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새원내대표로 김한길(54 3선 서울 구로을)의원을 선출했다. 5·31지방선거는 치러보나 마나 '패색'이 역력하다는 당내 짙은 위기감 속에서 그는 총투표 141명중 88표로 상대인 배기선(56 3선 경기 부천 원미을)후보에 압승했다.
“배기선 의원은 평화시에 필요하다. 지금은 내가 적임자다.
5월 지방선거에 대해 하나마나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선거에서 쉽게 이긴 적이 없었다. 이렇게 우리가 주저앉을 수는 없다는데 많은 의원들이 공감하고 있다.”
88대49 ‘윈 메이커’ 선출
지난달 24일 열린 열린우리당 새 원내대표 선출에 앞서 김 의원은 5.31지방선거를 떠올렸다.
자신이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에서 막강한 역할로 ‘윈 메이커’자리를 굳혔던 만큼 새 원내대표로 적임자임을 부각시키기 위함이었다.
그의 출마의 변은 적중했다. 당초 박빙, 초박빙, 정동영계 대 김근태계 등 계파간 선거논란이 불거졌지만 김 의원은 5월 지방선거 ‘필패론’에 젖어있는 당안팎에 ‘윈 메이커’로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김 새원내대표는 노무현 후보의 선대위본부장으로 활동했다. 노무현과 정몽준 두 후보 단일화 과정에 깊숙히 개입했으며 2004년 17대 총선때는 총선기획단 본부장으로 활동하며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이 정치의 중심으로 우뚝서야 한다” “우리당의 승리와 자존심을 담보하는 ‘윈메이커’가 되고 싶다”던 그의 출마 포문은 마침내 굳게 닫혀 있던 당 소속 의원들의 의표를 찔렀다.
“우리당 지지자들 가슴에 불꽃 지필 것”
당내 한 초선의원은 “계파를 떠나 지방선거를 가장 잘 치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었다”며 “새원내대표가 당정청간 협력도 이끌어 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날 새원내대표로 선출된 김 의원은 “우리당 의원의 꿈과 정치신념 일부를 맡아 생긴 힘으로 일하고 더 큰 배당을 의원들께 돌려줄 것”이라며 “우리당 의원들의 가슴속에 응어리진채 고여있는 기름에 불을 지피고, 우리당을 지지했던 지지자들의 가슴에 불꽃을 지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열린우리당 새원내대표 경선은 당초 정동영계의 김한길 의원과 김근태계의 배기선의원으로 팽팽히 맞서 10표미만의 박빙승부가 예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장 김한길’대 ‘덕장 배기선’싸움은 결국 지난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에서 탁월한 협상력을 보였던 김 의원이 오는 5월 지방선거 승리를 다짐하면서 막판 승리를 굳혔다는 평가다.
김한길 신임 원내대표는 곧바로 유재건 의장과 협의해 재선의 강봉균 의원을 정책위의장에 임명하는 등 원내부대표단과 정조위원장단 개편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 2002, 2004년 두 번의 대선과 총선을 거치며 그가 거둔 ‘투 런’홈런이 과연 5.31지방선거에서 ‘쓰리 런’을 기록할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