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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서로 돕고 함께 나누는 푸른학교

  • 등록 2006.05.10 13: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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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경제위기가 닥쳐온 97년. 경제위기로 경제가 휘청거릴 때 서민들의 삶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유망한 중소기업이 줄줄이 도산하고, 멀쩡한 회사원은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어 쫓겨났다. 길거리에는 실직자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당시 전국 곳곳에서는 실업대책위가 세워지고 자구책을 찾기 위한 노력이 펼쳐졌는데 경기도 성남의 상황은 보다 심각했다.
98년 4월, 성남 실업자대책위(대책위)가 10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실업률이 50%가 넘는 기막힌 결과가 나왔다. 분당을 제외한 ‘구시가지’ 40만 인구 중 10만이 건설노동자였던 성남의 서민들이 그야말로 경제대란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또, 대책위의 조사결과 실직가정의 가장 큰 난관은 ‘생계비’와 ‘자녀교육문제’였다. 생계를 위해 맞벌이가 필수가 되어버린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실직가정 자녀 방과 후 학습지도 및 무료급식을 하는 ‘푸른학교’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실업자대책위가 푸른학교 설립을 결정하자 성남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도 도움의 손길이 쏟아졌고 98년 10월 성남 태평동과 상대원동에 푸른학교가 개설될 수 있었다. 4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였다. 그러나 막 간판을 달은 푸른학교의 난관은 한 둘이 아니었다. 장소, 유지비 마련 등 단 한개도 쉬운 것이 없었다. 그 당시를 회상하며 푸른학교 전지현 대표는 “선생님들이 낮에는 과외를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 돈으로 아이들 간식과 학용품을 사는 방식으로 유지해나갔어요”라며 웃음 짓는다.
무료급식은 교사들이 집에서 김치와 쌀을 가져오는 방법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그러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가까웠다. 푸른학교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아이들은 늘어갔지만 매달 소요되는 유지비를 감당하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역에 뿌리내린 푸른학교
99년 2월, 푸른학교는 고민에 빠졌다. “이걸 계속해야하나?” 처음에는 실직 부모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시작한 푸른학교에게 완전한 방향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었다. 6개월 동안 고민을 계속한 결과, 푸른학교는 “지금은 비록 형편이 어렵지만 이 사회를 이끄는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아이들이다. 아니 꼭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결심으로 다시 한 번 이를 악물었다.
오히려 창립멤버들은 성남 3개 동과 용인, 평택에 푸른학교를 설립해버리는 ‘사고’를 쳤고 질적인 도약에 박차를 가했다. 교사교육과 교육시스템을 정비하는데 눈을 돌린 것이다. 사실 푸른학교 창립멤버들은 전문 교사들이 아니었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넘쳤지만 전문적인 소양을 갖추지는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제 푸른학교 교사는 ‘치유의 마술사’가 되어야 했다. 형편이 어렵고, 상처가 많은 아이들을 치유하는 마술사. “푸른학교 교사는 아이들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전지현 대표가 밝히는 푸른학교 교사상이다. 단순히 엄마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만 해도 안 된다. 아이들을 불쌍히 여긴다면 더더욱 낙제감이다. 장차 나라의 주인이 될 아이들을 존중하고 이끄는 것이 푸른학교 교사들의 역할이다.
푸른학교 교사들의 ‘노동강도’가 더욱 가혹해지는 순간이었으며 특유의 교육시스템인 인성교육, 특별활동, 문예활동이 개발된 순간이기도 했다. 푸른학교는 단순히 아이들을 돌봐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통일, 민족적 소양을 키울 수 있는 인성교육을 병행했다.

여기에 노래, 풍물, 연극, 단소, 무용 등 특별활동이 추가됐다. 푸른학교가 벌이는 특별활동은 매년 1 천여명의 관객이 참여한 가운데 열리는 문화제로 발전, 지역축제로 자리 잡았다. 자신감이 없어보였던 아이들이 무대 위에서 멋지게 기량을 뽐내는 모습은 그 자체가 감동이었고 우레 같은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아이들의 공연을 관람한 부모님들에게는 행복을 안겨줬다.
”아빠와 함께 사는 두 남자 아이가 있었어요. 화물노동자였던 아빠는 자주 지방으로 출장을 가야했기 때문에 아이들을 돌볼 수가 없어 푸른학교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죠.
어느 날 푸른학교에서 공예작품 활동을 한 아이들이 자신들이 만든 작품을 아빠의 트럭에 걸어놓은 거에요. 그 작품을 본 아빠는 살면서 그렇게 감동을 느낀 적이 없다며 푸른학교를 찾아왔어요.”
이 일화는 푸른학교가 9년동안 만든 감동 중 하나. 그후 이 아빠는 푸른학교의 열렬한 후원자가 됐다는 후문이다. 푸른학교는 지난 9년 동안 이렇게 지역에서 자리 잡아 왔으며 발전을 계속했다. 성남 두 개동에서 시작한 푸른학교는 서울 창신동, 대전, 공주, 청주, 전주, 고양, 광주(경기도), 오산, 용인, 신갈, 의정부, 하남, 이천, 평택 등으로 번져나갔으며 성남에만 9개가 문을 열었다.

어린이날, 통일리어카가 달린다
5월 5일 어린이날은 푸른학교가 준비하는 가장 큰 행사 중 하나. 푸른학교는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에 통일리어카, 장애물 달리기, 물풍선 던지기, 타일그림그리기, 짚풀체험, 페이스페인팅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이중 통일리어카(리어카는 달리고 싶다)는 500원의 참가비가 있는 특이한 행사 중 하나. 리어카 달리기의 참가비는 ‘평택 농민 양수기보내기 모금운동’에 보태질 예정이다.
이날 행사는 200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으며 푸른학교 아이들 외에도 전교조 마당, 민예총 인형극이 열리고 ‘여성의 전화- 폭력 없는 날’의 야외 홍보 부스가 세워져 눈길을 끌었다.
푸른학교의 운영은 시에서 나오는 소량의 지원금과 시민들의 후원금에 의존하고 있다. 푸른학교에서 발행하는 소식지에는 후원인 명단이 빼곡히 적히는데 이를 자세히 보면 재미있다. ‘자원교사-박미화(영어)’라고 되어있다면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키는 것으로 후원을 했다는 이야기다. 이 외에도 ‘논현동성당(김치), 한전성남지점(쌀)’, 성주(문구)’라고 적혀있다. 물품후원을 해줬다는 기록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공간 임대료, 한 달에 60만원인 교사 활동비 등 적장 현금이 들어가야 할 곳은 벅찰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게다가 시에서 지원해주는 돈은 임대료로 사용하면 안된다, 교사 월급으로는 1인 이상 주어서는 안 된다는 등의 까다로운 조건이 붙어있어서 푸른학교를 더욱 괴롭게 한다. “돈 문제가 가장 힘들고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하지만 푸른학교는 아무 후원이나 덜컥 받지는 않는다.
기업홍보에 이용되는 ‘맞춤형’ 후원은 사절이다. “후원을 해준다고 하면 물론 고맙죠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불쌍한 아이들이 아닙니다. 돈 몇푼 쥐어주고 불쌍한 아이들 도와줬다고 생색내는 기업이라면 후원을 거절합니다” 이같은 전지현 대표의 말에서 푸른학교의 교육철학이 묻어난다. 아이들은 장차 이 사회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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