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녹색(Green) 마케팅’이 중요 화두가 되고 있다. 정부의 녹색환경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고 세계적으로 ‘그린’이 환경에 대한 위기의식과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컨셉트를 추구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2000년 이후 미국 특허청에 등록된 그린 관련 상품, 브랜드, 로고 건수는 약 30만 건에 달한다.
미국 환경 관련 신문인 ‘Environmental Leader’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82%가 그린 마케팅을 확대 실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린 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향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 주는 결과다. 하지만 잘못된 접근을 하는 그린 마케팅이 범람하면서 ‘일시적 유행(Fad)’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국내의 경우 환경에 대한 인식 및 제도가 성숙되어 있지 않고, 그린 마케팅 경험이 부족해 역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LG경제연구원은 그린 마케팅을 하는 기업들이 흔히 빠지는 5가지 유혹을 제시했다.
친환경 컨셉에 대한 지나친 집착
그린 마케팅을 실패로 이끄는 가장 강력한 유혹은 친환경 컨셉트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다. 그린 마케팅이 해당 브랜드에 어떤 이득과 위험을 가져올 지 제대로 따져 보지도 않고 무작정 시도하는 것이 ‘그린 홀릭(Greenholic)’이다.
기업의 경영 활동에서 환경에 미치는 유해한 영향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모든 기업이 중점을 두어야 할 방향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린 마케팅은 다르다.
나이키는 지난 2005년 친환경을 컨셉트로 한 ‘Considered’ 제품 라인을 선보였다. 컨셉트에 맞게 공장 근처에서 원재료를 조달하고, 마(麻)와 같은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고, 신발 바닥은 재활용 고무를 사용하는 등의 공을 들였다. 마이클 조던이 상징하는 성능과 디자인을 보고 나이키 제품을 구매한 것이지, 친환경성 때문에 구매하는 고객들이 아니라는 것을 간과했다. 매출은 예상과 달리 기대에 못 미쳤고 결국 출시 1년 만에 철수했다. 쓰라린 경험을 한 나이키는 친환경적인 제품이면서, 성능과 디자인에 맞춘 제품을 선보여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Considered’의 광고 메시지 “성능과 지구, 어느 것도 희생하지 않은 디자인”은 그린 마케팅에 대한 나이키의 고민을 담은 메시지였다.
친환경이 대세라고 해서 모든 브랜드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연구원은 그린 홀릭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사전에 친환경 컨셉트와 해당 브랜드 간의 궁합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즉, 타겟 고객들이 친환경성을 중요하게 고려하는지, 혹은 향후 중요하게 고려할 가능성이 큰지 등 그린 마케팅 도입으로 인한 기대 효과와 위험 요소에 대한 이성적인 분석이 요구된다.
화려한 겉모양 꾸미기에 급급
최근 미국 무역위원회는 3개 기업의 광고 문구 내 ‘자연분해’가 가능하다는 내용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발표해 친환경 광고에 대한 신뢰성 문제를 제기했다. 국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린 마케팅 붐을 타고 수많은 브랜드가 제품 이름, 포장 등을 친환경적인 이미지로 바꾸었지만, 정작 제품의 원료 조달 및 제조 과정에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어느 정도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의심스럽다. 브랜드의 친환경성을 강조하기 위해 겉모양은 그럴 듯하게 치장하지만, 정작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은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비자, 정부, NGO의 감시와 IT 환경으로 인한 빠른 정보 공유로 이런 눈속임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농무부(USDA)는 ‘유기농’이라고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유기농 식품에 대한 인증제도를 도입해 적용하고 있다. 95% 이상 유기농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고 검증될 경우에만 USDA 유기농 마크를 표시할 수 있다. 또한 월마트는 판매되는 모든 제품에 대해 친환경 등급을 매겨 제품의 가격표와 같이 소비자들에게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자신의 활동 중 어느 부분이 환경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알지 못한 채 그린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린 마케팅은 겉포장만 꾸미면 성공할 수 있는 활동이 아니다. 제품의 라이프사이클 전반에 걸쳐 환경 영향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실질적인 개선을 위한 활동을 기반으로 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린=가격 프리미엄’에 대한 환상
기업들이 너도 나도 그린 마케팅에 뛰어드는 이유 중 하나는 그린 마케팅을 통해 가격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친환경 컨셉트로 출시되는 제품에 일반 제품보다 높은 가격표가 붙어 있는 경우를 흔히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고가라면 일부고객들의 관심만 받을 수 있고 일반제품과 비슷한 가격대라면 품질에 대한 신뢰를 얻지 못할 우려가 있다. 미국의 유기농 식품 전문업체인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과 선플라워(Sunflower Farmers Market)를 통해 친환경 제품 가격 책정에 대한 힌트를 얻어 보자. 홀푸드마켓은 일반 식품보다 높은 가격으로, 반면 최근 미국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선플라워는 “진지한 상품을 바보스러운 가격으로(Serious Food...Silly Prices)”라는 컨셉으로 유기농 식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두 업체의 차이점이 단지 ‘가격’이었다면 홀푸드마켓의 입지는 크게 흔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홀푸드마켓은 여전히 건재하다. 홀푸드마켓의 가격 프리미엄은 단지 유기농 식품을 취급한다는 데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유기농 식품에 대한 철저한 품질 관리 및 농무부(USDN)의 인증, 즐거운 쇼핑 경험에 대해 고객들이 그만한 가격 프리미엄을 주는 것이다. 반면 선플라워는 취급 상품수 축소, 공급처와의 직거래, 대량 구매, 점포 인테리어 최소화 등을 통해 낮은 가격으로도 양질의 유기농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2002년 이후 지속적으로 점포수가 늘어나고 있다.
친환경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가격 프리미엄을 보장 받기는 어렵다. 가격 프리미엄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 고객에게 제공되는 가치가 높다는 사실을 가시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린 가전(Green Electronics)과 같이 사용과정상 나타나는 비용 절감 효과를 보여준다든지, 홀푸드와 같이 철저한 품질 관리에 대한 인증을 제시하거나 선플라워와 같이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나름대로의 근거에 대한 설득이 있어야 신뢰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고객의 희생 감수에 대한 기대
100% 전기로만 가는 전기자동차 보다 전기 모터와 내연기관을 모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가 대중적인 보급이 빨랐던 이유는 무엇인가?
전기자동차가 하이브리드 자동차보다 환경친화적인 제품이었지만, 적은 수의 배터리 충전소로 인한 불편, 높은 배터리 가격, 새로운 이용 방법에 대한 적응, 새로운 기술에 대한 불안감 등 소비자가 치러야할 대가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90년대 중반 선보인 전기자동차(BEV)는 이런 제약 여건으로 대중화에 실패했다.
미국의 전기자동차 회사인 Better Place사는 이런 제약 여건을 극복하고자 노력했다. 전기자동차의 모든 악조건을 개선하고 보완했다. 또한 이스라엘, 덴마크 등을 전기 자동차 보급의 시험장(Test Market)으로 삼아 성공 모델을 만듦으로써 새로운 기술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와 같이 고객에게 친환경성에 대한 대가로 희생을 요구하지 않고, 고객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품을 설계하는 것이 친환경 제품을 성공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다.
많은 환경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불편을 감수하면서 자발적으로 친환경 생활을 하도록 변화시키는 것은 어렵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소비자들의 의식 변화보다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를 친환경적으로 개선해서 제공하는 것이 환경 개선을 위한 더 빠른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즉 친환경 생활로 바꾸기 위한 고민을 ‘소비자’가 아닌 ‘기업’이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의미이다.
천편일률적인 식상한 커뮤니케이션
친환경 컨셉트를 추구하는 많은 기업들의 광고는 매우 유사한 점들을 많다. 녹색 바탕의 화면, “친환경” “지구를 위한” 등의 메시지. 친환경 컨셉트를 소구하려는 마케터들에게 이런 식의 요소들은 광고 기획 시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소비자들에게 친환경 이미지로 빠르게 인식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환경 포지션을 노리는 기업이 많아질수록 이러한 식상한(Sick) 커뮤니케이션은 소비자의 기억에 남지 않을 뿐만 아니라 메시지의 모호성 때문에 ‘그린워싱(그럴듯해 보이는 눈속임)’으로 인식될 수 있다.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인식을 심어주고 진정성(Sincerity)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하다.
도요타는 2009년 미국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 3세대를 선보이면서 일반적인 안내책자 대신 새로운 방법으로 메시지를 전달했다. 씨앗이 들어 있는 종이 카드를 배포한 것이다. 그 카드에는 “좋은 생각은 자랍니다, 말 그대로(Good ideas grow, Literally)”라는 메시지와 함께 씨앗을 심고 물을 주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이와 같이 친환경적인 방법을 활용해 도요타는 친환경 자동차라는 컨셉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미국 친환경 생활용품 업체인 세븐스 제너레이션(Seventh Generation)은 각 제품에 들어가는 원료뿐만 아니라 각 원료의 유해성 검사 결과를 공개하는 방법을 택했다.
‘친환경’ ‘그린’ ‘유기농’이라는 메시지를 백 번 외치는 것보다 모든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더욱 효과적으로 소비자 신뢰를 얻을 수 있다.
타겟 고객이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심층적인 이유를 해석하고 활용하는 것도 좋은 그린커뮤니케이션이 될 수 있다. 똑같은 그린 가전도 소비자 마다 구매하는 이유가 다를 수 있다. 에너지 절감 등 경제적 이유, 환경에 대한 의무감, 친환경 소비 스타일에 대한 과시 등이 예이다. 타겟 고객의 심층적인 구매 이유를 파악해 이에 맞는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주 타겟 고객이 경제적인 이유로 그린 세탁기를 구매한다면, 그린 세탁기를 사용함으로써 절약할 수 있는 1년간의 에너지와 물을 금액으로 산출해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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