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제가 시행되면서 수면 불균형이 국민적 현상이 됐다. 잠을 못자는 불면증은 널리 알려진 수면장애지만 밤에 잠을 충분히 잔다고 해서 수면장애와 관련 없는 것은 아니다. 잠을 자도 질이 떨어져 낮에 졸리는 수면무호흡증 하지초조증 등을 비롯, 수면의 질이 좋은데도 낮에 졸린 수면과다증도 수면장애 중 하나다. 이 같은 수면장애는 방치하면 업무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사고 위험까지 초래할 수 있는 무서운 증상이다.
사회적 손실
수면장애는 흔한 현상이다. 미국은 수면장애에 의해 생기는 사회적 개인적 손실 규모를 연간 약 150억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불면증을 경험한 사람의 비율을 75%, 주간의 과도한 졸리움으로 사회활동에 지장을 받는 경우를 20%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수면장애는 크게 불면증과 몽유병, 그리고 밤에 잠을 많이 자도 낮에 심한 졸리움을 느끼는 수면과다증으로 나뉜다. 수면과다증은 보통 불면증 환자와 달리 밤에 잘 자고도 낮에 참기 어려운 졸음으로 순간적인 잠에 빠지곤 한다. 수업이나 회의 도중에 불성실한 사람으로 오해받기도 하고 심지어는 작업이나 운전 중에 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수면과다증은 병명이 아니라 밤에 충분한 잠을 취해도 끊임없이 졸리움을 느끼는 증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일시적 수면부족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만성적인 수면부족이 임상적으로 치료 대상에 해당된다.
수면무호흡증 심장병 뇌졸중 위험인자
수면과다증에는 과수면증과 기면증으로 나눌 수 있다. 과수면증은 밤에 숙면을 방해하는 원인이 있어 밤잠의 질 저하로 인해 낮에 졸음이 오는 수면무호흡증이나 주기적 사지 운동증을 말한다.
이 중에서도 수면무호흡 증후군은 흔히 코골이라고 불리는 수면장애로 비교적 흔하다. 수면장애 전문병원 클리닉 비의 김정수 원장은 “수면무호흡 증후군은 중년 남성에서 흔한 질환인데 여러 가지 이유로 수면 중에 10초 이상의 무호흡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고 설명했다.
“무호흡으로 뇌로 가는 산소가 부족하게 되고 그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잠깐 동안의 각성이 일어나므로 겉으로는 코를 골며 깊게 자는 듯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성이 계속되므로 선잠을 자는 것과 마찬가지의 상황이 된다”는 것. 따라서 코골이는 수면무호흡증의 증후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수면무호흡증은 심장병 뇌졸중 등 질환의 위험인자기도 하다. 수면 중 호흡이 자주 끊어짐으로써 얕은 수면이 많아지고 심폐혈관계의 장애를 일으켜 사망으로 연결되기도 하는 것이다.
뇌의 특정부위 활동 저하
영화 ‘4인용 식탁’에서 전지현은 갑작스러운 졸음이 밀려오면서 근육이 풀어져 버려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픽픽 쓰러지는 기면병 환자를 연기했다. 기면병은 밤에 충분히 자도 낮에 매우 졸려서 순간적인 잠에 빠지는 증상을 보인다. 과수면증은 탈력발작이 없이 잠을 매우 많이 자는데 비해 2차적인 수면과다증인 기면병은 웃거나 흥분할 때 팔다리의 힘이 갑자기 빠지는 탈력발작, 밤에 가위눌림, 잠들 때 또는 잠에서 깰 때 나타나는 환각 증세 등이 특징이다.
기면병의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뇌의 특정부위 활동 저하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2004년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홍승봉 교수, 주은연 전임의 연구팀은 양전자단층촬영기(PET)를 이용, 기면증 환자와 정상인의 뇌 활동을 비교한 결과 뇌의 특정 부위에서 포도당 대사가 현저히 저하된다는 사실을 밝혀낸바 있다.
김 원장은 “기면병은 사춘기부터 20대 초반에 발병해 치료를 하지 않으면 증상이 평생 지속돼 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므로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로 증상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특별한 부작용 없이 기면병 증상을 조절하는 약물이 개발되기도 했다.
수면과다증과 조금 다르지만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아침에는 일어나기 힘든 증상 또한 흔한데 이것은 지연성 수면주기 증후군으로 불린다. 사회생활의 시간대가 정해져 있는 만큼 이 증상도 굉장한 고통을 일으킨다. 바쁜 현대인들은 주말에 한꺼번에 몰아서 수면량을 보충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이 수면리듬을 깨뜨려 지연성 수면주기 증후군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지연성 수면주기 증후군을 비롯해 수면장애는 규칙적이고 건강한 수면습관이 가장 기본적인 치료법이다. 바꾸어서 보면 수면장애는 청소년기부터 빠듯하고 바쁜 생활을 보내야 하는 현대 사회가 만든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건강 수면 지침
수면장애를 극복하는 길은 각각의 수면장애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지만 일반적으로 질 높은 잠을 위해 시행할 수 있는 수면위생 지침은 있다.
보건복지부가 밝힌 수면장애의 극복방법은 다음과 같다.
▶잠에 대한 집착을 버려라.
잠을 자야겠다는 노력과 강박관념은 오히려 자율신경을 더욱 흥분시키고 잠이 안 오는 상태에서 자려고 노력하면서 잠자리에 누워 있게 되면 ‘잠자리=불면’이라는 조건이 성립돼 잠자리에 들기만 하면 정신이 더 말똥말똥해진다.
▶담배, 술을 사용하지 않는다.
아주 적은 양의 니코틴은 신경을 이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한도를 넘으면 니코틴 역시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만성 불면을 초래한다. 술을 마시는 것은 잠이 들 때 도움이 되지만 효과가 떨어지면서 잠에서 자주 깨거나, 아침에 너무 일찍 깨어나는 수면 말기 불면증이 일어난다.
▶수면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수면제를 먹을 때는 잠에 들 수 있지만 점차 내성이 생겨 더 많은 약을 먹어야만 한다. 그리고 수면제를 끊으면 다시 잠에 들 수 없다. 결국 또 다시 불면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또한 수면의 질도 떨어진다.
▶침실은 잠자는 데만 사용한다.
침실은 잠을 자거나 성생활만 하는 공간으로 삼는 것이 좋다. 침실에 들어가기만 하면 잠이 오는 관계가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운동은 잠들기 5∼6시간 전에 한다.
운동을 잠들기 전에 하는 것도 자율신경을 흥분시키므로 절대 금물이다. 그러나 잠들기 5∼6시간 전 간단한 운동을 하는 것은 숙면에 도움이 된다.
▶낮잠을 자지 않는다.
수면장애, 특히 불면증 환자들은 대부분 낮잠을 자지 않는 것이 좋다. 생체 주기가 깨지기 때문이다. 굳이 낮잠을 자야겠다면 정오나 점심 식사 직후에 30분이 넘지 않는 범위가 좋다. 또 편안한 의자에서 눈감고 쉬는 것은 가수면 상태로 잠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수면에 도움을 주는 음식과 방해하는 음식을 가린다.
커피 콜라 초콜릿 홍차 녹차 등 카페인이 많은 음식과 음료를 잠자리에 들기 전에 먹으면 잠에 쉽게 들지 못한다. 카페인이 중추신경을 흥분시키기 때문이다. 잠이 드는 데 도움이 되는 트립토판이라는 물질이 든 두부 계란 우유 바나나 등을 먹는 게 좋다.
▶잠자는 자세가 중요하다.
잠자는 자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과 허리다. 잠자는 동안 정상적인 척추만곡이 유지되며 근육 긴장이 없어야 한다. 높은 베게는 숙면을 방해한다. 무릎에 베게를 집어넣는다거나 다리를 높은 곳에 두고 잠에 드는 것이 좋다.
▶코골이를 고친다.
일반적으로 옆으로 누웠을 때보다 반듯하게 누웠을 때 코를 심하게 곤다. 입으로 숨을 쉴 때 코골이가 심해지므로 코를 막히게 하는 각종 콧병을 치료해 준다. 술과 피로, 진정제와 수면제, 비만 등도 코골이의 원인이 된다.
▶수면장애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한다.
수면장애의 원인을 찾는 방법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수면다원검사다. 수면다원 검사는 여러 가지 생리적 변화들을 다원적으로 기록해 잠을 객관적으로 검사하는 방법이다. 잠을 자는 동안 몸에서 일어나는 복합적인 생리작용이 30초 간격으로 세세히 기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