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감독 : 존 허츠펠드 / 주연 : 로버트 드 니로, 에드워즈 번즈
<택시 드라이버>,
<히트>, <미션>, <더 팬>, <디어헌터>의 최고의 배우, 로버트 드 니로가 영화 <15분>
에서 민완 형사로 분했다.
감옥에서 방금 출소한 범죄자 에밀과 올렉은 예전 동료에게서 돈을받고자 유럽에서 미국으로 날아온다. 그러나 이들이 찾은 동료에게는 돈이
바닥난 상태. 성난 두 사람은 동료를 처참히 살해하고 그의 집에 불을 지른다. 또한 이 모든 상황을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훔친 캠코더에 고스란히
담는다.
‘피플’지를 장식했던 뉴욕의 형사 에디와 내성적이면서 소심한 방화전문 수사관 죠디는 계속되는 연쇄방화사건과 살인사건을 공조수사하기에 이른다.
미국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은 뉴스쇼 ‘탑 스토리’를 시청하던 범죄자들은 자신들이 찍은 비디오를 메스컴을 통해 유포할 생각을 한다.
<15분>에는 쫓기는 범죄자들이 자신들의 폭력과 범죄행각을 비디오 테잎에 담아 낱낱이 캠코더에 기록한다. 이것은 ‘스너프 필름’으로
영화 속에서 또 하나의 영화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15분>을 보는 관객은 영화 전체의 플롯과 영화 속 ‘스너프 필름’의
또 다른 이야기 전개라는 두 가지를 보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관객의 뒤통수를 쳤었던 ‘반전의 영화’에는 대표적으로 <세븐>, <유주얼 서스펙트>, <식스센스> 등을
들 수 있다. <15분>은 곳곳에 함정을 파 놓고 관객이 예상할 수 있게끔 단서를 내놓고도 그것 자체가 또 하나의 함정이었다는 사실을
영화 종결 때까지 전혀 관객이 눈치 못 채게 하는데 성공해, 감독인 존 허츠펠트는 재미, 치밀함, 반전이라는 면에서 관객에 완승을 거두었다는
평이다.
야드비가의 베개
감독 : 크리스치나 딕 / 주연 : 일디코 토트, 빅토르 보도, 로만 루크나르
한 여자만을 사랑했지만
결코 행복할 수 없었던 남자, 한 남자만을 사랑했지만 그 남자를 완전히 소유할 수 없었던 여자, 역사의 혼란스런 수레바퀴 사이로 찾아든 강렬한
유혹. 불륜이란 그저 부도덕한 치부일 뿐인가, 아니면 다시 찾아온 운명적 사랑의 다른 이름인가를 <야드비가의 베개>는 보여준다.
야드비가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바치는 온드리스와 그런 그의 사랑을 뒤로한 채 프란시에게 열정적인 야드비가, 다시 그 사랑을 욕망으로 채우는
프란시. 온드리스의 지나친 잠자리 강요에 못이긴 야드비가는 과거에 남자가 있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온드리스의 눈먼 사랑은 오히려 그녀를 감싸고
이해한다. 이제 이들에게 사랑의 기쁨만이 남아 있을 줄 알았는데 세계 1차 대전이 발발하고 온드리스는 징집 대상이 되어 전쟁터로 나간다. 남편과
생이별을 한 채로 외로움에 젖어들기 시작하는 야드비가에게 찾아온 것은 운명적인 첫사랑. 한편 온드리스는 경찰의 밀정이 되는 조건으로 다시 야드비가의
품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
영화는 레일 위를 질주하며 헝가리 제국이 해체되어 가는 과정을, 그 속에서 붕괴되어 가는 한 가족의 일대기를, 그리고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운명적인 관계를 풀어낸다. 그런 면에서 <야드비가의 베개>는 이제까지 모든 불륜 영화가 가질 수밖에 없었던 벽을 허물기에 충분하다.
선댄스가 인정하는 헝가리 출신의 여성 감독인 크리스치나 딕은 연출뿐만 아니라 각색에 있어서도 여성특유의 섬세함을 잘 살리고 있다. 헝가리를
비롯한 유럽의 평단으로부터 전작들이 멜로 드라마적 성향이 강했다는 평을 들었던 것에 반해 <야드비가의 베개>를 통해 ‘지극히 정당하며
급진적인’ 페미니즘을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나토미
감독 : 슈테판 루조비츠키 / 주연 : 프란카 포텐테, 벤노 퓨어만, 안나 루스
헐리웃 공포물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아주 특별한 별식이 준비 돼 있다. 독일 특유의 견고한 분위기와 발랄한 헐리웃 감각을 보태 스타일리쉬한 공포 스릴러로 탄생한
<아나토미>
명망 있는 의사 가문의 딸 파울라. 그녀는 하이델베르크에서 저명한 교수의 해부학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꿈에 그리던
수업을 듣게 된 것도 잠시, 파울라는 기차에서 만난 적이 있는 청년이 해부 대상으로 테이블 위에 누워 있는 것을 보고 놀란다. 그리고 사체에서
칼에 찔린 듯한 자국과 AAA라는 이상한 문자가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파울라는 그의 죽음에 의문을 품게 되고 정확한 사인을 밝혀내려
애쓴다. 결국, 그녀는 반(反) 히포크라테스라는 아주 오래 전부터 내려오고 있는, 살아있는 육신을 해부하는 비밀 조직에 대해 알게 된다. 그
조직은 그녀가 공부하고 있는 해부학 강의실에도 존재하고 있었다. 그 후로 학생들이 하나 둘씩 사라져가고 파울라는 그들이 생체실험의 희생양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에 휩싸이게 된다.
<아나토미>에서는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으로 ‘해부’가 사용되었다. 인체해부학에 대한 지식 없이는 의사가 되는 과정을 건널
수 없고, 해부학 지식은 인체를 직접 해부해 보지 않고는 습득할 수 없다. 이런 아이러니 속에서 <아나토미>는 의학 발전을 위한
인체의 희생은 과연 정당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영화 속 비밀 조직 AAA는 살아있는 육체를 해부함으로써 수십, 수백 년을 앞당길 수
있는 획기적인 의료 기술과 지식을 얻어왔다고 그려지고 있다.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은 현재 우리가 누리는 놀라운 의료 혜택이 어느 정도는 역사의
이면에 감춰졌지만, 그러한 독선적 사고를 가진 이들의 무모한(?) 사명감에 빚을 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열정의 무대
감독 : 니콜라스 하이트너 / 주연 : 아만다 셜, 조이 살다나, 수잔 메이 프랫
‘카르페 디엠’이라는
유명한 명언을 남기며 많은 젊은이들에게 감동으로 다가왔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이어 역시 전통과 규칙만을 중히 여기는 미국
발레 아카데미(ABA)에서 자유를 꿈꾸며 자신의 꿈과 사랑을 찾아가는 여러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 나와서 주목을 끈다.
최고의 발레리나가 되고자 하는 열정은 지녔으나 테크닉이 부족한 조디 소여, 재능은 있으나 반항적인 태도로 교사로부터 미움을 받는 이바
로드리게즈,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로 최고만을 향해 달리는 냉정한 모린 커밍스. 그리고 전통과 규칙만을 중시하는 ABA에서
늘 부딪히는 두 교사 조나단과 쿠퍼. 개성과 일탈을 중심하며 항상 파격적인 무대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젊은 무용수 쿠퍼는 전통만을 고집하는
조나단에게 자신의 연인이었던 발레리나 캐서린을 빼앗기게 되면서, 라이벌 이상의 감정을 지니게 된다. 열정에 비해 클래식 발레에는 적합하지 않은
미숙한 테크닉으로 계속 부진한 성적을 얻는 조디는 쿠퍼를 만나면서, 자신에게 어울릴 또 다른 무대를 발견하여 자신감을 찾게 되고, 엄마의 말에만
따르던 모린은 남자 친구 짐을 떠나면서 자신의 진정한 꿈이 무엇인지 되묻기 시작한다.
댄스 영화인만큼 빠질 수 없는 것이 음악이다. 이미 세 번의 아카데미 베스트 오리지날 사운드 트랙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바 있는 조디
펜튼의 프로듀스 아래 진행된 <열정의 무대>의 OST는 전곡이 경쾌한 팝으로 영화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킬 수 있는 음악들로 구성되어
있다.
감독인 니콜라스 하이트너는 <미스 사이공>을 연출하였으며, 세익스피어의 <십이야>, <Carousel>로
베스트 감독상을 비롯하여 다섯 번의 토니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김동옥 기자 dokim@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