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우동석기자 ] 증권사들이 사상 최악의 '보릿고개'를 겪으면서 올해 설 상여금 봉투도 대폭 얇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10곳 가운데 이번 설 연휴를 앞두고 직원들에게 상여금을 지급한 증권사는 단 2곳뿐이다.
한국투자증권이 명절 상여금으로 30만원을 지급했고, 현대증권은 귀성비 명목으로 사원 30만원, 책임자급(대리급 이상) 40만원을 각각 나눠줬다.
일부 증권사는 선물 등으로 상여금을 대신했다. 우리투자증권이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10만원 상당의 선물을 고를 수 있게 했고,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창립기념일을 맞아 상품권으로 상여금을 갈음했다.
하지만 업계 1위인 KDB대우증권을 비롯해 대신증권, 동양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대투증권 등은 올해 설 상여금은 커녕 선물조차 지급하지 않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 업황도 안 좋고, 회사도 어려운 상황에서 설 상여금이 나올 것이란 기대는 애초부터 하지 않았다"고 푸념했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72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4년 설 연휴 및 상여금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76.4%가 올해 설 상여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급액 또한 전년보다 4.3% 증가한 123만2000원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거래부진에 따른 실적악화가 지속하면서 증권사들에게 상여금은 언제부턴가 '남의 집 얘기'가 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4~12월) 대부분의 증권사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9일 기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실적을 발표한 증권사 가운데 KDB대우증권, 현대증권, 한화투자증권, HMC투자증권, 동부증권,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등이 줄줄이 적자를 나타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설은 빈 손으로 조용히 고향에 내려가게 될 것 같다"며 "하지만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지 않은 게 어디냐. 회사에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씁쓸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