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모를 폐질환으로 임산부와 호흡기 질환자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주인공은 가습기 살균제인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원인미상 폐손상의 위험요인은 가습기 살균제로 추정된다는 내용의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보건당국은 2004~2011년 원인미상 폐손상 환자 28건 가운데 조사에 동의한 18건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지 않을 때보다 사용한 경우의 폐손상 발생 위험도가 47.3배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위해성 조사, 추가 역학조사 등을 통해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가습기 살균제 사용 및 출시를 자제해달라고 권고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습기 살균제 사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호흡기내과 박성훈 교수는 “원인불명 폐질환이었던 환자들의 조직검사 결과 바이러스가 아닌 외부독소에 의한 염증반응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특히 가습기 청결에 민감하고 자주, 많이 사용하는 임산부, 소아 등이 해당 질환에 주로 걸린 환자였다는 점도 이러한 역학관계 결과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습기를 세척할 땐 살균제를 넣고 사용하지 말고 미리 세정한 후 물만 넣고 사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산업의학과 임형준 교수는 “역학조사결과 특정 성분을 언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인과관계를 정확히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명확한 인과관계가 밝혀진 후 어느 성분을 얼마나, 어느 시간, 어느 정도 노출할 때 안전한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장품, 샴푸, 물티슈 등에도 유사한 성분이 사용된다는 일부의 지적에 그는 “공기 중으로 흡입됐을 때와는 차이가 분명히 크다”며 “폐손상을 일으킨 가습기살균제 성분은 세균을 죽이는 살균 성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