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포털사이트 시장 진출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포털서비스를 해온 ‘다음’과 ‘야후’ ‘네이버’ 등이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는 KT의 자회사인 KTH(KT Hitel)이 한미르를 인수하고, 하이텔과 통합한 ‘파란’을 서비스하면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더욱이 오는 1일부터는 연예와 스포츠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각종 스포츠신문과 독점계약하면서 벤처로 출발한 기존 업체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KTH, 포털사이트엔 왜 갔나
KT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진출한 것은 인터넷 전송기술이 모뎀에서 광케이블로 바뀌고 KTH의 손실이 불어나면서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KTH는 광케이블이 정착되던 2000년에는 94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얻었지만, 2001년 123억원 2002년 156억원 지난해 178억원 등 3년여에 걸쳐 460여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이 주된 요인으로 풀이된다. 적자를 거듭하던 KHT의 자산도 2000년(2,616억원) 이후 크게 감소해 지난해 말 2,106억원으로 4년만에 24.22%가 줄어들 정도로 재정이 악화됐다.
여기에 포털사이트 업체들이 이메일과 홈페이지 제작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반면, 매달 이용료를 꼬박꼬박 받고 있었던 상태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자체 판단도 한 몫 한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KTF와 KT를 연결 종합 컨덴츠사업으로 그룹을 확장시키겠다는 그룹내의 의지도 어느정도 작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KTH 관계자는 “지난 1999년 코스닥 등록을 하며 모아둔 자금이 2,000억원 가량 된다”면서 “광케이블이 들어오고 인터넷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계속되는 손실로 1,300억원 정도만 남아있어 이번 포탈사이트에 진출하는 것은 회사로서는 마지막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KT는 영화·음악 등의 소스를 고객들에게 보급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라며 “그 가운데 포털사이트는 첫 번째 단계이며 상당히 중용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진출 전면전 불가피
KT의 포털사이트 시장진출로 기존 사이트 업체들과 전면전이 불가피하다.
KTH가 운영하는 파란은 스포츠지에만 연간 60억원을 투자, 스포츠서울과 일간스포츠 등 5개 스포츠지가 생산하는 스포츠·연예·오락 기사를 독점 공급키로 하면서 기존 업체들과 전면전에 돌입한 것이다. 스포츠지에 실려 있는 스포츠와 연예 기사가 포털업체의 외형을 결정하는 방문자수와 ‘페이지 뷰(열람건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포털사이트 관계자는 “스포츠지와 관련된 독자가 약 20∼30%가량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특히 연예분야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SKT 계열사인 SK커뮤니케이션이 ‘싸이질’이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미니 홈페이지 서비스 ‘싸이월드’와 일반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네이트 닷컴’이 지난 6월 중순 페이지 뷰 기준으로 38억원의 매출을 올려 국내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섰다.
대기업의 진출을 계기로 벤처기업과의 전면전이 서막을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네이버의 관계자는 이와 관련 “벤처가 열심히 닦아놓은 시장을 대기업이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불쾌감을 내비쳤다.
KTH 관계자는 “올해 포털사이트 오픈과 함께 업계 5위내로 진입이 1차적인 목표”라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오는 2006년에는 선두 주자로 나서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 관계자는 또 “KTH는 이미 1990년대 하이텔이라는 PC통신으로 국내 인터넷시장을 개척했다”며 “포털사이트에 진출하는 것은 PC통신의 살라지는 시점에서 당연한 변화”라고 강조했다.
연예·스포츠 정보 어떻게 다루나
이 같은 대기업의 진출로 네이버 다음 야후 등 선두권을 형성했던 기업들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 7월17일과 18일 KTH의 파란을 방문한 네티즌은 각각 77만명과 58만명에 그쳐 전체 웹사이트 순위에서 20위, 24위에 그쳤지만, 스포츠지와 본격적인 독점이 시작되는 1일부터는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그 중에서도 연예관련 기사는 스포츠지만의 특징을 그대로 살려낼 수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대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해 기존 정보제공업체에 양과 질을 높이는 것으로 가닥을 잡는 형편이다.
다음의 경우 ‘미디어 다음’이라는 부서가 있지만, 인원이 10여명 안팎에 불과해 연예쪽으로 돌리기에는 자신들이 갖고 있던 정보의 내용과 상당한 거리가 있어 고심중이다.
다음 관계자는 “파란의 등장으로 포털업계에 어느 정도 변화가 일어나기는 하겠지만, 스포츠지와의 계약이 9월까지로 돼 있어 두고 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스포츠 기사는 종합일간지와 경제지 등 대부분의 언론사가 다루고 있어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연예부분 강화를 위해 그동안 정보를 제공해주던 케이블 TV와 각종 연예정보 회사들에서 더욱 많은 양과 질 높은 기사를 보내주겠다고 밝혀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 붙였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자체 뉴스생산을 하지 않는 만 큼 스포츠 기사는 연합뉴스를 강화하는 한편, 인터넷 뉴스 공유사이트 등과의 협의를 통해 적절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종명 기자 skc113@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