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시행되면서 경찰의 검찰 내사지휘 거부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일서 경찰관이 검찰의 내사지휘 기준을 제시했다.
그는 검찰에 이렇게 제안했다.
“내사든 수사든 불문하고 국민이 검찰에 수사 의뢰한 모든 사건에 대해 경찰에 내사지휘를 원한다면 의뢰한 국민들로부터 동의를 받아야 한다.”
법령의 해석으로 적용하기보다는 국민의 의사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주권자인 국민의 동의만 받아 오면 경찰은 아무 조건 없이 검찰의 내사지휘를 수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경남 진해경찰서 양영진 수사과장은 8일 소셜네트워크뉴스서비스 ‘위키트리’에 ‘경찰에 대한 하청수사 국민의 동의로 결정하자’란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같이 주장했다.
경찰대 12기인 양 과장은 국무총리실이 강제조정안을 낸 직후 ‘수사 경과 해제 희망원’을 경남경찰청에 제출, 전국 경찰서에 수사경과(警科·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의 직종) 반납 운동을 촉발시킨 인물이다.
양 과장은 국민의 수사기관 선택권을 무시하고 의뢰자인 국민의 동의도 없이 마음대로 수사를 하달한 검찰이 오히려 직무유기라고 했다.
양 과장은 “형사소송법 제195조(검사의 수사)에는 검사는 범죄의 혐의있다고 볼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해야 한다고 돼 있다”며 “제보든 고소든 고발이든, 원칙적으로 국민이 검사에게 수사를 의뢰한 것은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이라고 주장했다.
양 과장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수사기관은 경찰과 검찰이며 국민은 누구나 스스로 수사기관을 선택할 권리를 갖고 있다”면서 “국민들의 수사기관 선택권을 무시하고 아무런 기준도 없이 국민들이 검사에게 수사를 의뢰한 사건을 경찰에게 떠넘기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양 과장은 “검사는 지금까지 수사권을 독점하고 지휘권이라는 미명하에 자신들이 해야 할 일까지 경찰에게 떠넘기면서 마치 하인 부리듯 제멋대로 부려먹었다”며 “경찰의 지휘거부는 바로 이같은 잘못된 검찰의 몰염치한 하청수사 행태를 근절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은 사건을 훑어본 후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건들만 수사하고 나머지 사건들은 기록도 똑바로 읽어보지도 않은 채 종이 한 장에 아무 설명도 없이 지휘를 내리고 있다”며 “경찰의 하청 수사 거부는 검찰에 기대지 않은 대다수의 국민이 피해보는 경우를 막아주기 위한 조치로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업무가 마비된다는 검찰의 주장은 엄살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 근거로 검찰이 1년에 처리하는 내사건수를 들었다.
양 과장에 따르면 1년에 검찰에 접수되는 진정사건은 1만 건 정도로 이중 80%인 8,000건을 경찰에 보내고 있다.
검찰의 수사 인력은 7,100여명, 검찰이 직접 처리하는 건수는 연간 2,000건, 1인당 0.3건에 불과하다. 앞으로 경찰이 대신 수사해오던 것을 직접 수사한다면 1인당 1.5건에 불과한 셈이다.
반대도 경찰은 2만3,000여명이 1년에 30만 건의 내사사건을 처리한다. 1인당 처리하는 내사건수는 14.5건에 달한다.
그는 “검찰은 지금까지 접수된 내사사건의 80%를 경찰이 대신 수사해 왔다고 하면서 이를 검찰이 직접 수사할 경우 검찰업무가 마비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검찰은 경찰의 자질이 모자란다고 하지만 왜 자신들에게 주어진 일조차 경찰에게 일방적으로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이 수사도 아닌 사항을 경찰에다 지휘라는 명목으로 의뢰함으로써 오히려 검찰이 경찰의 민생업무를 마비시키고 있다”며 “검찰이 접수한 국민의 수사의뢰를 경찰에 하달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하고 그 유일한 기준은 의뢰한 국민의 동의”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검찰과 경찰은 26일 수사협의회를 열도 수사지휘 체계 조정안에 대한 실무상 문제점을 논의하고 합리적인 수사지휘 방안을 찾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