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털린 역설이란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이 정체되는 현상으로, 소득이 어느 정도 높아지면 행복도가 높아지지만, 일정 시점이 지나면 행복도는 증가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소득이 높다고 해서 행복한 건 아니라는 가설이다. 이스털린은 가난한 나라에서 국민의 행복 지수가 높고, 부자 나라에서는 행복 지수가 낮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가난한 나라는 모두 가난하기에 박탈감이나 양극화로 인한 불행감을 느끼는 비교의식이 약하다는 의미이다. 반면에 부자 나라는 국민의 빈부격차가 너무 심해서 박탈감과 불행감을 자주 느낀다는 의미이다.
이스털린 역설에 의하면 행복감은 비교의식의 결과물이라는 의미이다. ‘내’가 ‘남’과 비교해서 조금 더 고통지수가 낮다면, 행복감을 느낀다는 의미이다. 이런 행복감은 상대적 비교의식에서 생기는 것으로, 자기가 가지고 있는 소유물로 남과 비교해서 더 가졌다는 생각이 들 때 느끼는 감정이며, 일종의 우월감으로 자기가 열등감을 느낄 때는 사라진다. 이렇게 행복감은 누구와 비교해서 더 가졌다는 기준으로 느끼기도 하지만, 자기만족이나 자기 존중 같은 개인 내면의 절대적 행복감도 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비교의식으로 살 수밖에 없다. 비교의식은 어쩔 수 없이 가져야 하는 사회적 삶의 관습이다.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는 한, 혼자 살 수 없고, 집단 내에서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기에, 대다수가 남과 비교당하고 그 결과 상대적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느끼며 살게 된다. 그래서 사람은 사회적 지위나 재산이나 소득 같은 ‘인정 증명서’로 행복감을 느끼려고 하는 존재이다. 사회적으로 인정해주는 인정 거리를 추구하고 소유하며 사는 게 인간일지도 모른다.
사회생활을 하는 한 인간은 행복감과 불행감을 시소처럼 교차하며 산다. 행복감만 계속 느끼거나 불행감만 계속 느끼는 건 아니다. 그 사이에서 인간은 자존감도 느끼고 모멸감도 느끼면서 유연하게 자기 정체성을 만드는 존재이다. 인간이 끊임없이 남과 비교당하면서 산다면 질투와 시기가 만든 분노와 피해의식으로 좌절감의 늪을 벗어날 수 없고, 그러다 죽을 수도 있다. 죽지 않기 위해 남과 비교하지 않는 자기 내면의 절대적 자아를 만들어야 한다.
물질적으로 남보다 더 갖기 위해, 자기 성공을 계속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삶에서는 행복감은 끝없이 지연되거나 상대적이다. 타인과 비교해서 느끼는 상대적 행복감은 간헐적이고 찰나적이라서 사람에게 오래 행복감을 주지 못한다. 다만 남보다 더 잘살기 위해 끝없이 자기 노력을 하게는 하지만, 소득과 소유물 같은 외적 자원이 행복감의 필수 요소는 아니다. 오히려 행복감은 내적인 상태로서 자기 삶에 만족하는 순간에 오는 감정으로 돈으로 살 수 없는 정신적인 능력이다.
사랑할 사람이 있고, 소박하게 미래에 기대할 무엇이 있고, 그 무엇을 사람들이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자기 만족한다면 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매 순간 타인과 비교당하면서 열등하거나 우월하거나 둘 중 하나의 감정을 느끼면서 살아야 한다면 우울증이나 자괴감으로 정신 질환을 앓을 수 있다.
그러니 혼자만의 내면에서는 자기 존중감을 키우며 상대적인 열등감이나 우월감을 초월하는 정신력을 키우는 게 행복해지는 방법이다. 누구의 인정 없이도 자기 삶을 꿋꿋하게 살아내는 게 행복감의 첫 번째 조건이다.
행복은 U 곡선을 띈다는 가설이 있다. U 곡선은 입꼬리가 양쪽으로 올라가는 스마일 곡선이다. 스마일 곡선은 웃는 모습을 나타낸 곡선이다. 어린 시절에는 비교의식이 약해서 행복 곡선이 위에 있고, 한창 일하는 30~50대 시절에는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남과 비교당하기에 행복 곡선이 밑바닥으로 떨어진다. 늙어서는 비교의식이 약해지기에 다시 행복 곡선이 위로 올라간다. 결국 행복 곡선은 남과 자기를 비교하지 않고, 자기 생활을 자족적으로 할 때 위로 올라간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웃으면 행복해진다는 속설이 있다. 웃음은 남과 자기를 비교하지 않는 힘에서 나오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작은 소유물로 만족하는 여유로움에서 나온다. 행복해지려면 자기 마음을 관리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융통성 있게 의사소통하면 된다. 자기를 배려하듯이 타인의 삶을 배려하고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고 타인의 고통과 행복에 공감하는 능력도 행복감의 정신적인 요소이다. 웃음은 물건 같은 소비 품목이 아니고, 마음의 문제이기에 돈으로 살 필요가 없다. 웃음은 마음껏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이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남보다 덜 가졌어도 행복감을 느끼려면, 자기만의 강한 내면을 만들고, 일부러라도 자주 웃고, 타인과 함께하며 공동체의 삶을 살아내면 된다. 마음은 소모되는 물질이 아니기에 무한히 써도 줄지 않는 불굴의 힘이고 자기 마음대로 운전할 수 있는 정신력이다. 자기 앞의 삶이 힘들더라도 마음의 힘으로 웃으면서 시련과 고통을 참아내고, 자기만의 내적 성취감을 키우면 행복감이 커진다. 이러한 내적 행복감은 힘듦과 시련을 이겨내는 마음의 웃음에서 시작된다.
글쓴이=김현희(<명리학그램1.2.3.4> 저자, 시집 <견유주의> 저자)
2016년 <서정문학> 시 부문 신인상
서정문학 작가협회 회원
<한국대표서정시선> 공저자
명리학 칼럼니스트
저서 : <명리학그램 1-작은 인문학> (2019)
<명리학그램 2-사주통변론> (2020)
<명리학그램 3-사주통변술> (2022)
<명리학그램 4-12운성론> (2022)
시집 : <껍질의 시> (2020)
<고수(高手)> (2021)
<견유주의> (2021)
<소식주의>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