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지난해보다 평이했던 것으로 여겨졌다. 수학도 다소 평이했지만 국어는 보다 더 쉬워져 대학 입시에서 수학 성적이 높아야 유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의대 증원 규모가 큰 만큼 최상위권에 대해서는 동점자가 속출할 수 있다는 '변별력 실패'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지난 14일 현직 교사인 EBS 강사진과 입시 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이날 치러진 2025학년도 수능은 지난해와 비교해 국어는 다소 쉽고 수학은 다소 엇갈리지만 공통과목 문제보다 선택 '미적분'이 특히 어려웠다는 평이 많았다.
이날 오후 수험생들이 입력한 가채점 결과를 종합하면, EBSi를 기준으로 표준점수 최고점은 지난해 수능보다 국어와 수학이 각각 11점, 3점씩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학원의 경우 국어와 수학 각각 14점, 5점 내려갔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지망 최상위권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정도"라며 "국어와 수학에서 1등급 구간대 학생들 사이에서 동점자가 속출해 만점을 맞아도 경쟁력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국어는 현 수능 체제가 도입된 2022학년도 이래 가장 쉬웠던 직전 9월 모의평가와 가까운 수준이겠다. 9월 시험은 체감 난이도 척도인 '최고 표준점수'가 129점으로 2022학년도 9월(127점) 이후 가장 쉬웠던 시험이었다.
이날 EBS 강사진, 메가스터디, 이투스에듀 등의 평가다.
천안중앙고 교사인 한병훈 EBS 강사는 "올해 6월과 9월 모의평가와 비교하면 6월 모의평가보다는 쉽고 9월에 가깝게 출제됐다고 분석한다"고 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도 "지난해 수능보다는 쉽게, 지난 9월 모의평가와는 유사한 수준으로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6월 모의평가보다 약간 쉽다), 종로학원(지난해 수능보다 다소 쉽다)는 9월 모의평가보다 변별력을 갖췄던 시험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지난해 수능과 6월 모의평가의 최고 표준점수는 각각 150점, 148점이다. 지난해 수능은 현 수능 체제 이래 가장 높아 어려웠고 올해 6월 시험도 그에 버금갔다.
입시업체 가채점 결과, '화법과 작문'은 1등급컷 원점수가 EBSi가 지난해 87점에서 92점으로 5점, 종로학원이 88점에서 94점으로 6점이 각각 상승했다.
'언어와 매체'의 경우 EBSi는 지난해 85점에서 90점으로 5점, 종로학원은 84점에서 92점으로 8점 각각 높아졌다.
이는 선택과목에 따라 지난해 수능보다 올해 문제를 2~4개는 더 맞혀야 1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수학은 EBS 강사진과 전문가들이 엇갈린 관측을 내놨다.
종로학원은 올해 수능 수학이 "지난해 수능보다 다소 쉽지만 기본적 변별력은 유지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의대 등 최상위권 변별력은 다소 하락했다"고 짚었다.
그렇지만 인천하늘고 교사인 심주석 EBS 강사는 "9월 모의평가에 조금 더 가까웠다"며 "9월 시험은 공통과목이 쉬웠던 반면 수능은 공통 문항에서 1~2문제를 미세조정해 상위권과 최상위권까지 변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수능 수학 최고 표준점수는 148점으로 2022학년도 이후 수능 본시험 중엔 가장 높았다. 6월 모의평가는 이보다 더 높아진 152점으로 현 체제 들어 가장 어려웠다. 9월 모의평가는 136점으로 크게 하락해 가장 쉬웠다.
또한 입시 업계에서는 선택과목 '미적분'은 지난해 수능보다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보인다"(메가스터디교육), "비슷하거나 다소 어렵다"(종로학원·유웨이)고 밝혔다.
이 소장은 "확률과 통계와 기하는 지난해와 비슷했는데 미적분은 다소 어려웠다"며 "(문과 지망생이 주로 보는) 확률과 통계와 (이과생이 치는) 미적분 사이 표준점수 차이가 커질 듯 하다"고 했다. 출제본부가 의대 증원을 노리고 '미적분'을 응시한 상위권 수험생들 사이에서 정시 동점자를 줄이는 효과를 거두려 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다.
일단 가채점 결과 '미적분'도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1문제 정도는 더 맞혀야 1등급을 획득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종로학원은 지난해보다 3점 높아진 87점, EBSi는 1점 높아진 85점으로 원점수 1등급컷을 예측했다.
'확률과 통계'는 두 업체 모두 지난해와 1등급컷이 동일했다. 종로학원과 EBSi 각각 94점, 92점으로 추정했다.
수험생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기하'는 종로학원의 1등급컷이 6점 상승한 반면 EBSi는 2점 하락해 다소 엇갈렸다.
절대평가인 영어 1등급은 EBS 강사진은 지난해 수능(4.7%)과 올해 9월 모의평가(10.94%) 사이에서 형성되겠다고 봤다. 대원외고 교사인 김예령 강사는 "9월보다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문제가 여럿 출제됐다"고 했다.
반면 종로학원은 "지난해 수능과 비교할 시 비슷하게 출제됐다"며 "전반적으로 지문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문제들로 출제됐다"고 전혀 다른 기조의 분석을 내놨다.
물론 종로학원을 제외하고 메가스터디교육, 이투스에듀, 대성학원 등 대다수 업체는 "지난해 수능보다 쉽다"고 내다봤지만, 지난해 수능과 9월 모의평가 난이도 사이의 간극이 너무 커서 분명한 전망이 나오지는 않는 모습이다.
올해 수능에서 과학탐구 응시 인원이 대폭 줄어들며 '사탐런(run)'이라는 현상을 낳은 탐구 영역은 지난해 수능보다 전반적으로 어렵게 출제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성학원은 사회탐구 경제만 지난해 수능보다 쉬웠다고 전망했고 나머지 과목은 비슷하거나 어려웠다고 했다. 9월 모의평가보다는 대체로 어렵다고 관측했다.
이투스에듀는 생활과 윤리는 어렵게, 사회·문화는 약간 어렵게, 한국지리는 비슷하게 출제됐다면서 "증가한 사회탐구 수험생을 고려한 출제가 이뤄졌다"고 추정했다.
대성학원과 이투스에듀는 과학탐구 화학Ⅰ는 지난해 수능보다 다소 쉬웠지만 물리학Ⅰ,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 등 상대적으로 인원이 많은 과목은 다소 어렵다고 봤다.
당초 의대 증원과 21년 만 최대 N수생 참여로 풀이 시간을 늘리고 준킬러 문항을 늘려 시험을 까다롭게 냈을 것이라는 다수 입시 전문가들의 관측이 빗나가는 모습이다.
정시에서는 어려울 수록 높아지는 표준점수가 주로 활용되는 만큼, 가채점 결과대로라면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적은 수학의 대입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채점 결과를 봐야 하겠지만 '미적분'을 응시한 소위 '이과생'이 규모가 늘어난 전공자율선택제(무전공) 등 인기 모집단위를 휩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물수능'이라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약 1500명 늘어난 의대 모집인원을 고려하면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대입 과정에서는 '변별력 실패' 논란도 빚어질 수 있다.
'사탐런' 현상에 따라 탐구영역의 선택과목 표준점수 격차가 얼마나 벌어질지도 간과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정확한 전망은 다음 달 초 채점결과가 나와야 가능하겠다.
수험생들은 오는 18일 오후까지 닷새 동안 평가원 홈페이지에서 문제와 정답에 대한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현직 교사와 업계가 예상 문제를 사고 판 '사교육 카르텔' 논란 이후 평가원은 올해 6월 모의평가부터 수능 문제와 사교육 문제 간의 연관성 여부도 함께 심사하고 있다.
그 직후 이의심사가 진행되며, 평가원은 26일 오후 심사 결과를 내놓고 수능 정답을 확정한다.
수험생들은 성적 통지표를 다음 달 6일에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