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이석채 KT 회장이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검찰의 압수수색과 청와대의 사퇴 압박, 해외 비자금 논란에도 사실상 KT 회장직을 물러날 뜻이 없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수많은 난관을 돌파하기로 결심했다.
이석채 회장은 29일(현지시간) 아프리카 르완다 키갈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정면 돌파란 단어를 모른다”면서도 “내 할 일 할 것이다. 세상의 종말이 와도 사과나무 심겠다는 그런 것이다”고 밝혀 회장직을 이어갈 뜻을 간접적으로 전달했다.
이 회장은 “거대 쓰나미를 어찌 돌파하겠나”라면서 “나한테 주어진 시간이 언제까지일지는 모르지만 내 나이쯤 되면 무슨 사심이 있겠나. 거취는 내가 판단할 문제 아니고 최선을 다할 뿐이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수사 중인 배임혐의와 비자금 조성을 위한 차명계좌 의혹에 대해서는“모르겠다”고 밝혔다. 이런 일련의 일들이 최고경영자(CEO) 교체를 위한 수순이라는 설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 회장이 이처럼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은 국민 여론이 KT에게 유리한 쪽으로 옮겨질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청와대가 정권이 새로 바뀌었다는 이유로 민영화 된 KT의 최고 수장을 함부로 바꾸는 것은 공권력 남용이고 월권이며 KT의 경영에도 좋지 않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도 검찰이 KT 이석채 회장에 대해 배임 혐의로 수사 중인 데 대해 “만에 하나라도 정권이 바뀌었으니 자기 사람을 심겠다는 의도가 있다면 국민을 실망케 하는 일”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최민희 의원도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회장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그 자리에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을 낙점하려 했다면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행위가 이석채 회장의 (방만한 경영)보다 낫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더불어 이석채 회장의 혐의가 횡령, 사기 등 치명적인 사안이 아니고 배임 혐의이기 때문에 '경영상의 판단'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재판까지 이끌어 간다면 충분히 시간을 벌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민단체와 국회의원이 제기하는 '방만 경영'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엔 아직은 역부족이다. 이 회장은 직원들의 대규모 명예퇴직, 경영진의 과도한 보수 인상, 본 사업과 무관한 종합편성채널 투자, 친인척 사업 연관 등 수많은 비리와 의혹에 연루돼 있다.
특히 KT 출신이자 여당에 몸을 담고 있는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도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매달 KT 직원이 한사람씩 자살하고 있다”며 KT에 강한 비판의 날을 세웠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도 KT에 대해 낙하산 인사들의 재취업 공장이라고 꼬집으며 “이석채 회장의 방만한 경영에 대해서는 법이 엄정하게 심판할 것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석채 회장은 31일 키갈리에서 공식 일정을 마친 후 브로드밴드 구축에 관심을 가진 아프리카의 다른 나라를 방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