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10개 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이에 대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성장동력은 디지털TV/방송 디스플레이 지능형로봇 차세대반도채 등 대부분 바이오와 IT(정보통신) 부분에 중점적으로 이뤄져 있다. 재계와 정부관계부처도 이 같은 산업이 향후 한국의 미래를 이끌 산업으로 보고 심혈을 귀울였다. 그러나 외환위기로 정부의 주력산업에 대한 본격적인 의지표명 시기도 늦고 중국의 급성장, 인력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10년 주기 산업이 바뀐다
1995년 국민소득 1만달러 달성 후 다시 그 자리를 찾아가는데 무려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 기간동안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그동안 우리 경제는 10년을 주기로 주요 생산품목이 바뀌고 있다. 이로 인해 주력품목의 수명은 10년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지난 1960년대 경제에서 선두 역할을 했던 부분은 섬유와 합판, 가발 등 경공업이었다.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에 불과한 상태에서 이들 경공업으로 국가의 기간을 유지해왔다. 이후 새마을운동을 통해 중화학공업(1970년대)을 거쳐 1980년대 자동차와 가전 등 조립가공산업으로 탄탄대로를 달렸다.
1990년대 반도체로 대표되는 IT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컴퓨터와 통신기기 등을 주력으로 최고점을 달렸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찬사를 들을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 우리 경제는 1997년말 외환위기 한파 이후 침체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10년 주기로 바뀌던 산업들도 기존의 업종이 자리를 메우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10대 성장동력을 중점적으로 육성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낙관적이지 않다.
동북아시아 3개국인 한국과 일본 중국 모두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목한 산업이 대부분 겹쳐 세계시장에서 이들과 함께 겨뤄야 한다. 이 싸움에서 뒤질 경우 자칫 성장에 장애를 가져올 수 있어 이에 대한 철저한 대책이 필요하다.
한·중 기술격차 축소
8년동안 한국이 침체기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동안 중국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양국간 기술격차가 급격히 좁아졌다.
과학기술부가 국회 미래전략특위에 보고한 ‘핵심기술, 10대 성장동력 산업 기술수준 비교’자료에 의하면 디지털TV·방송 등 10대 성장동력산업의 미국 기술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한국은 69.8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은 52로 평가됐다. 이는 한국이 미국을 따라잡는데 4.2년 가량이 소요하고 중국이 한국을 따라잡는데는 2.5년이 걸린다는 의미로 한·중간의 기술격차가 좁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중격차가 가장 작은 분야는 차세대전지로 한국이 0.7년에 불과하고, 바이오신약도 1.6년에 불과했다. 그나마 중국에 비해 많이 앞섰다고 할 수 있는 디지털TV·방송도 기술격차가 3.4년에 불과했다. 더욱이 우주항공시대와 관련 핵심 기술력인 한국 46.5 미국 69.2로 오히려 중국에 3.8년 뒤졌다.
특히 IT, BT(생명공학), 신소재 등 미래첨단 기술분야에서 중국이 70% 가량 중복되고 있다.
이와 관련 미래전략특위 관계자는 “중국의 기술발전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는 것이 단적으로 드러났다”며 “중국 기술력에 추월당하지 않으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 지능형로봇 미래차 월등
중국이 무섭게 우리를 뒤쫓아오는 사이 일본은 가전을 앞세워 한 발짝 앞서 나아가고 있다.
일본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7대 신성장산업이라는 내용을 골자로 향후 주력업종을 선정했는데 이 가운데 디스플레이와 차세대 반도체, 지능형 로봇, 미래형 자동차 등 9개가 우리의 차세대 성장동력과 일치하고 있다.
양국이 바라보는 성장동력이 일치하면서 경쟁이 불가피하다. 실제 디스플레이 등의 디지텔 가전분야를 주도하고 있는 양국간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1990대 소위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의 영향이 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일본경제가 장기불황 구름이 걷히면서 성장산업강화에 나서 경합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 가운데 미래형 자동차와 지능형 로봇, 차세대 전지 분야는 양국간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지난 1997년부터 휘발유와 전기를 같이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양산 올 3월말부터 판매해 이미 10만대를 돌파한 상태인데 비해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 오는 2006년은 돼야 양산에 들어갈 수 있다. 또 소니가 개발한 지능형 로봇은 경비용과 청소용 안내원 오락용 등은 이미 시판되는 등 우리와의 기술격차가 더욱 심화돼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빠져 있는 부분이 한국은 차세대 이동통신을 주력산업으로 올려놓은 반면 일본은 환경·에너지관련 기기 서비스와 비즈니스 지원서비스 산업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는 부분이다.
성장동력도 인력난
중·일의 발전이 급격히 이뤄지면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우리 경제계다. 그러나 정부가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지목한 산업 대부분에서 벌써부터 인력난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서상기(한나다랑·비례대표), 법제사법위원회 김재경(한나라당·경남 진주을)의원의 국감자료에 따르면 차세대 10개 성장동력 가운데 6개가 인원부족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오는 2005년까지 IT와 BT NT ST(우주공학) ET(환경공학) CT(문화기술) 등에 필요한 인력은 약 40만8,000여명선이지만, 인력공급이 22만1,000여명에 불과해 18만6,000명이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박사급과 석사급 인력이 올해 각각 3,000여명과 1만4,0000여명이 모자란 상황이다. 더욱이 오는 2010년 이면 고급인력만 5만6,000여명이 모자라 자칫 차질이 우려된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교육부와 유기적 협조로 인력 양성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의 기획과 추진, 평가 등에 대한 세부적인 프로그램이 준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종명 기자 skc113@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