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2일 청와대 비자금 관리인을 사칭해 2조5000억원대 가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제공하겠다고 속여 거액을 가로챈 이모(57)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또 달아난 공범 김모(70)씨를 추적 중이다. 이씨 등은 지난 4월 대만에 있는 A(60)씨의 사무실에서 외평채 6000억원을 담보로 신용장을 개설, 러시아로부터 석유를 수입하는 내용의 동업약정을 체결하고 3차례에 걸쳐 계좌로 모두 미화 120만달러(13억원 상당)를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대만과 과테말라에서 무역상을 하고 있는 A씨에게 "러시아 석유를 수입하기 위한 신용장을 만들어주겠다"고 속여 거액을 가로챘다.
이씨 등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약사인 안모(35)씨에게 청와대 상활실장·경제자문위원을 사칭하며 "청와대, 관공서, 대형약국 등에 약을 납품시켜주겠다"고 속여 10차례에 걸쳐 모두 2억5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A씨 등으로부터 송금받은 미화 120만달러를 1억원권 자기앞수표로 인출, 제3자를 통해 소액으로 바꾸는 등 자금세탁을 했다.
또 사업가 박모(57)씨를 통해 A씨와 안씨를 소개받았으며 가로챈 돈으로 시가 4억3000만원 상당의 아파트와 빌라를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압수한 외평채와 산업금융채권 위조 규모가 워낙 방대했다"며 "발견된 위조 채권이 유통됐다면 금융시장에 엄청난 혼란을 줬을 것"일고 말했다.
경찰이 달아난 공범 김씨를 조속히 검거하는 한편 유사피해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대규모 위조채권을 제조·운반·유통시키려 한 위조단을 검거하기 위해 수사력도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