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은 새로운 생명을 맞이하기 위한 기쁘고 축복된 과정이지만 임산부들에게는 적지 않은 고통이 따른다. 출산 때까지 태아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정신적 부담감과 부른 배로 인한 힘겨움, 그리고 출산의 고통을 겪어야 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차이에 따라 임신중독증 등을 겪는 임산부도 있지만 전체 임산부 중 과반수가 경험하는 또 하나의 고통이 있다. 바로 요통이다.
어떻게 보면 임신 중 요통은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태아의 성장으로 배가 불러오면 복부비만 환자의 경우처럼 허리에 만곡현상이 나타나고 무게중심이 허리로 쏠려 디스크와 관절에 무리가 가는 것이다. 또 평균 10kg 이상 증가하는 체중의 대부분이 배 쪽으로 쏠려 있어 이를 지탱해야 하는 척추는 물론 인대와 근육, 골반까지 무리를 하게 된다. 이 때문에 임신 중 요통은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는 6~7개원 무렵부터 대부분 시작되고 출산일이 다가올수록 요통이 점차 심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대개의 임산부들이 겪는 요통은 척추 자체에 문제가 생겨서라기 보다 단순 근육통인 경우가 더 많다. 부른 배를 지탱하기 위해 허리를 뒤로 젖힌 자세를 오래 유지하게 되므로 허리 근육이 뭉쳐 통증이 생기는 것이다. 근육이 심하게 뭉친 경우에는 근육경련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 임신 말기에는 크게 부풀어 오른 자궁이 허리에서 다리로 가는 동맥을 압박해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로 인해 허리 통증 뿐 아니라 다리의 통증까지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태아의 성장으로 인한 척추굽이의 변화나 체중증가보다 직접적으로 요통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이 있는데 일명 임신 호르몬이라는 것이다. 임신 중에는 리락신이라고 하는 일종의 근이완 호르몬이 지속적으로 분비된다. 리락신의 역할은 허리 부분의 단단한 섬유성 조직을 이완시켜 태아가 자라는 자궁이 커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또 출산이 가까워 오면 골반이 벌어질 수 있도록 골반관절의 인대를 늘어나게 하는 역할도 한다. 이렇게 되면 허리와 엉덩이 부분의 인대가 느슨해져 요통이 생기는 것이다.
리락신은 임신과 함께 분비되기 시작했다가 출산 직후 중단되기 때문에 출산이 끝나면 늘어났던 인대가 원상태로 회복되고 따라서 요통도 사라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요통을 경험한 임산부의 10~20% 가량은 출산 후에도 여전히 요통이 계속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늘어났던 인대가 원상태로 회복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인데 특히 임신 횟수가 늘어날수록 인대가 회복되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으로 추축되고 있다. 또 출산 때 벌어졌던 골반이 원상태로 회복되는데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출산 후에도 엉치뼈 부분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골반 뼈 역시 출산 횟수가 늘어날수록 회복되는 시간이 길어질 뿐 아니라 완전히 제자리를 찾지 않는 경우도 있어 지속적인 요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태아의 무게 때문에 발생하는 요통, 임신 호르몬으로 인한 요통, 그리고 골반 주위 기관의 변형으로 인한 요통 등은 건강한 여성들도 임신이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에 경험하는 것이므로 특별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임산부 중 대부분이 허리가 아프면 가장 먼저 디스크가 아닌지 의심하고 걱정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은데 디스크 환자가 아닌 여성이 임신으로 디스크 환자가 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다만 평소 디스크 이상 증세가 있었던 임산부라면 임신으로 증세가 심해질 가능성은 있다. 임신 중의 자세와 체중이 디스크에 가하는 압력을 높여 디스크 속의 수핵이 탈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신 중에는 디스크 증세가 심해지더라도 수술이나 약물 투여는 조심해야 하므로 물리치료나 적당한 운동,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는 방법으로 통증을 완화시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