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출신 국회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상임위 활동을 하면서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면 법에 저촉될까, 혹은 아닐까. 정답은 ‘저촉된다’ 이다. 올 6월1일부터 시행된 국회법 개정안(40조의2) ‘상임위 직무관련 영리행위 금지’조항에 의해서다.
최근 본지는 참여연대가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서울시 시의원은 투잡족’이라는 기사를 통해 서울시의원 106명중 72명이 건설,부동산업종 겸직을 하고 있어 이들의 직무관련 상임위 배정을 우려한 바 있다. 조사를 진행했던 참여연대에 따르면 “지방의회의 경우 겸직신고에 관한 규정조차 없어 이들이 어떤 상임위에 배정됐는지를 일일이 추적할 수 밖에 없다”는 안타까운 첨언이었는데…
국회의원 변호사는 ‘영업못함’
지난 5일 참여연대는 국회 법사위 출신 2명의 의원으로부터 2통의 편지를 전달받았다.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으면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중인 한나라당 안상수(경기 의왕과천)의원과 당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역시 변호사 사무실을 갖고 있는 나경원(비례대표)의원으로 부터다. “연말안에 폐업”의사를 밝힌 안 위원장과 “휴업계를 고려중”이라는 나 의원의 답변은 모두 참여연대가 10명의 법사위원중 국회법 개정안이 발효된 6월까지도 여전히 변호사 사무실을열고 있는 의원 4명을 대상으로 ‘조속한 휴업의사를 묻는 질의서’를 발송한데 이은 것이다.
이미 법 개정을 전후해 가장 먼저 변호사 사무실을 휴업한 임종인(경기안산상록을)의원을 비롯한 문병호(인천부평갑), 이상경(서울강동을),이상민(대전유성),주성영(대구동갑),최병국(울산남갑)의원 등은 질의발송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참여연대는 밝혔다. 사실 국회 안팎에서는 올 6월1일부터 시행된 국회법 개정안 중 ‘상임위 직무관련 영리행위 금지’조항의 유권해석을 놓고 뜨거운 논란이 벌어졌다. 특히 법사위원장인 안상수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법률고문이 겸직금지의 기본적 정신에 위배된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힌바 있어 그 판단근거에 궁금증을 더한 바 있다.
이종걸, 박세환 의원은 ‘영업중’
‘금년 내 휴업’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안 위원장은 일단 “법사위원의 지위가 법원·검찰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까운 친지·친구들의 법률상담을 해주고 소액의 고문료를 받는 것은 겸직금지 기본정신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나 의원의 경우 “상임위와 관련된 모든 영리행위를 금지하는데 동의”하면서도 “당 소속 이강두 의원은 사단법인 국민생활체육협의회 회장으로 피선되었음에도 문광부로부터 단순히 야당의원이라는 이유로 취임승인거부처분을 받았는바 당 국회의원으로서의 기본적 의무라고 판단 무료변론”을 맡았음을 분명히 했다. 참여연대는 어쨌든 휴업의사를 밝힌 두 명의 의원은 물론이고 아예 답변조차 하지 않은채 변호사업을 계속중인 이종걸(경기안양만안), 박세환(강원철원화천양구인제)의원 등이 이처럼 국회법 개정안 시행이후에도 ‘카멜레온’같은 법해석을 하는데는 모두 국회차원의 책임주체 부재가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국회 차원의 기준, 시행규칙이 철저히 마련돼야 한다. 무엇보다 직무관련성을 판단할 부서나 기구를 마련해 책임주체를 명확히 가려내야 할 것이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김현정 간사는 “국회의원 개인에게 판단을 맡긴게 문제”라며 “국회의장조차 단독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며 국회운영위에 해석을 의뢰한 사실에서도 이같은 주체의 문제는 주목된다”고 밝혔다.
‘국회의원 포괄적 영리행위 금지’로 가야
국회사무처에 아예 겸직철회 신고조차 하지 않은 채 배포좋게 법사위 위원 겸 변호사업 활동을 계속중인 의원, 연내 휴업을 약속했지만 유독 법사위원들의 변호사직 겸직만을 놓고 벌이는 논란이 불편한 듯 국회의장에게 그 허용여부를 질의한 의원에 이르기까지 개정 국회법을 놓고 국회는 꽤 시끄러운 모습이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국회의원의 영리행위 금지는 국회의원의 직무와 관련한 이해충돌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의정활동의 성실성을 제고하기 위해 시민단체가 수년에 걸쳐 제기한 과제”라며 “이미 17대 총선 당시 각 당이 공약을 통해 국민에게 약속한 사안인만큼 의원들이 이를 ‘포괄적인 영리행위 금지’를 위한 입법의 한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변호사법 개정권, 법원 검찰에 대한 포괄적인 감사권한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국회 법사위원들의 변호사직 겸직. 참여연대의 휴업의사 질문에 ‘노 코멘트’로 일관한 법사위원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일까.
법사위 안상수 위원장
“금년내 휴업할 것”
입법취지에 따라 먼저 변호사직을 휴업할 계획은 없는지.
한나라당내 및 지역구 등에서 무료 법률상담.무료변론 등 필요한 경우에 한정해 당분간 변호사직을 유지하다가 금년내 휴업할 계획이다. 다만 현재도 외부로부터 일반사건의 수임.고문 등 영리행위는 일체 하지 않고 있다.
법률고문이 겸직금지 기본정신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근거는 무엇인지.
법사위원의 지위가 법원.검찰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까운 친지·친구들의 법률상담을 해주고 소액의 고문료를 받는 것은 겸직금지 기본정신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생각돼 국회의장에게 그 허용여부를 질의하고자 한다. 이는 변호사 출신 의원이 법사위원회 지원을 기피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법사위 나경원 의원
“휴업계 고려중”
국회법 40조2의 입법취지에 비춰볼 때 ‘법사위원의 변호사직 겸직’에 대한 견해는.
위 규정의 직무관련 영리행위금지라는 입법취지에 적극 공감한다. 국회의원은 성실의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상임위와 관련된 모든 영리행위를 금지해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다.
입법취지에 따라 변호사업을 휴업할 계획을 갖고 있나.
위 입법취지가 변호사인 국회의원에게 휴업을 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예컨대 한나라당 소속 이강두 의원은 사단법인 국민생활체육협의회 회장으로 피선되었음에도 문광부로부터 단순히 야당의원이라는 이유로 취임승인거부처분을 받았는바 나는 이러한 사건에서 이강두 의원을 도와드리는 것이 바로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서의 기본적 의무라고 판단 무료변론임으로 참가하게 됐다. 사실 법사위 배정 후 처음에는 휴업계를 낼것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개인적으로는 이강두 의원 사건이 종료되면 휴업계를 낼 수도 있다고 고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