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산국악당에서는 전통탈춤과 설화 등 우리 전통을 소재로 만든 음악극 ‘북청사자야 놀자’를 3월 18일부터 4월 17일까지 공연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극작가 오태석의 5년만의 신작으로 공연 중에는 북, 징, 장구 등 다양한 전통악기가 라이브 연주되어 생생함을 더했다. 북청사자놀음 등 탈춤과 전통연희에 이야기를 더해 극적구조를 강화시킨 것이 특징이다.
우리 문화유산에는 수 편의 탈춤이 전승되고 있고, 탈을 도구로 하는 민속놀이나 민속예능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탈 예술을 무대에서 만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서울남산국악당은 작가 겸 연출가 오태석과 함께 ‘북청사자야 놀자’를 제작해 무대에 올린다. ‘북청사자야 놀자’ 제작은 전통 탈 예술을 ‘새로운 탈춤’이나 ‘현대 가면극’을 제작하는 실험극 활동으로 볼 수 있으며, 전통의 현대적 계승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음악극 ‘북청사자야 놀자’에는 함경도의 북청사자놀음, 황해도의 봉산탈춤, 강령탈춤, 경기도의 양주별산대놀이, 경상도의 오광대놀이 등 우리 전통탈춤들의 내용과 원리가 녹아 있다. 음악극 첫 부분에 등장하는 네 처녀가 사방신에게 춤을 추는 장면과 무녀가 인재, 관재, 화재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는 축원가를 부르는 장면은 봉산탈춤의 사상좌를 변이시킨 것이다.
또한 사자가 등장하는 것은 북청사자놀음에서 왔으며, 남녀의 갈등, 양반에 대한 풍자·모욕, 서민생활의 빈곤상 등이 묘사되는 것은 양주별산대놀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각각 서로 다른 지역에서 시작한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탈춤들은 뚜렷한 개성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점과 가면을 쓰고 양반을 놀리는 장면, 그리고 악귀疫鬼 쫓아내기 위해 굿을 하는 점 등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탈춤이 지닌 공통점과 차이점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쳐 이번 공연에 녹아들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어느 탈춤이 반영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전체적으로 잘 어우러진 것을 힘들 정도로 서로 영향을 주고 융합되어 새롭게 탄생하게 됐다.
음악극 ‘북청사자야 놀자’의 후반부에는 사자와 호랑이가 탈을 쓰고 등장하는데, 이 두 영물은 오늘날 구제역에 걸린 땅짐승과 인푸르엔자에 걸린 닭과 오리를 마구잡이로 죽이는 인간들을 증오하고, 벌하기 위해 세상으로 내려왔다고 표현한다.
이야기의 드라마틱한 전개를 위해 음악극 ‘북청사자야 놀자’는 삼국유사의 ‘호원설화’와 ‘처용설화’를 활용했다.
오태석은 지금까지 전통연희의 현대화에 앞장 선 극작가로서 선구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가 만든 작품 중 <약장사>는 거리를 떠도는 시골 약장사를 소재로 한 재담극이다.
<춘풍의 처>는 고전소설 <이춘풍전>을 놀이극으로 재창작한 것이며, <박타령>, <뺑덕어미 굿판>은 판소리 <흥보가>,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는 판소리 <심청가>, <기생비생 춘향전>, <충청도본 춘향전>은 판소리 <춘향가>, <백구야 껑충 나지마라>는 <양주별산대놀이>를 각각 현대화시켰다. 그는 작품을 통해서 우리말과 우리몸짓을 계승하고 살리기 위해 일생 노력하고 있으며, 그 맥락에서 고전소설, 판소리 등을 재탄생시키고 있다.
공연과 함께 북청사자놀음을 배워보는 체험시간도 마련했다.
3월 19일부터 4월 17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에는 1회 체험으로 북청사자놀음의 대표적인 세 가지 춤인 꺽쇠(꼭쇠)·양반춤, 꼽추춤, 사자춤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같은 기간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에는 꺽쇠(꼭쇠)·양반 동작, 애원성 춤, 넋두리 춤, 거사춤(소고), 사당춤, 꼽추춤, 사자춤을 체계적으로 배워볼 수 있는 심화프로그램이 마련되며, 마지막에는 모두 함께 큰 판을 벌이는 대동놀이로 마무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