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4대법안 처리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던 강경파와 온건파의 싸움은 연초 지도부 총사퇴 등 심한 내홍을 거치면서 일단락됐다. 특히 ‘임채정호’를 출범시킨 지난 5일 저녁 문학진 강창일 등 우리당 초선의원 20여명이 서울의 한 식당에 모였다. 이들은 모두 ‘50년대 의원’들로 ‘탈계파’ 문제의식을 공감하고 ‘계파보다 국민과 당을 보자’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이같은 모임 등으로 인해 열린우리당은 노선투쟁이 한동안 수면밑으로 들어가는가 싶었다. 특히나 내분 봉합과정에서 원내대표 후보에 정세균 의원 당 의장감으로 문희상 한명숙 의원 등 온건적 실용주의자들이 부상하면서 노선투쟁의 종말이 오는 듯 했다.
장영달 의원 원내대표 출마그러나 지난 8일 재야 출신 장영달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출마를 선언함으로써 노선투쟁이 재점화 되는 것 같은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장 의원은 “토끼몰이식 파당정치의 음모를 분쇄하기 위해 어떠한 희생을 무릅쓰더라도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 도전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당 의장에 뜻을 뒀던 장 의원은 9일에는 원내대표 경선 출마와 관련 “당이 이렇게 어렵게 될 줄은 몰랐다.”면서 원내대표 출마 뜻을 재천명하고 나섰으며 여기에는 당의 무게중심이 급격하게 강경에서 온건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장 의원의 이번 출마선언은 당선보다는 당내 입지확보쪽에 더욱 무게를 두고 있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기에는 원내대표 합의추대론에 힘을 받고 있는 정세균 의원의 러닝메이트로 재야파 외 친노직계에서 두루 지지를 받고 있는 원혜영 의원이 정책위의장으로 나서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져 장 의원의 당선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그동안 잠잠했던 개혁당 출신 의원과 당원들의 모임인 참여정치연구회(참정연)도 전당대회에 내보낼 후보선정 작업에 들어가 노선 경쟁 분위기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특히 재야파와 개혁당 출신들은 모두 지난해 말 개혁법안 처리에 원론을 피력한 강경파들로 분류되고 있어 연대할 경우 자칫 지난해 말과 같은 치열한 노선경쟁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계파별 국정운영 달라
새해 국정기조에 대해 개혁 강경파들은 “2월 국가보안법 처리 등 개혁입법 처리가 당면과제”라고 하는 반면에 친노계열이나 중도온건파 의원들은 “민생경제와 북핵문제 해결”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이에따라 어느 계파에서 당의장과 원내대표가 나오느냐에 따라 향후 국정운영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지고 있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차기 당권에 대한 향방에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비상대책위원장의 임시체제에 의한 당 운영은 한동안 강경파와 국보법 논란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이는 지난해 말 천정배 원내대표가 국보법 무기연기를 시사한 것과 우연의 일치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와함께 당내 세력분포상 당권파와 친노직계, 중진 등이 포진한 실용파에 비해 수적으로 열세인 강경파가 열린우리당의 실용코드 전환을 바꾸기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많다.
정민철기자 chull@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