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정의선 부회장(42)이 현대제철 사내이사에 선임된다.
현대제철은 24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정 부회장을 임기 3년의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차 등 자동차의 품질 경쟁력 향상을 위해 소재 산업인 철강사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며 “최근 철강시황 악화에 대응하고 철강분야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이 현재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오토에버, 현대엔지비 등 다섯 기업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가운데 그룹의 비(非)자동차 계열사의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기는 처음이다.
경영계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이 그동안 자동차분야에 집중해오다 그룹의 핵심사업인 철강으로까지 경영보폭을 넓힌 것으로 보고 있다.
정 부회장이 한 번도 관여하지 않았던 철강분야까지 의사결정권을 갖게 됨에 따라 후계 구도에 본격화하면서 여러 사업을 챙기며 경영수업을 쌓고, 시야도 넓히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는 정 부회장이 그룹후계자로서 자동차에 이어 철강부문까지 경영 보폭을 넓히자 그룹경영의 전면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그룹전반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는 과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난 2005년 적자에 허덕이던 기아차를 정 부회장이 사장을 맡으면서 3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정 부회장은 기아차의 회생전략으로 ‘디자인 경영’을 꺼내들고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피터 슈라이어를 디자인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디자인경영의 첫 결과물인 ‘K5’가 나오면서 기아차는 극적으로 부활했다. 탁월한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2009년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현대차로 자리를 옮긴 후 현대·기아차의 글로벌시장 공략을 직접 챙기고 있다.
현대제철은 2010년 일관제철소를 준공한 뒤 생산규모를 크게 늘리며 지난해 매출 15조원을 돌파했다.
현대제철은 이날 이사회에서 성낙일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전형수 전 서울지방국세청장과 오정석 서울대 교수(경영학과)를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재선임하기로 했다.
이사 선임안은 다음달에 16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