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FC서울)이 월드컵 국가대표팀 신세대 킬러로 자리매김하면서 6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을 이끌어냈다. 이 때문에 축구팬들의 마음은 벌써부터 독일로 향해있다. 지난 2002년 4강 진출 신화의 재현의 꿈꾸며…
6회 연속 본선진출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이끄는 월드컵 축구대표팀은 지난 9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쿠웨이트 알 카즈마 경기에서 열린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5차예선에서 박주영의 선제골과 이동국 정경호 박지성으로 이어지는 골 퍼레이드를 펼치며 쿠웨이트를 4대0으로 대파했다. 이로인해 한국은 3승1무1패(득9, 실4)로 오는 8월17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최종전 홈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자력으로 본선진출을 확정지었다.
이는 지난 1986년 멕시코월드컵 이후 6회 연속 본선에 진출한 것으로 브라질, 아르헨티나, 독일 등에 이어 세계 9번째이며 아시아에서는 처음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그동안 청소년대표팀 붙박이 스트라이커였던 박주영이 A매치 대표팀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은 최종예선의 가장 큰 수확으로 꼽힌다.
박주영은 이날 전반 18분 김동진의 크로스를 수비수 두 명과 문전쇄도 골을 기록했다. 이어 전반 28분에는 수비수를 제치고 골키퍼와 1대1 단독찬스를 만들어 페널티킥까지 얻어냈다. 박주영의 활기찬 몸놀림은 대표팀 전체로 번지며 4대0이라는 대승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에 앞선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도 0대1로 패색이 짙던 후반 45분 정경호의 패스를 받아 천금같은 동점골을 뽑아 데뷔무대를 장식하고 쿠웨이트로 향하는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지금까지 A매치 데뷔전부터 2경기 연속 골을 뽑은 선수는 최순호 김주성 정재권(이상 은퇴) 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 등이다.
한국 최고 스트라이커로 우뚝
이러한 박주영의 활약은 청소년대표용이라는 말을 불식시킴과 동시에 그동안 골 결정력 부재로 어려운 경기를 했던 국가대표팀으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다.
박주영은 올초 카타르 초청 8개국 청소년축구대회에서 9골을 기록했고, 올시즌 K리그 FC서울에 입단 모두 9골(컵대회 6골, 정규리그 3골)을 뽑아내며 그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골감각과 함께 위치선정, 반박자 빠른 슈팅을 스트라이커의 최대 요소로 인식됐던 부분도 박주영의 등장으로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박주영은 과거 스트라이커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환상적인 드리블과 탁월한 공간침투, 정확한 논스톱 슛팅 등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감각을 지녔다.
이로 인해 차범근-최순호-황선홍 등으로 이어진 스트라이커 계보에 이름을 새겨 넣음으로써 오는 2006년 독일월드컵 16강 진출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한다.
FIFA도 박주영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그의 실력을 인정, 9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아시아의 바지오라고 평했다. 로베르토 바지오는 1990년대 ‘말총머리’로 불리며 세계의 그라운드를 누빈 이탈리아 최고의 축구스타다. 이에 앞선 지난 3일에도 FIFA 홈페이지에서 2005 네덜란드 청소년 축구대회를 빛낼 예비스타로 소개된 바 있다. 한 때 “훅 불면 날아갈 것 같다”고 평가했던 본프레레 감독도 “앞으로 더 많은 가능성을 보여줄 기회를 잡게됐다”면서 박주영에 대한 믿음을 내비쳤다. 박주영은 쿠웨이트와의 5차전 마치고 곧바로 2005 세계청소년축구대회가 열리는 네덜란드로 이동 1983년 4강 신화 재현에 도전한다.
세계청소년축구, 세계선수 도약 시험무대
박주영은 이번 세계청소년축구에서 국민의 기대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버리고 어느 정도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을지가 주요 관심사다.
청소년대표와 국가대표팀을 오가면서 골을 기록했지만, 우즈베키스탄과 쿠웨이트에 이어 네덜란드까지 입성하는 고단한 일정과 함께 13일 벌어질 스위스와의 경기는 그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가를 평가받는 게임될 가능성이 높다. 스위스 청소년대표팀은 이미 17세이하 선수들로 발을 맞춘 상태로, 이 가운데 5~6명이 유럽의 빅리그에 진출한 선수들이어서 대회 다크호스로 꼽힌다. 나이지라아도 6명이 빅리그에서 활약하고 있고, 브라질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팀.
박주영이 이러한 틈바구니에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한다면 세계적인 선수로 올라서 빅리그 입성이 어렵지 않겠지만, 부진할 경우 그동안의 관심이 부담으로 작용해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정해원 기술위원은 “우즈베키스탄과 쿠웨이트 네덜란드로 이어지는 힘든 여정을 힘들게 소화한 상태고, 시차적응 등의 극복이 중요한 상황”이라면서 “이번 청소년대회에서 자기 실력을 발휘한다면 세계적인 선수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담마크 대처, 수비가담 능력 키워야
박주영이 세계 속의 선수로 성장하기에는 적잖은 걸림돌이 남아있다. 큰 경기일수록 상대방의 핵심 선수를 막는데 총력을 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한 면에서 독일월드컴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전과 쿠웨이트전은 공격의 핵인 박지성 선수에 상대편의 초점이 받춰져 있어, 박주영은 비교적 순탄한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자신의 전담마크맨을 어떻게 따돌릴 것인가와 우리 선수에게 공간 확보를 해주는 플레이가 필요하다.
박주영이 프로 정규리그에 출전한 경기는 15일 울산현대와 개막전을 시작으로 18일 광주상무, 22일 전남현대모터스 등 3게임. 이들 경기에서 박주영은 3골을 기록해 게임당 1골이라는 강력한 파워를 보여줬다. 하지만, 광주상무와의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경기에서는 어시스트도 기록하지 못했다.
이는 울산과 전남이 박주영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한 밀착마크가 주효했다는 의미로 보인다. 광주상무와의 경기에서도 해트트릭은 기록했지만, 팀은 무려 5골이나 내줬다. 현대 축구는 최전방 공격수라도 수세시 적극 수비에 가담해야 하는데 이러한 부분이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김남호 기술위원은 “박주영 선수는 상대가 맨투맨 수비를 할 경우 이에 대한 대처능력을 키워야 하고, 수비 가담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파워향상과 경험을 통해 헤쳐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