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1차 예방접종이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구제역 방역에 대한 후속 조치가 추진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매몰지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구제역 발생 농장에 대한 매몰범위와 가축의 수매 및 이동 제한을 해제하는 기준도 조정된다.
구제역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1차 예방접종이 완료됐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매몰처분된 가축에 대한 후속조치가 강도 높게 추진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2월 7일 관계부처와 시도 부단체장 영상회의를 개최하고 매몰지 관리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무엇보다 봄철 해빙기가 다가옴에 따라 식수원 오염 등 환경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지방자치단체의 매몰지 사후관리 추진상황과 2차 백신 접종계획도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서 맹형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은 “매몰지로 인한 수질오염이 없도록 정부는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구제역 가축의 매몰지는 9개 시도, 76개 시군에 걸쳐 전국 4천54곳에 달한다. 매몰처분된 가축은 소와 돼지를 합쳐 2백92만 두에 이른다. 조류 인플루엔자(AI)로 매몰처분된 닭과 오리는 5백만 두로 추산된다.
그대로 방치할 경우 식수 오염 등 심각한 환경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2월 1일 매몰지 관리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하는 등 체계적인 사후 관리에 나서고 있다.
일반 매몰지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속적 관리를 유도하기로 했다. 복토, 가스 및 침출수 유공관 보완 비닐덮개 및 관 측정 설치 등 보완과 정비 작업이 그것이다.
우기에 대한 조치도 수립됐다. 붕괴와 유실 가능성이 있거나 침출수 유출로 상수원 오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매몰지에 대해서는 사면 안정성 보강, 옹벽·차수벽·우수차단시설을 설치한다. 필요할 경우는 매몰지를 이동시키는 등 우수기 이전인 3월 말까지 보강과 정비를 마치기로 했다.
정부는 현장조사를 기반으로 ‘매몰지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환경오염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매몰지 주변 주민들에 대한 대책도 추진된다. 마을의 지하수가 오염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비해 지방자치단체별로 우선순위에 따라 매몰지 주변 상수도를 확충하기로 했다.
이번 정부의 매몰지 관리 기본계획은 충분한 사전 현장조사를 기반으로 정해졌다. 먼저 상수원 상류 지역 인근의 매몰지에 대한 정부 합동 현장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경상북도의 경우 지난 1월 24일부터 28일까지 89개 매몰지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였다. 조사결과 45개 매몰지가 후속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 조사도 실시된다. 2월 10일부터 16일까지 경기와 강원, 충청북도 등 한강 수계 지역의 부실 우려가 있는 매몰지를 조사해 우수기 이전인 3월 말까지 우선적으로 정비한다.
또 2월 21일부터 3월 4일까지 전국의 매몰지에 대해 정부합동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GPS를 활용해 매몰지의 위치 정보를 파악, 그 결과를 토양지하수 정보 시스템(SGIS)에 등재해 관리할 계획이다.
토양과 지하수 등 환경영향 감시도 진행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매몰지 주변 관정에 대한 지하수를 조사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하수 종합조사의 일환으로 매몰지 주변 3백미터 이내의 관정 3천 개소에 대해 암모니아성 질소 등 4개 항목에 대해 분기 1회씩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상수원 상류와 오염 우려 매몰지 관정 1천 개소에 대한 면밀한 조사도 추진된다. 병원성 미생물 등 7개 항목이 조사 대상이다.
부실 매몰지에 대한 후속 조치도 마련됐다. 3백여 개의 부실 매몰지를 선정해 침출수 특성과 19개 항목의 수질을 분석하고 토양 및 매립가스를 측정하기로 했다.
매몰지 주변의 악취를 줄일 수 있는 대책도 추진된다. 유용미생물(EM)에 대한 검증 사업을 2월 중에 실시해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고 매몰처분된 가축 매몰지의 사체 분해기술 등 매몰지 조기 안정화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한다.
매몰지 주변 주민들의 식수 대책은 진작부터 실시되고 있다. 경상북도 안동시 등 17개 시군 5백84개 마을에 상수도 보급사업을 위해 8백57억원을 지난해 12월 지원했다.
추가 매몰지의 상수도 보급 예산 지원도 진행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지원방안을 수립해 예산당국과 지원 규모를 협의하고 있으며 향후 매몰지 인근 지역을 대상으로 시급성을 감안해 우선순위에 따라 지원할 계획이다.
매몰범위와 이동제한 지역 내 가축의 수매 및 이동제한 해제 등에 대한 기준도 조정됐다. 소의 경우 예방접종 후 1개월이 되지 않은 암소에게서 태어난 송아지 중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송아지만 매몰할 수 있다.
이동제한 해제 기준은 축종별로 적용된다. 위험지역은 예방접종 3주 경과 후, 경계지역은 예방접종 2주 후 임상검사와 혈청검사 결과 이상이 없을 경우에만 해제된다. 해제 기준일이 지났다고 이동제한이 무조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시군별로 구제역 발생상황을 검토한 후 농림수산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의를 거쳐야 이동제한을 풀기로 했다.
사료의 유통에 대한 기준도 조정됐다. 이동제한이 해제되기 전이라도 사료공장이 위치한 시도에는 유통을 할 수 있다. 예방접종 후 14일이 지났다면 축종별로 사료수송차량을 구분하여 유통할 수 있도록 했다.
도축은 도축장 반경 3킬로미터 안에 구제역이 발생했느냐에 따라 기준이 달라진다. 3킬로미터 안에 구제역 발생농장이 없으면 해당 시도의 가축을 자유롭게 도축할 수 있다. 반면 구제역 발생농장이 있다면 위험지역과 경제지역의 수매분에 한해서만 도축이 허용된다.
축산분뇨에 대해서는 기준이 좀 더 엄격하다. 이동제한이 해제되기 전까지는 원칙적으로 반출을 금지하고 이동제한 지역 내의 공공 처리장과 공동자원화시설을 활용하도록 했다. 지역 내 시설에서 처리가 불가능할 경우 임시 간이 저장조를 설치해 줄 계획이다.
한편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구제역 예방백신을 접종한 소와 돼지에 대한 항체 형성 여부를 조사했다. 소는 백신접종 후 2주가 지나면 1백퍼센트 항체가 형성됐다.
돼지는 기간별로 결과가 달랐다. 2주 경과 후엔 60퍼센트, 3주가 지나면 80퍼센트가 항체가 생겼다. 다만 2차 백신을 접종한 경우에는 일주일 만에 1백퍼센트 항체가 형성됐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예방접종을 하더라도 충분한 양의 항체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이 있으므로 전과 다름없는 철저한 차단방역을 농가에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