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캠퍼스 시절부터 악동 친구사이인 벤(마크 더플라스)과 앤드류(조슈아 레오나드). 세월이 흘러 벤은 결혼한 반면, 앤드류는 여전히 방랑의 세월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앤드류가 벤의 집으로 갑자기 찾아가면서 한바탕 소동이 시작되는데. 뜬금없이 아마추어 포르노 콘테스트에 나가면 어떨까라는 말이 빌미가 되어 포르노를 찍기로 결심한 두 친구.
게이가 아닌 이성애자 남성끼리 성행위 한다면 '성의 예술성'을 한층 승화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황당한 이유 때문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알코올도 한 몫하고 그 날 밤 파티의 업(up)된 분위기도 일조했다.
다음날 술이 깨고 나서 정상(?)으로 돌아 온 두 친구. 허나 영화 찍자는 계획을 없던 일로 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다. 쇠뿔도 단숨에 뽑듯이 착착 일이 진행되는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벤의 아내 안나(알리시아 델모어)가 자신들의 영화 촬영 건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 걱정스러운 것이다. 과연 그녀는 허락해 줄까. (중략)
이 영화에는 야한 장면도 없고 보기 민망한 장면도 등장하지 않는다. 관객의 폭소를 자아내는 말의 성찬으로 가득 찰뿐이다. 분명히 벤과 앤드류는 게이가 아닌 이성애자 친구 사이이다. 더욱이 예전에 단 한 차례도 동성끼리 성행위를 해본 적도 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마치 지금 결행하지 않으면 평생을 두고 후회할 것처럼 행동한다. 왜 그랬을까?
우스꽝스러운 분위기로 파묻힐 수도 있는 중요한 두 장면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는 벤이 안나에게 포르노 촬영을 허락해 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인데, 여기서 그는 아내에게 다짐을 두고 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결코 친구인 앤드류에게 성적인 감정을 느끼지 않아. 그렇지만 막연히 호기심만 가진 채 평생을 두고두고 후회할 바에야 한번 만 이라도 그 기분을 느껴보고 싶어. "
<그림1> 다음으로 남편의 진심어린 부탁에 대한 안나의 답변이다. 그녀는 결혼 전에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동성과 처음으로 성행위를 했는데 기분이 아주 좋았다는 경험담을 털어 놓았다.
물론 그 이후로는 동성 섹스는 결코 하지 않았지만, 남편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안나. 이렇게 볼 때, 벤과 앤드류가 동성 간 성행위를 하고 이를 촬영하려는 것은 호기심 이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두 친구의 시도는 실패한다. 도저히 필(feel)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원초적인 본능이건 혹은 예술적 포르노영화라는 특정 목적이건 간에, 일단 섹스를 하기 위해선 발기가 돼야 한다. 그런데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멀거니 쳐다보기만 할 뿐 좀처럼 몸이 따라 주지 않는다. 결국 서로 웃으며 자신들이 바보 같다는 싱거운 멘트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2009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을 수상했다는 언급을 하지 않더라도, 이 영화는 감칠맛 나는 대사와 세련된 연출력으로 이번 서울충무로 국제영화제에서 단연 화제가 된 작품이다.
특히 처음에는 웃음을 그 다음에는 성적 정체성에 관한 진지한 물음을 관객에게 던지는 <험프데이>. 이 영화를 보면서 새삼 느끼는 것은 미국이 유럽 국가들에 비해 동성애에 대해서 보수적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다.
한때 네덜란드와 덴마크를 비롯한 유럽의 국가들이 동성애자 결혼을 허용하는 추세로 진행됐을 때, 미국은 서둘러 "결혼은 남성과 여성의 법적인 결합이다" 라는 법조항을 새로이 신설했다.
물론 2009년 현재 미국은 이 법조항을 제정한 1996년 때와는 사뭇 다르지만, 전반적인 사회분위기는 아직도 보수적이다. 그리고 그걸 행동으로 보여준 이가 벤과 앤드류이다. 애걸하다시피 아내에게 허락을 구했으면서도 결국은 성공(?)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이성애자이면서 마음에 우러나는 동성 간의 성행위가 과연 가능할까 아니면 영화가 부여하는 단순한 상상의 산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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