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학습지교사는 노동자가 아니다'라는 최종판결이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고현철 대법관)는 ‘학습지 교사들은 사측에 의해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 감독을 받지 않고 이직에도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이들이 가입한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도 노동조합법상 노조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당연히 노동계와 노동조합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대법원 판결 이후 민주노총을 비롯해 각 단위노조별로 규탄성명을 냈고 민변은 판결의 법리적 오류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민주노총 산하 민간서비스연맹과 학습지노조는 대법원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은 눈만 뜨면 사법권의 독립을 외치는 사법부가 결국은 권력과 자본에 의해 스스로 예속되는 위선적인 모습을 확인시켜 준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들은 지난 1996년 ‘학습지 교사는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린 대법원이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 재편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가 확산일로를 걸어온 뚜렷한 사회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특수고용자들에게 동일한 사법 틀을 적용하는 ‘보수적인 사법부’의 태도를 맹성토했다.
한달 넘게 천막 농성중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사법부가 보수적인 법리해석으로 낡은 법전을 뒤지고 있을 때 전국의 13만 학습지교사들은 일방적 수수료삭감, 부정 업무 강요, 부당해고, 협박 등으로 고통당하고 있다”며 “이제야 입법론적인 해결방식으로 의견접근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법부의 판결은 스스로 사법부이기를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학습지교사를 포함한 특수고용노동자는 당연히 노동자이며 학습지 노동조합 또한 노동부가 인정한 합법적인 노동조합”이라며 “100만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보장을 위한 권리입법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13만 명으로 추산되는 학습지교사들은 지난 1976년 개인학습지라는 업종이 생긴 이래 정규직노동자으로 일해 왔지만 1980년대 말 대부분의 회사들이 교사들을 ‘개인사업자화’하면서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이 같은 왜곡된 노동현실에 맞서 지난 92년 재능교사노동조합을 시작으로 대부분의 학습지 회사에서 노조설립 운동이 이뤄졌고 노동부 또한 노조설립신고증을 교부, 이들이 노동자임을 사실상 인정해왔다.
현재 국회 앞에서는 학습지노조를 비롯해 산업인력공단 비정규직 노조, 전국비정규직연대회의,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등 비정규·특수고용노동자들이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을 촉구하며 한 달 넘게 천막농성을 벌여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