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 흉기를 넘어서 걸작으로
인사동 ‘나이프 갤러리’, 최고(最古)의 예술품 전시·판매
인류가 수렵생활을
시작하고 무리를 지어 활동하기 시작한 태고적부터 지금까지 인간의 손에서 떠나지 않은 물건이 있다. 무엇일까? 정답은 칼이다. 활처럼 먼 거리의
적을 제압하지도 못하고 현대의 총이나 포처럼 엄청난 살상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도 칼이 인간의 곁을 떠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칼만이 가진 독특한 분위기와 예술성이 아닐까 한다.
칼의 양면성
칼의 시작은 아마도 사냥에 필요한 도구와 식재료의 가공 등, 생명의 유지를 위한 원초적인 동기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즉, 칼의
탄생은 생활을 영위해 나가기 위한 최소한의 문명의 이기로서 였다. 그러나 인간이 부족과 국가를 만들고 이웃 국가들과의 전쟁이 시작되면서, 칼은
생활에 필요한 도구라기 보다는 사람을 헤치는 흉기로서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었다. 칼이 가진 이같은 양면성은 지금도 다르지 않다. 훌륭한 생활도구가
될 수도 있고 무시무시한 흉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오늘날 실제로 전쟁터에서 칼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각종의 첨단 무기들은 칼이나 활같은 원시적인 무기들을 대체해 가공할 힘을 가진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기술도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칼이 단순한 살상도구가 아닌 예술적 가치를 지닌
물건으로 인정받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흔히들 커스텀나이프(Custom Knife)라 부르는 작품들은 제작목적이 실용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술성을 최우선으로 한 감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가격도 수천만원에 이르는 고가품이 많다.
한국의 도검(刀劍)
우리나라도 칼에
관한 한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의 빼어난 기술을 자랑한다. 한국의 검은 살성을 드러내지 않고 인간과 자연스럽게 조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한국도검은 검을 칼집에서 뽑지 않고 피를 잘 보지 않는 것이 미덕이다. 살상을 미덕으로 하는 일본도와는 정반대의 성격이다. 그래서인지
풍기는 이미지도 바위같은 묵직함과 무딤, 선비의 지조와 고결함이 묻어 나온다.
기술적 차원에서 한국도를 고찰해 보면, 한국도는 크게 특수강칼과 단조강칼로 나뉜다. 특수강칼은 공구강의 일종인 합금강판을 절단, 연마하여
만드는 칼이다. 이러한 제조방식은 도검 전체의 강도가 동일하고 경도(단단한 정도)가 높아 어떻게 베어도 칼이 휘거나 뒤틀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충격을 흡수하지 못해 이가 나가거나 부러지기 쉬운 단점을 가지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반면, 단조강칼은 말 그대로 단조방식(쇠를 불에 달구어 망치로 두들겨 검날을 성형하는 방법)을 사용하여 만드는 칼을 말한다. 망치로 직접
쇠를 두들겨 만들기 때문에 조직이 치밀하고 절삭력이 뛰어나다. 아울러 열처리방식(담금, 풀림, 뜨임, 부림 등)도 칼날 부분에만 열처리하는
부분열처리 방식을 사용한다. 때문에 칼등과 칼날의 강도가 각기 다르고 인성(경도와 상반된 개념)도 좋아 충격흡수가 잘되고 벨 때의 손맛도 뛰어나다.
흔히 단단한 칼일수록 명검이라는 생각이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너무 단단하면 부러지기 쉽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의 나이프 갤러리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청남빌딩 2층에는 특이한 갤러리가 하나 있다. 이곳에선 회화나 조각같은 미술품들을 전시하지 않는다. 여기서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은 다름아닌 나이프, 즉 칼이다. 나이프 갤러리는 국내에선 최초로 도검류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이다. 대표이사인 한정욱(48)씨는
개인적인 수집품과 외국의 수입품, 국내 대장간에서 공급받은 제품 등 총 500여 종의 도검류를 전시·판매하고 있다.
30여평의 그다지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이곳엔 온갖 종류의 칼들로 꽉 들어차 있다. 우리의 전통 도검인 한국장도를 비롯해 일본도, 커스텀나이프,
아웃도어나이프(사냥·등산 등 레저용 나이프), 멀티툴(다기능 나이프), 빅토리녹스(Swiss Army) 등에서 부엌칼에 이르기까지 칼에 관한
한 모든 종류가 구비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일본에서 활동 중인 재일교포 작가 최상길씨의 커스텀 나이프는 세계 최정상급의 품질과 명성을 얻고 있는 작품으로 애호가들의 눈길을
끈다. 또한 장도장으로서 중요무형문화재 제60호로 지정되어 있는 박용기씨의 작품도 접해 볼 수 있는데, 전시된 20여종의 작품들은 일반 소비자를
위한 비교적 소품의 작품들이 많다.
“칼은 사라지지 않을 예술품이죠”새로운 도검(刀劍) 문화를 열어가고 싶다는 한정욱 나이프 갤러리 대표이사칼에 - 칼은 고대부터 미래까지 사라지지 않을 예술품이죠. 인간이 태어나 탯줄을 자를 때 가장 먼저 접하는 물건도 바로 칼 아닙니까? 어렸을 나이프 갤러리를 열게 된 동기나 목적은. - 일본엔 전문 나이프숍이 전국에 약 200여개가 넘게 있습니다. 미국은 총과 검을 같이 취급하는데 1000여개가 넘는 점포가 있죠. 나이프 갤러리를 여는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 총검류는 경찰청에서 허가를 얻어야 소지할 수 있죠. 처음에 경찰청에 찾아가 1000종이 넘는 칼을 전시하겠다고 하니 무척 당황해 하더군요. 갤러리를 주로 찾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 남성분들이 특히 좋아하십니다. 디자이너같은 예술가들과 외국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 주시죠. 한국장도(은장도)의 90%는 외국인들이 구매하고 칼은 주로 어떤 방법으로 수집하는지. - 대부분의 칼은 직접 해외에서 구입한 경우가 많습니다. 해외에 있는 친구들과의 정보교환도 칼을 모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죠. 유명 작가들은 고객이 가장 많이 찾는 종류의 칼은. - 실제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은 고가의 예술품들보다는 빅토리녹스나 멀티툴, 아웃도어나이프 등 실용적이면서 저렴한 제품들입니다. 올바른 칼 감상법과 보관법은. - 칼을 감상할 때 가장 우선되는 것은 디자인입니다. 그 후엔 자신이 사용하고자 하는 용도를 생각해야 하죠. 흔히들 칼을 보관할 때, 앞으로의 계획은. - 다음달 중순경에 좀 특별한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영화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멋진 칼들과 투구 등의 소품들을 전시·판매할 |
장진원 기자 jwjang@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