키워 결혼시켰다는 하태용 씨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소식을 듣고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하태수 씨는 "형 떠나고, 전쟁 중에 큰형도 행방불명돼 이번에 연락 온 게 처음에는 큰형인 줄 알았다"며 "작은형이 살아있는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은 형제 세 명은 아직까지 충북 제천에 모두 모여 산다"고 하자 하태용 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한시도 잊지 못했다"고 했다.
상봉 첫날 이들 형제는 한시가 아쉬운지 연방 시계를 바라보며 꼭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정운찬 국회 통과했나"
이산가족 상봉행사 진행을 위해 나온 북측 관계자들은 국회의 정운찬 총리 인준문제에 대해 관심을 나타내는 모습이었다.
북측 한 관계자는 남측 기자들에게 "우리가 봐도 정운찬 총리가 대답을 잘 못하더라. 국회 통과가 됐느냐"고 물었고, 다른 관계자는 이귀남 법무장관 후보자와 백희영 여성부장관 후보자와 관련해 "통과가 되는 것이냐"며 궁금증을 나타냈다.
이들은 남측언론이 이산가족 상봉을 어느 정도 비중으로 보도하고 있는지에 대해 묻기도 했다. 북한 취재진도 뜨거운 취재열기
약 2년만에 재개된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북한 취재진들도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조선신보 등 20여명의 북측 취재진들은 29일 단체상봉이 시작되자 테이블을 돌아다니면서 남측 가족들을 상대로 '헤어진 지 얼마나 됐느냐', '만나면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시냐', '상봉소식을 들은 뒤 어떤 느낌이었느냐' 등을 물었다.
1차 상봉행사의 첫날인 지난 26일부터 취재하고 있다는 조선중앙통신의 한 기자는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관련, "우리나라에만 있는 일"이라며 "여러 번 봤지만 볼 때마다 애절한 것은 똑같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남북의 기자들이 따로 만나자고 제안하는 등 남측 취재진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한편 북측 취재단 중에는 상봉장을 분주하게 돌아다니면서 사진촬영을 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 소속 여기자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남측 기자들이 이 기자에게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대한 소감을 묻자 미소를 지으며 "가족이 우선이지, 저한테 물어서 뭐하시게요"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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