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주요 일간지에는 눈에 확 띄는 사과문이 실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 시켰다.
신일건업 홍범식 부회장의 이름으로 게제 된 이번 사과문은 한때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는 글들과 함께 당시 조성한 비자금을 만 원권으로 쌓아 놓은 사진(일명 돈침대)도 함께 실어 놓았다. 여기서 홍 부회장이 말하는 자신의 잘못은 지난 2003년 비자금으로 조성한 돈 90억 원을 서울 논현동의 한 빌라에 보관하다가 적발 된 것이다. 당시 인터넷에는 90억 원가량의 돈다발 사진이 떠돌아다니면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사과문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자신이 (주)신일건업의 대표이사로 재임중에 협력업체와 직원들에게 공사대금과 인건비 등을 실제보다 많이 지급한 것처럼 위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각종 비용을 과다하게 계산하여 1997년 8월부터 2003년 10월경까지 총 364회에 걸쳐 총 258억여원의 비자금을 조성 했다.이 가운데 90여억원은 강남구 논현동 소재 모 빌라에 보관하다가 검찰의 수사를 받는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상장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법이 정하는 규칙을 준수하고 주주와 고객이 진정으로 주인이라는 인식하에 기업을 경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눈앞의 단기적인 이익에 급급하여 경영자로서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자신은 2004년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았고 과거의 실수를 거울삼아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자 속죄하는 심정으로 사과문을 내게 되었다고 는 것이다.
비자금은 마약과 같은 것이어서 끊기가 어렵다.
이에 대해 홍 부사장은 “작년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일선에 복귀를 했다”면서 “원래는 작년에 사과문을 내려고 했으나 워낙 큰 사업이 많아 차일피일 미루다 이번에 내게 되었다. 저 하나의 잘못으로 회사나 주주들에게 짐을 지워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광고를 내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많은 지인들은 사과문을 내려고 할 때 “이미 지나간 사건을 들쳐서 뭐 좋을 것이 있느냐”면서 극구 말렸다는 것. 특히 그 사건으로 옥고까지 치렀고 그것이 자랑도 아닌데 옛일을 꺼내 스스로 채찍을 가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홍 부회장은 “ 비자금은 마약과 같은 것이어서 끊기가 어렵다. 마약은 나쁜 것이다. 힘들고 괴롭더라도 끊어야 하는 것이다. 끊기 위해서 아니 끊어야 하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내 자신을 돌아보고 경계를 삼으려고 반성문(?)을 쓴 것”이라고 했다.
또한 “당시의 사건이 항상 마음속의 가시처럼 걸려 있었다. 특히 미국에서 유학 중인 딸은 뒤늦게 참회의 글을 쓰게 된 동기가 됐다. ‘친구들이 수군대는 것 때문에 창피해서 공부고 뭐고 하기 싫다’는 딸아이의 얘기를 들었다. ‘내가 자식들에게 정말 큰 죄를 지었구나’라는 생각으로 반성문을 쓰고 나니 이제야 마음이 홀가분하다. 앞으로는 돈이 필요하면 회사를 열심히 키워서 배당을 많이 받겠다” 고 했다.
내년엔 시공능력 30위권 중견업체로 도약
향후 계획도 밝혔다.
“항상 반성하는 마음으로 살겠다. 기업의 이익은 임직원들의 복지향상과 우리사회의 소외 된 이웃들에게 모두 환원을 하겠다. 그 첫 사업으로 현재 소년소녀가장 돕기 복지법인 ‘다사랑’을 설립해 본격적인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생활용품을 결손가정에 지원하는 것으로 자숙의 일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홍 부회장은 창사 50주년인 내년엔 시공능력 평가액 순위 30위권 중견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당찬 목표를 세웠다.
“올해는 회사 연수원을 새로 짓고 직원 교육체계를 정비해 인력관리를 체계화하고 우수한 협력업체를 지속적으로 관리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자체 개발사업 발굴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내년엔 30위권 안에 들 수 있다”
직원들의 후생복지와 투명한 경영을 위한 안전장치도 해 놓았다.
“최근 40억원을 들여 사내에 ‘공유정보 프로그램’을 도입 했다.공사 진행 현황이나 자금의 흐름 등 회사의 모든 상황을 직원들이면 누구나 접속해 파악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더 이상 비자금 같은 것은 만들지 않고 ‘깨끗한 경영’을 하겠다는 의지의 일환이다. 직원들의 후생복지를 위해서는 2월초부터 경기도 양평에 연수원을 설립 할 계획이다. 직원들이 마음껏 자기개발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겠다는 목적에서 시작을 한 것이다.”
그동안 마음고생도 털어 놓았다.
“고객들이 ‘비자금 만든 회사를 믿을 수 없다’고 했을 때 가장 힘들었다. 자신의 과오 때문에 회사 전체에 먹칠을 했기 때문에 ‘결자해지’ 차원에서 스스로 나선 것 이다.과오를 매듭짓지 않고는 회사의 미래를 기약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이제는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달려 나갈 계획이다. 회사를 키워서 전 직원들이 자랑스럽게 생각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신일건업은…
신일건업은 지난 1957년 창업해 건축, 토목, 플랜트사업을 해왔고 최근에는 ‘신일 유토빌’이라는 이름으로 아파트사업에 전력을 하고 있는 회사로 지난해 매출은 2300억 원 선. 비자금 사건으로 200억 원가량 떨어졌던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는 수도권에서 신규 분양단지를 많이 확보할 계획이다. 원주 출신인 홍부회장은 오너인 홍승극회장의 맏아들로 90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