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2003년을 마무리하면서 10대 뉴스를 선정, 올 한해를 되짚어봤다. 불행하게도 국민들을 기쁘게 한 소식은 거의 없었다. 침울 그 자체였다. 기대를 받고 들어선 새 정부는 국정운영에서 미흡함을 드러내며 국민통합에 기여하지 못 했다. 경제는 침체 속에서 내내 허덕였다. 사회분야 또한 반목이 지속됐다. <편집자주> |
불법 대선자금 폭풍
한나라당 기업체 요구 대선자금 천문학적… 검찰,
“다음은 노 캠프”
16대 대선 당시 정치권이 기업으로부터 모금한 선거 자금이 수백억 대에 이르는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밝혀짐에 따라 '깨끗한 선거문화 정착' 이라는 정치권의 주장이 한갓 구호에 불과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우선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는 한나라당을 겨누고 있다.
검찰 수사로 현재까지 밝혀진 불법자금은 SK 비자금 100억원과 LG의 150억원 등 250억원이지만 삼성과 현대, 롯데 등이 최소 100억원 이상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5대그룹에서 모금한 돈만 해도 7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안팎에서는 1,000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기업체들로부터 700억원대의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것이 드러남에 따라 지난해 노무현 후보 캠프 측의 대선자금 모금규모와 측근비리에 대한 검찰수사의 진도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검찰은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민주당 대선자금 수사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되고 있음을 밝혔다. 문효남 수사기획관은 12월9일 노무현 캠프 수사와 관련, “언론에 (노 캠프 수사상황에 대한)보도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수사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면서 “상당한 정도로 수사를 진행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열린우리당 정대철 의원과 이상수 의원 등의 발언 등을 종합해볼 때 민주당이 지난해 대선 당시 기업들로부터 받은 불법 대선자금이 대략 300억원에 달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라크전과 파병 논란
금세기 최대의 부조리 전쟁 이라크戰…
파병 불똥에 대한민국 분열
20일 오전 5시30분 미·영 동맹군은 이라크 주변 페르시아만과 홍해, 지중해에 배치된 군함 6척을 동원해 모두 40여기의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을 바그다드 동남부를 겨냥해 발사함으로써 전쟁을 개시했다.
작전명 ‘이라크의 자유(Freedom of Iraq)’. 미국의 이라크전 명분은 대량살상무기 제거였다. 그러나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미국은 군수산업의 재도약과 원유확보라는 이중 목표를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는 전세계적인 비난에 직면했다. 이번 전쟁은 그야말로 금세기 최대의 부조리 전쟁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한편, 이번 전쟁은 대한민국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3월20일 이라크전 발발 직후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의 이라크전쟁을 지지하고 파병을 약속함으로써 평화·진보진영으로부터 큰 반발을 샀다. 주말마다 평화반전시위의 물결이 전국에 넘실댔고, 보·혁 간 대립이 극렬해졌다. 이 와중에 정부는 4월30일 서희·제마부대에 대한 이라크 파병을 단행했다.
현 시점은 제2차 파병정국. 지난 9월3~4일 한미 미래동맹회의 참석차 방한했던 리처드 롤리스 미국방부 부차관보가 독자적 수행능력을 가진 폴란드형 사단규모(2,400~3,000명)의 경보병을 이라크에 파병해줄 것을 공식요청하면서 정부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정부는 이라크 파병에 대한 공식입장표명을 유보해 오다가 10월 중순, 유엔이 이라크 치안유지를 위한 다국적군 구성 결의안을 통과시키자 파병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정부는 그러나 공병과 의무병 등 비전투병을 파견할 것인지, 특정지역 치안을 책임질 전투병을 파견할 것인지, 혼성부대를 파견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 한 상태다. 한편, 11월30일 이라크 파견 오무전기 직원 2명이 피격 사망하면서 파병반대 목소리는 정부를 더욱 옥죄고 있다.
참여기치 새정부 출범
기대 한 몸에…
그러나 연이은 사회문제 대처 미흡,
측근비리로 휘청
지난해 12월19일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57만여 표 차(2.3%)로 제치고 노무현 후보가 2월25일 대통령에 정식 취임했다. ‘참여정부’라는 슬로건을 내건 노무현 정부의 출범은 30년 간 한국 정치사를 지배해온 3김 시대의 종식과 함께 낡은 정치 청산을 의미했다. 상고를 졸업하고, 인권 변호사로 활약하다 정계에 입문한 이후에도 당내 비주류에 속했던 그가 대법관, 감사원장, 국무총리를 거치고, 주류사회를 대변해온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를 제친 것은 우리사회 비주류의 승리로 평가됐다.
최초의 자발적인 정치인 후원조직 노사모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노 대통령은 당선 초기 개혁 세력의 정치참여를 더욱 폭넓게 수용하는 등 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화물연대파업과 교육부 NEIS 문제, 한칠레FTA, 부안 핵폐기장 사태, 이라크 파병 등으로 국론이 분열되는 상황이 초래되면서 대통령의 지도력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됐다. 급기야 최도술, 이광재, 안희정 등 대통령 측근 비리가 터지면서 대통령 재신임을 묻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땅속까지… ‘대구지하철참사’
역시나 인재(人災),
사고 후 책임 회피 위해 은폐 조작 기도까지
공중, 지상, 해상에 이어 2003년에는 화마(火魔)가 지하를 삼켰다. 사망 192명, 부상 148명. 단순 방화로도 끝날 수 있었던 사건이 가져온 실로 엄청난 인명 피해 현황이다. 2월18일 오전 9시53분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 정차해 있던 1079호 전동차에 탑승한 정신이상자 김모(56) 씨가 플라스틱통에 담긴 휘발유에 불을 붙이면서 참사는 시작됐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벌어졌음에도 대구지하철공사 측에서 어떤 대처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관사, 역무원, 운전사령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 했거나 무시했다. 결국 1080호 ‘죽음의 전동차’는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는 상태에서 중앙로역으로 진입했고 불길은 이 전동차를 향해 옮겨 붙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시간은 있었다. 그러나 당황한 1080호 기관사는 운전사령의 명령을 받고 전원과 출입문 개폐를 관장하는 마스콘키를 뽑아들고 도주해버렸다.
한편, 사고 후 지하철공사 측은 1080호 기관사와 운전사령 간 교신내용을 조작하는 등, 조직적으로 사건 은폐를 기도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대구시도 현장을 보존하는 노력은커녕 물청소 하는 성의(?)를 보이기도 했다. 또 사고잔해를 처리하면서 쓰레기와 함께 유골과 유품을 내다버려 유가족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지난 12월4일 대구고법은 방화범에게 무기징역을, 1080호와 1079호 기관사에게는 각각 금고 5년과 4년을 선고했다. 정부는 뒤늦게 2005년까지 전국도시철도 전 차량에 대해 내장재를 불연성으로 교체하는 한편, 2007년까지 전국지하철과 철도안전에 3조1,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 밖의 각 분야 이슈들 정치, ‘툭’하면 특검 |
민주-열린우리당 분가
헌정사상 집권여당 최초 분열 사태
2000년 1월 16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세력의 결집을 내세워 재창당됐던 민주당이 3년 9개월여만에 분당의 아픔을 겪었다. 이는 국내 정치사상 처음으로 집권 여당의 분열이라는 오명을 남긴 사건이었다.
민주당 분당 싹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서부터 틔고 있었다. 당내 조직기반이 약했던 노무현 후보가 이인제, 한화갑 등 주류세력들을 제치고 대통령 후보가 됐고, 한화갑, 박상천, 정균환 의원 등 당내 주류 세력들은 경선을 승복하긴 했지만, 노무현 후보에게 비협조적었다. 이후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 당선되면서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적극적이었던 세력(신주류)들이 당의 발전적 해체와 인적청산을 들고 나와 민주당 구주류를 압박하기 시작하면서 분당의 사태는 점차 확산되게 됐다.
그러던 중 4·24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참패하자 신기남, 천정배, 정동영 의원 등 신주류 강경파 의원들은 “당 개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민주당이 국민들의 지지를 끌어낼 수 없다”며 당의 발전적 해체와 개혁세력을 한 데 모은 통합신당 추진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박상천, 정균환 등 호남지역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구주류는 민주당의 정통성을 내세우며 신당창당을 반대했고, 5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신당 창당 논란으로 당내 분열은 더욱 가속화됐다. 결국 지난 9월4일 마지막 당무회의에서 발생한 폭력사건을 끝으로 민주당은 분당의 길을 걸었다. 한편, 이 과정에서 특이할 점은 노무현 정권출범에 누구보다 공이 컸던 추미애 의원이 분당에 반대해 민주당에 잔류했다는 것. 추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후회의 뜻을 밝히기도 해 노무현 대통령과 확실한 대립각을 세웠다.
나라를 뒤흔든 로또 광풍
국민 전체 1년 동안 평균 7만원씩 구입,
정부 수익 1조891억원
지난해 12월 도입된 로또는 올 들어 열풍이 아닌 광풍으로 바뀌었다. 올 4월 복권 역사상 407억원이라는 최고의 당첨금을 기록한 경찰관이 단연 화제. 거금을 독식한 ‘신이 내린 사나이’ P씨(39·경사)는 당첨금 수령 이후 사표를 제출하며, 갑작스런 사표에 어리둥절해 하는 경무과장에게 “지난 주로또복권 1등 당첨자는 바로 접니다”란 말을 남겼다.
1년간 1등 당첨확률 814만분의 희박한 가능성을 뚫고 1등 된 사람은 53회차까지 모두 202명이다. 이 가운데 100억원 이상이 8명에 이르고, 50억∼100억원 미만도 50명에 달한다. 이들에게 지급된 금액만 총 8,431억원으로 총 매출액의 23%인 3조6,305억원이 1등에게 돌아갔다.
국민 전체적으로 연간 7만원씩 로또을 구입한 셈이다. 정부가 당첨금과 각종 제경비를 제외하고 거둬들인 수익은 약 1조891억원에 달한다. 순이익 1조원은 삼성전자(7조517억) 한전(3조598억) KT(1조9,638억원) 포스코(1조1013억) 등에 이어 재계서열로 따지면 8위권에 해당하는 큰 덩치다. 하지만, 로또열풍은 여기에 끝나지 않고 수많은 부작용을 남겼다. 경마·경륜과 더불어 정부의 ‘한탕주의’ 사업에 국민은 맥없이 끌려 다녔다. 전 국민을 투기꾼으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편안하게 세수를 거둬들이는 것을 정부가 포기할 리는 만무하다.
새만금과 위도의 승리
새만금은 ‘공사중지’, 위도는 ‘원점 검토’
올해의 환경 키워드는 단연 새만금과 위도다.
새만금 간척사업 - 여의도 면적의 140배 규모의 새만금 갯벌 간척사업은 일단 전면 중단됐다. 새만금 사업은 개발의 타당성과 불합리성을 주장하는 양측의 치열한 법정 싸움으로까지 전개됐다. 특히 해외의 석학을 증인으로 초빙하는 열의를 보였다. 환경운동연합 등은 지난 7월 독일 환경전문가인 아돌프 켈러만 박사를 증인으로 내세워 새만금 갯벌의 생태적 중요성에 대해 증언, 공사중지 명령을 이끌어냈다.
이에 개발을 추진하는 농림부와 농업기반공사는 10월 네덜란드의 세계적 간척전문가인 바트 슐츠 박사를 증인으로 불러와 반박했다. 한편, 새만금 사업을 중단시키기 위한 65일간에 걸친 성직자들의 삼보일배는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이 고행에는 문규현 신부, 수경 스님, 이희운 목사, 김경일 교무가 참여했다. 3월28일 전북 부안의 해창 갯벌을 출발해 5월31일 서울시청 앞까지 760리 길을 ‘세 걸음에 한 차례’씩 땅바닥에 엎드려 절하기를 65일. 네 성직자는 목숨을 내놓은 고행을 통해 “뭇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자”고 읍소했다.
위도 핵폐기장 - 지난 7월11일 김종규 부안군수가 “17년 동안 표류해온 정부의 핵폐기장을 위도에 유치하겠다”며 유치 지원서를 산자부에 제출하면서 위도사태는 불거졌다. 위도 주민들은 지난 5월 최초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1,400명 중 900명 이상이 핵폐기장 유치에 찬성했었다. 위도 주민들이 핵폐기장 설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이유는 정부의 보상 계획 때문이었다.
당시 위도에는 정부가 가구당 3~5억원씩 현금 보상할 것이라는 얘기가 떠돌았다. 그러나 정부가 현금보상안을 철회하고 핵폐기장 건립 반대 목소리가 드높아지면서 부안은 정부와 시민들간의 극한 대립 양상으로 치달았다. 초중고교생들이 집단으로 등교를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하는가 하면, 시위로 인해 시민과 경찰 양측에 부상자가 속출했다. 결국, 정부는 12월10일 핵폐기장 부지 선정을 원점에서 출발하기로 발표했다.
전세계 강타한 ‘사스’ 공포
사스 여파 세계 경제 휘청…
올 겨울에도 발생 가능성 농후
지난해 11월 발생해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사스(SARS 급성호흡기증후군)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9월에도 싱가포르에서 사스 양성 환자가 발생했다. 올 겨울 사스는 또 다시 창궐할 가능성이 있다고 세계보건기구는 경고한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일부터 올 7월31일까지 이 전염병으로 인해 8,098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774명이 사망했다. 치사율이 무려 9.6%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중국과 홍콩 등은 사스로 인해 거의 패닉 상태에 빠질 정도로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이 지역으로의 여행을 꺼리면서 우선 항공, 여행, 숙박업계가 휘청댔다. 소매요식업종의 매출도 50% 이상 급감했다. 특히 투자를 희망했던 외국 자본은 이를 고려하거나 전면 철회했다. 세계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중국과 동남아 지역은 세계 PC 조립의 85%, 실리콘칩 생산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 지역에 생산 거점을 둔 기업들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월가의 영향력 있는 인물인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증권 수석이코미스트는 “사스가 이미 관 속에 있는 아시아 및 세계경제에 못질을 한 격”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사스 무풍지대였다. 그렇지만 피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스로 여행업계가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역시 호황을 본 것도 여행업계였다. 제주도는 유례 없는 사스 특수를 누렸다.
싱크탱크의 충고 참여정부의 싱크탱크 격인 민변이 쓴 소리를 했다. 민변은 12월8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2003년 한국인권보고대회’에서 노무현 정권 1년을 돌아보며 노동, 사법, 환경 분야 등에서 일침을 가했다. 노동분야 한편, 민변은 △헌법을 파괴하는 이라크 파병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연일 악화일로로 치닫는 이라크의 안정을 위해 평화롭고 현명한 지원책을 모색할 것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일방적 시행을 즉각 중단하고 개인정보보호 등 정보인권 보장을 위한 법적, 제도적 대안 모색에 적극 나설 것 등을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