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임성주 기자] 성인여성 10명 가운데 3명가량은 성폭력 피해 상황에서 별다른 대처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전국 만 19세 이상 64세 미만 남녀 3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3년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다. 성폭력 실태조사는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제4조에 따라 3년마다 실시하는 국가통계로 2007년과 2010년에 이어 이번이 3번째다.
그 결과 성폭력 피해 상황에서 여성은 ‘자리를 옮기거나 뛰어서 도망침’이 59.4%로 가장 높았으나, ‘그냥 있었다’는 응답도 27.1%를 차지했다.
그냥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51.3%)와 ‘남이 알까봐 창피해서’(40.7%)를 꼽았다.
경찰이나 피해자 지원기관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요청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성폭력피해를 경험한 조사대상자 중 1.1%만이 경찰에 직접 도움을 구했고, 피해자 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한 비율은 0.2%에 불과했다.
성폭력 피해 정도에 따라 살펴보면 가벼운 성추행 1.3%, 심한 성추행 5.3%, 강간·강간미수는 6.6%로 피해가 심각할수록 경찰에 직접 도움을 요청하는 비율은 높아졌다.
여성들은 범죄피해에 대한 두려움도 컸다.
‘나는 밤늦게 귀가하거나 택시를 탈 때 무슨 일이 생길까봐 두렵다’ 의 항목에 여성은 78.5%가 그렇다(매우 그렇다 포함)고 응답한 반면 남성은 23.2%가 동의했다. 또 ‘집에 혼자 있을 때 낯선 사람의 방문(수리기사, 택배 등)이 무섭다’는 물음에도 여성 76.3%는 그렇다고 답했다.
아울러 성폭력 방지 정책으로는 1순위로 ‘가중처벌 등 가해자에 대한 법적 조치 강화’(29%)를 선택했다. ‘TV 등 공익광고를 통해서 관련 법 및 서비스 홍보’ 27.4%, ‘폭력 허용적 사회문화의 개선’24.3% 등으로 뒤를 이었다.
한편 3년 전에 비해 성폭력 피해율은 낮아졌다. 지난 1년간 성추행·강간 발생비율은 2010년 2.9%에서 1.5%로 감소했고, 평생 발생비율도 19.6%에서 10.2%로 줄었다.
조윤선 장관은 “성폭력 피해율이 3년 전에 비해 낮아진 것은 고무적이지만, 경미한 성폭력 문제에 대해서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신고하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것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우리 사회의 성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한 찾아가는 예방교육과 장애인, 노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