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사업의 끝은 어디일까. 각계의 반대운동과 수많은 논란 속에서 공사는 이미 반이나 추진됐는데 아직도 그 험난하고 힘겨운 싸움은 막을 내리지 않았다. 이미 환경은 상당히 훼손됐고 돌이킬 수도 없다. 하지만 기왕 시작했으니 계획대로 밀어부쳐야 한다는 논리도 타당치 않다. 또다시 위기의 기로에 선 새만금 간척사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각계의 입장, 향후 방향에 대해 점검해 본다.
농지조성 현실성 없어
지난 1월17일 ‘새만금 간척사업 재검토 돼야 한다’는 조정권고안을 통해 법원은 우회적으로 환경단체 등의 손을 들어주었다. 조정권고안의 핵심은 새만금 간척지의 용도특정과 개발범위를 먼저 결정하고 환경평가를 거친 뒤 사업을 실시하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새만금 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의 역사라고 할 만한 대규모 사업으로 이같은 국가적 사업을 조급히 서두르다가 제2의 시화호로 만드는 것은 국가적 재앙”이기 때문에 “사업의 규모와 중요성을 감안할 때 문제점을 다시 한 번 검토해 보는 것은 결코 시간낭비가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새만금 간척사업에 불분명한 간척지의 용도와 개발범위, 담수호 조성 실패, 사업의 경제성 등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새만금 사업에 대해 논란의 핵심이 되는 부분은 간척지의 용도다. 당초 새만금 사업의 기본계획은 국토의 확장과 수자원 개발, 농지조성 등이 목적이다. 그러나 농림부와 농업기반공사가 이미 쌀 생산량의 과다 제고, 휴경지 장려 및 보상 등을 실시해 농지조성 목적이 사실상 상실됐다. 국토연구원에서 토지이용계획이 연구되고 있는 상황을 보더라도 새만금 간척지가 농지가 아닌 복합산업단지 등 다른 용도로 전용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여기에 전북도는 복합산업단지 조성을 제안하고 있고 노무현 대통령도 농지목적이 아님을 밝혀 용도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담수호의 수질관리 대책이 미흡하다. 담수호의 수질개선이 달성되지 못할 경우 매립의 목적을 실현할 수 없기 때문에 담수호의 수질관리 대책은 새만금 사업의 매우 중요한 문제다. 실례로 최근 강하구를 막아 담수호를 조성한 시화호, 화홍호가 수질악화 등으로 엄청난 예산만 낭비한 채 사업자체가 무산되거나 유보된 상태다.
경제성 평가 불확실
환경부는 현재 새만금 담수호(3,570만평)는 4급수 농업용수로 개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제시하는 여러 가지 수질개선대책은 실현성이 없거나 대책을 모두 적용해도 수질 기준에 미달할 것으로 환경부는 예측했다. 설령 가능하더라도 수질개선 총 비용 1조4,116억원 중 6,000억원 상당은 재원확보 대책이 불명확하다. 또 먹는 물 개선 투자비용과 대비할 때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투입하는 것은 형평성과 효율성을 상실한 것이라는 비판도 따른다.
사업의 경제성에도 여러 견해차이가 있다. 새만금 사업은 경제성 평가가 전제되는 사업목적과 수질관리 등의 쟁점에 대해 불확실성을 아직 해소하지 못했다. 감사원은 편익과대 계상, 이중 계산 등의 오류를 지적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경제성 평가방법과 평가항목 등 거의 전 범위에 걸쳐 이견을 보이고 있다. 또한 용도가 전북도의 요청대로 복합산업단지로 조성될 경우 초기 예상액인 2조500억원을 훨씬 넘어서는 28조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무엇보다 환경적인 부분을 빼놓을 수 없다. 새만금 갯벌은 우리나라 전체 갯벌의 상당량의 면적을 차지하는 대규모 갯벌로, 대형 하구 생태계를 형성해 종다양성이 높고 풍부한 생체량을 가지고 있는 세계 5개 갯벌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다. 수산물의 생산 및 서식지로서 기능하고 있고 도요.물떼새와 희귀종의 도래지역이다. 또한 오염물질을 정화하고 홍수와 태풍의 피해를 줄이는 기능도 있다.
장기 표류 가능성
새만금 갯벌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기능들은 우리나라가 가입하고 있는 국제환경협약에서 생태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기능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적용할 수 있는 과학적, 객관적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계량화해 평가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갯벌의 가치는 더욱 커질 전망인데, 방조제 완공으로 이런 가치들이 사장되고 다양한 희귀 생태계가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새만금 사업 재검토라는 법원의 권고안에 일단 원고측인 환경단체 등은 ‘적극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농림부는 ‘거부’했다. 해당 전북도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상당부분 공사가 진행된 상태인데 이대로 중단된다면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고,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서라도 새만금 사업은 계획대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사업의 목적이 불가능한데도 거액의 예산을 들여 추진되어 온 국책 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방조제를 완공하여 갯벌을 포함한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은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반론한다.
어느 한 쪽도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에 따라 새만금 사업은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시민단체 내, 전북도 내에서도 이견이 분분하고 정치권에서도 사업의 재검토를 통한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새만금 사업의 향방이 궁금해진다.
홍경희 기자 metell@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