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은 다가 오는데 카드사의 주름이 펴지지가 않는다. 수수료의 현실화 문제에서 가맹점들과의 협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9월 초를 기점으로 비씨카드는 수수료를 올리겠다고 하자 이마트는 가맹점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2,600만명이나 되는 회원을 거느린 카드사와 국내 최대의 할인업체가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기(氣)싸움을 하는 통에 소비자의 등이 터지지나 않을까 불안하다.
이러한 싸움이 한 카드사와 가맹점간의 분쟁이 아니라 유통, 통신, 여타 소매업 가맹점들과 다른 모든 카드사들이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대리전 양상에 심각성이 있다.
이번 싸움의 단초는 가맹점단체협의회(가단협)가 수수료인상 실력투쟁을 시작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협의회의 투쟁 논거는 이렇다.
△수수료 현실화는 소비자가격을 인상하게 하고 이는 물가상승과 소비침체로 연결되는 부작용이 있어 반대한다 △카드사의 부실을 가맹점에 전가하는 건 부당하다 △카드사가 구조조정으로 비용절감을 하면 갱생할 수 있다 △원가분석자료 기준시점이 적절하지 않으며, 대손비용은 원가에 포함될 수 없다는 등이다.
카드사측에서는 반론이 있으나 중요한 것은 사태를 빨리 해결하느냐이다. 소비자를 볼모로 밥그릇 싸움을 한다는 비난에 양쪽이 다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수료에 따른 수지상 긴장도에는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마트를 포함한 할인점 매출은 지난 5년간 년 평균 31.3%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에 카드사는 7조 5천억원의 적자를 냈다. 카드사가 그만큼 절박하다.
카드사의 고민은 가맹점과의 협상이 한치도 진전되지 않고 있는데 있다. 가맹점이 협상테이블 대신 장외의 투쟁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그래서 수수료의 원가분석을 다시 할 수도 있다는 후퇴에도 상대는 묵묵부답이라는 하소연이다.
추석대목과 명절에 소비자에게 불편을 주어서는 안 된다. 당사자인 카드사와 가맹점이 직접 머리를 맞대고 타협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업자단체가 나설 일은 더욱 아니다. 시장의 자동조절기능(invisible hand)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이니 만치 시장기능의 작동을 기다리자.
이 문제에 대한 지상(紙上)토론에서의 필자 글을 싣는다. 가단협 논지에 대한 의견일 수 있다.
“수수료인상 철회운동 투쟁을 벌이겠다고 붉은 띠를 두른 가단협의 모습에서 차라리 연민을 느끼게 한다. 분쟁은 당사자간 대화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수수료라는 시장가격을 우격다짐이나 투쟁으로 쟁취하려는 시도는 이성적인 접근이 아니며 외국에서도 전례를 찾을 수 없다. 카드사의 경영부실을 가맹점에 떠넘긴는 가단협의 주장도 실상을 이해하지 못한 오해이다. 기존 부실은 이미 대손으로 회계 처리 됐다. 현실화하려는 수수료는 카드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최저생계비적 수준이다. 수수료의 현실화로 가맹점의 영업이익이 다소간 줄어들 수 있을지 모르지만 카드사에는 생존의 문제이다. 현재의 수수료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출혈인줄 뻔히 알면서도 손해나는 장사를 계속하라고 우기는 것은 혼자만 살겠다는 고집이다.
이번의 논란이 밥그릇 싸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상생의 길을 찾아 대화로 풀어야 한다. 가맹점이 얼굴을 가리고 가단협이란 단체를 내세워 터무니 없는 주장을 할 계재는 아니다. 어렵사리 수수료원가도 공개했으며, 원가분석을 다시 할 수도 있다. 다른 나라의 수수료나 결정방식에서 접점을 찾는 규범도 만들자. 지난 2년반 사이에 카드사 적자는 약 13조원에 이른다.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고 난 후의 손실이다. 밑지는 수수료영업에서 생긴 고사병(枯死病)을 치료하지 않고서는 카드사가 살아남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