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개봉 최신작을 영화관과 TV에서 동시 개봉하는 'KBS 프리미어'가 화제다. 6주 동안 6편의 작품을 KBS 2TV '토요명화'와 단성사 3관에서 동시 상영하는 이번 기획은 4월 첫째주 '신부와 편견'을 시작으로 '머시니스트' '퍼펙트 크라임'까지 진행되면서 마니아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호황 속에서도 다양성의 빈곤을 겪고 있는 한국 극장가에 대한 고민에서 탄생됐다. 지난 2004년 국내 개봉된 영화 중 한국과 미국 영화가 전체 국적별 점유율에서 95.4%를 차지했다. 예술성과 작품성이 뛰어나거나 실험성이 강한 비헐리우드 작품들은 수입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 지상파 TV 또한 흥행작만 반복 상영하고 있어 문화 편식증을 부채질 해왔다. 'KBS 프리미어'는 이 같은 현실에 대한 공영방송으로서의 반성이자 쇄신이다.
선댄스 영화제 관객상 수상한 덴마크 화제작
어느 영화제에서나 관객상을 수상한 작품은 대체로 흥행성이 보장받는 법이다. 이달 23일 단성사와 KBS 2TV 11시15분에 개봉하는 프리미어 4탄 '브라더스'는 올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덴마크 영화로 프리미어 상영작 중에서도 가장 높은 오락성을 자랑하는 작품이다.
'오픈 하트'로 유명한 수잔 비에르 감독은 특유의 섬세한 여성 감각으로 한 가족의 비극과 고통을 그려낸다. 평화주의자에서 냉혹한 파시스트로 전쟁을 배경으로 한 인간의 광기는 영화에서 흔히 다루어지는 소재지만 '브라더스'는 이 광기가 형제애와 가족이라는 인간관계 사이에서 어떻게 전개되는가에 주목한다. 캐릭터의 감성을 따라가며 세공된 촘촘한 드라마는 관객에게 상당한 흡인력과 감동을 안겨준다.
다정다감한 성격의 미카엘은 아내 사라와 두 딸, 늙은 부모에게도 자상한 남편이자 아버지, 아들이다. 이런 그에게는 교도소까지 들락거리는 삐딱한 동생 야닉마저도 사랑스러울 뿐이다. 야닉이 교도소에서 출소한 직후, 아프가니스탄으로 발령받은 미카엘은 헬기 사고로 사망하고 이 소식을 들은 가족들은 슬픈 현실에 점차 적응해나간다. 흔들리는 가족들을 책임져야겠다는 생각에 엉망이었던 자신의 삶을 다잡아가는 야닉. 그리고 미카엘의 빈 자리를 메워주는 야닉과 사라 사이에는 오묘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은 서로를 향한 사랑이 아니라 바로 미카엘에 대한 두 사람의 사랑이었다. 한편, 아프가니스탄에서 헬기 사고를 당했던 미카엘은 게릴라들에게 발견돼 목숨을 건지지만 살기 위해 원치 않는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또한 어렵게 돌아온 가족의 품에서도 안착하지 못하고 자신이 없는 사이 동생과 아내 사이에 생긴 유대감을 사랑으로 의심하기 시작한다. 끊임없는 죄책감과 의심은 그를 광폭하게 만들고 가족들은 변해버린 미카엘을 바라보며 공포에 떤다.
연기력과 지명도를 갖춘 화려한 배우진
덴마크 영화는 익숙하지 않지만 '브라더스' 속에 나오는 배우들은 모두 어디선가 본 듯하다. 국내 관객들은 덴마크의 스타들인 이 배우들을 이미 헐리우드 영화에서 접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자상한 가족주의자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을 거쳐 180° 변하는 미카엘을 맡은 율리히 톰슨은 덴마크 영화 중 국내 팬에게 비교적 알려진 1998년 '셀레브레이션'에서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크리스찬 역으로 호평을 받았다. '셀레브레이션'으로 외국에서 명성을 얻은 그는 1999년 헐리우드 영화 '007 언리미티드' 첸 카이거 감독의 '킬링 미 소프틀리'에 출연했다. 율리히 톰슨은 인간 본성의 선함과 잔임함과 질투, 그리고 죄책감의 원초적 감성들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미카엘의 아내 사라를 맡은 코니 닐센은 1997년 알 파치노, 키아누 리브스 등과 함께 출연한 '데블스 애드버킷'에서 악마의 딸 크리스타 벨라로 출연해 인상적인 연기력을 선보인 후, 헐리우드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미션 투 마스'에서 팀 로빈스의 아내 닥터 테리 피셔로, '글레디에이터'에서는 러셀 크로우의 연인 루실라 공주로, '스토커'에서는 로빈 윌리엄스의 오랜 관심을 받는 니나 욜킨으로, 존 트라볼타와 함께 출연한 '베이직'에서는 오스본 대위 역으로 출연해 국내 영화팬들에게도 친숙한 얼굴이다. '브라더스'로 그녀는 덴마크 아카데미와 산세바스찬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소중한 형을 잃은 후에야 자신의 자리를 찾기 시작하는 야닉으로 분한 니콜라이 리 카스 또한 주로 덴마크에서 활동했지만 의외로 국내에도 이름과 얼굴이 알려진 배우. 니콜라이는 2003년 '리컨스트럭션'에서 운명적인 사랑에 모든 것을 내던진 매력적인 포토그래퍼 알렉스 역으로 국내에 소개됐고 2004년 부천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정육점의 비밀'을 통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