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씨는 “기름 넣을 때마다 근처에 경유 값이 제일 싼 곳이 없는지 두리번거리게 됩니다. 자고일어나면 가격이 뛰니 기름 넣기가 겁이나요. 더구나 경유나 휘발유나 이젠 가격차도 별로 안 나고 세금도 예전에 비해 3배 이상 뛰어오르다 보니 경제적 부담이 너무 커요. 주위에도 나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부쩍 늘었어요”라며 불만을 드러낸다.
실제로 올 들어 서울과 경기지역 주유소에서 판매되고 있는 경유 가격 인상폭은 너무 커졌다. 이에 따라 값이 싼 주요소를 전전하는 ‘떠돌이’ 경유차량 소유자들도 부쩍 늘었고, 불만도 함께 폭증하고 있다.
2000cc급 SUV를 소유한 강씨 역시 기름 값 절약을 위해 주로 900원대 경유를 판매하는 수원지역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있었는데, 강씨의 경우 수원지역 주유소에서 리터당 970원짜리 경유를 탱크에 가득 채울 때는 약 6만5,000원이 나오지만 외근 등의 이유로 리터당 1,098원에 판매되는 서울 시내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어야 할 때는 7만3,577원을 지불해야만 한다.
서울·경기지역 900원대 ‘옛날’
이와 관련 한국석유공사가 지난 1월부터 3월 둘째 주까지 서울과 경기지역 기름 값 변동추이를 조사한 자료를 살펴보면 서울지역 주유소 경유가격은 1월 평균 리터당 987.68원, 2월은 20.35원 인상된 1,008.03원에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지역 주유소에서 판매된 경유가격도 지난 1월 리터당 평균 939.49원, 2월 958.64원을 기록, 1월과 비교해 2월에는 경유가격이 19.15원 올랐다.
3월 들어선 두 지역 모두 인상률이 매주 갱신됐다. 특히 지난 셋째 주에는 경유가격이 900원대인 지역은 모두 사라지고 서울·경기지역 모두 1000원대로 진입, 서울지역은 리터당 평균 1,063.12원, 경기지역은 1,015.10원에 판매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 가격편차 너무 심해
하지만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실제 판매되고 있는 경유가격은 석유공사의 조사보다 더 높게 책정돼 팔리고 있었고 지역편차도 매우 큰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기자가 직접 지난 18일 서울지역 몇 곳과 성남, 수원 등 경기지역 주유소에서 팔리고 있는 경유가격을 살펴본 결과에 따르면 서울 방이동 H주유소가 1,023원, S주유소 1,088원, L주유소 1,082원, 수서지역 S주유소 1,098원 등 작게는 리터당 몇 원에서 크게는 몇 십원씩의 가격차가 있었다.
이런 실정은 경기지역 주유소도 마찬가지였다. 성남시 판교지역 L주유소가 1,060원, 수원시 이의동 L주유소 1,019원에 판매되는 등 지역적으로 리터당 50원이나 가격차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수원시 권선동 H주유소 업주는 “요즘 1만원, 2만원씩 소규모로 기름을 넣는 손님들이 늘고 있어요. 기름 값이 너무 뛰다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죠. 특히 지역에 따라 가격차이가 나는 것도 어쩔 수가 없어요. 우리도 장사를 하려면 가격인상은 불가피하기 때문이죠”라며 “가격이 너무 낮을 경우 기름에 불순물을 첨가하는 등의 편법이 작용될 수 있기 때문에 손님들도 조심해서 주유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해명했다.
차량소유자 부담 더 늘어난다
이에 더해 정부가 지난해 경유가격을 휘발유의 85%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한다는 예고안을 발표했고, 시행이 거의 확실시 될 것으로 보여 경유차량소유자들의 경제적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이러한 인상예고안을 들고 나오자 재정경제부 홈페이지에는 이를 비난하는 항의성 글들이 도배를 하듯 올라와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재경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항의성 글 중 한 네티즌의 글을 보면 “작년에 몇 년 치의 월급을 모아서 경유차를 샀어. 근데 지금 뭐하자는 거야… 국가에선 왜 서민들의 주머니만 털어가려는 정책으로 못살게 구는 건데… 정말 제대로 된 정책을 가지고 국민을 편안하게 해야 되는데 돈은 엉뚱한 정치자금이나 특혜기업에(공적자금)등에 다 소비하고, 제발 국민을 생각하고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펴주기를…”이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생계 유지형 경유승합차 소유자라고 자신을 밝힌 다른 네티즌도 “저소득층이 생계유지를 위해서 움직이는 수많은 용달차와 승합차는 비싸진 경유값으로 어떻게 살아가라는 것인지 답답하고 기가 막힌 일”이라며 “빈부격차는 더욱 커지고 중기사업자들, 영세 상인들의 생활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대안은 없고 서민들은 가만히 앉아서 죽으라는 것인가? 국민을 위해 하는 정치가 이런 정치인지 의문이 간다”며 경유값 인상철회를 호소했다.
재경부측은 이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높지만 경유값 인상은 환경부담금 등 오랜 기간의 연구용역끝에 나온 결과"라고 해명하며 "타당성이 인정되는 만큼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정훈기자/sjh@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