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소 괜찮아요, “잡숴, 잡숴”
광우병 공포에 애꿎은 축산농민만 ‘읍참牛속’할판
광우병의
위험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5년간 소 3043마리에 대해 광우병검사를 한 결과 음성판정을 받았지만 최근 국제수역사무국(OIE)이
‘자생적 발생이 보고된 적이 없는 잠정적 비발생 국가’로 지정해 긴장감을 더한다. 또한 농림부가 지난달 30일 ‘음식물 사료를 사용하지
말라’고 지시하고는 이달 6일에 ‘음식물 사료는 광우병과 무관하다’고 발표했다. 또한 문제되고 있는 동물성 사료에 대해서는 ‘유럽지역에서
골분을 수입한 적 없다’고 말했다가 ‘공업용 골분은 수입한 적이 있다’고 말해 광우병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세계로 마구 뛰어다니는 광우(狂于)
유엔 식량농업기구 (FAO)는 100개국 이상이 광우병 위험에 노출되었음을 밝혔다. FAO 자크디우 사무총장은 “소와 양 등의 고기와
뼈가 들어있는 유럽산 동물성 사료가 86년부터 96년에 이르는 10년간 100개 이상의 국가에 수출” 된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일부
국가는 수입한 동물성 사료를 제 3국에 수출하기도 하고 살아있는 가축을 수입한 나라도 100여 개국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광우병 발생이 보고 된 바 없지만 광우병 발생 가능성에 대해 속시원히 ‘광우병 청정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 일본에서는 광우병 대책의 하나로 유럽산 쇠고기 수입을 사실상 금지했다고 8일 도쿄신문이 전했다. 그동안 일본
후생노동성은 광우병 발병우려가 있는 제품에 대해 수입제제를 요청 해 왔고 일본내 반입품에 대해 광우병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증명서 첨부를
요구하도록 관련법규를 고칠 방침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유럽소 원료의 약이나 화장품를 쓰지 말 것을 당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8일 광우병과 관련해 유럽산
소, 양, 염소의 태반이나 간에서 추출한 원료를 의약품 또는 화장품 제조에 사용하지 말도록 제약회사와 화장품회사에 권고한 상태다. 또한
97년 경제위기 이후 정부가 권해온 음식물사료에 대한 정밀 검사를 실시하는 노력을 하고있다.
그러나 광우병 발병국인 독일에서 97년부터 작년까지 7만 1천 리터의 혈장이 들어왔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준다. 게다가 미국의 제약사
들이 광우병 감염 가능성이 농후한 나라에서 들여온 소에서 추출한 원료로 백신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8일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미 식품의약청
(FDA)의 자료에 따르면 이들회사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아벤티스, 아메리칸, 홈 프로덕트, 바이오포트, 노스 아메리칸 백신이다. 이들
회사가 만든 9개 백신 주에는 소아마비 디프테리아·파상품·탄저병 등의 예방백신이 아홉가지나 있어 수백만명의 어린이들과 중동 걸프지역에서
의무적으로 접종받는 군인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엽기적 발상이 광우병 불러와
영국에서 광우병이 대대적으로 발생한 가운데 프랑스에서는 광우병 방지책을 시행한 96년 부터 태어난 소들 사이에서도 광우병이 발생하고 있어
충격적이다. 유럽연합이 안전하다고 판단한 96년 이후 출생소도 결코 안전하지 않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전 세계를 ‘중세시대의 제2 흑사병’과 같이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운 광우병은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주기 시작한 영국에서부터
시작된다. 영국은 우유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지난 80년부터 양과 소의 사체(死體)를 사료원료로 사용했다. 여기에 ‘스크래피(scrapie)에
걸린 양이 포함돼 이를 먹은 소의 뇌에 구멍이 생겨 광우병이 발생했다.
광우병의 증상은 미친 듯이 포악해지고 정신 이상과 거동불안, 난폭한 행동을 보이는 질병이다. 프리온(prion)이라는 단백질의 변이로
발생하여 광우병(BSE), 크로이츠펠트트 야곱병(CJD, 인간 광우병), VCJD(Variant Creuzfeldt-Jakob’s Disease)
를 유발한다. 인간 광우병이라 불리는 CJD는 외부의 병원체로부터 감염되는 광우병과는 달리 인간의 뇌속에 있는 단백질 성분에 변형이 생기면서
뇌세포가 파괴되는 무서운 질병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학자들은 ‘종(種)의 차이’를 들어 광우병이 인간의 치명적인 뇌질환인 CJD를 일으킬 가능성이 없다고 결론내렸으나 99년
영국과 미국의 과학자들이 이를 뒤엎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한 국립CJD 감시센터 과학자들은 광우병과 인체에 발생하는 CJD가 동일한
감염원에 의해 유발된다고 발표했다. 이는 그동안 ‘종(種)의 차이’를 들어 일반인들을 안심시켜왔기에 더욱 충격을 안겨준다.
VCJD는 CJD의 변종으로 지금까지 환자들은 대부분 도축업자나 축산업자들이다. 이들의 감염경로에 대해서는 소의 뇌나 척수를 다루면서
병에 감염됐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국내에서
광우병에 대한 연구는 학자들 사이에 비공개형식으로 진행되어온 것으로 보인다. 지난 96년 국내에서 광우병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자 국내에서
유일하게 CJD분야 박사학위를 받은 한림대 의대 김용선 교수가 보건복지부로 부터 지원을 받아 변형프리온(광우병, CJD를 일으키는 단백질)
반응검사를 시도 했었다. 그러나 당시 축산당국은 의학자들의 개입을 꺼려했다.
광우병의 위협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 광우병에 대한 연구성과는 프리온이라는 단백질 발견에 불과하다. 그러나 서울대
황우석(黃禹錫) 수의학과 교수는 지난 3년간 ‘유전자 복제기술’을 이용해 광우병에 저항성을 가진 가축 생산을 연구 중이다. 소에서 광우병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아내 유전자 조작으로 역할을 바꿔 저항성을 갖춘후 유전자를 소의 체세포에 적중시켜 배양하는 방법이다. 이를 세포로 암소와
수소로 복제하여 교배시키면 광우병에 선천적인 저항력을 가진 송아지가 탄생한다는 내용이다.
“과학도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필요하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세 건의 광우병 확산 방지 조치를 승인한 상태다. 생후 1년 이상된 소 갈비살의 식용을 금지시키고 소를 비롯한 모든
반추(되새김질)동물의 고기로 만든 재생육의 식용을 중단하기도 했다. 동물성 사료를 근절 시키기위해 사료 제조시 동물성 지방의 열처리를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에따라 일반인들이 즐겨먹는 소고기를 비롯 티본스테이크나 마가린, 햄버거 등 외식업체와 농가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광우병의 인간 감염형태인 크로이츠펠트 야콥병(CJD)에 걸려 목숨을 잃은 희생자 가족들이 영국과 프랑스 각료들을
광우병관련 살인혐의로 기소할 움직임이다. 영국 BBC방송의 내용에 따르면 89년부터 영국내 판매가금지된 광우병 관련 동물사료를 해외로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한 영국 관료와 동물사료의 수입을 막지못한 프랑스 공무원들에게 살인혐의가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혼란으로 최근 “과학도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필요하다”며 주장하는 학자가 있어 주목된다. 영국 웨스트 오브 잉글랜드 대학의 프랭크
버넷(52)교수는 국내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광우병 사태를 계기로 과학자들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고 말하고 “과학자들은
모두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정희 기자 jhcho@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