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기자] 지난 17일 조류인플레인자(AI) 의심신고가 접수된 이후 AI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전북 고창과 부안에서 시작된 AI는 어느새 북으로는 경기 화성, 남으로는 경남 밀양까지 퍼지고 말았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전국이 AI 영향권내에 드는 건 시간 문제다.
올해 AI사태는 그동안 4차례 겪었던 상황중 가장 길었던 지난 2010~2011년을 연상케 한다.
당시 AI는 25개 시·군 286농가에서 발생했고 닭·오리·매추리·꿩 등 647만마리를 살처분하는 등 139일간 계속됐다.
살처분 보상비로만 822억원이 나갔는데 닭고기, 오리고기 등 우리가 즐겨먹는 가공가금류까지 합치면 수천억원의 피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관련업계는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AI를 '조류독감'이 아닌 '조류인플레인자'로 부르는 것이다.
'조류독감'이라고 하면 조류에 독감이 걸려 이를 먹으면 감염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이미지를 피하기 위해 '조류인플레인자'로 부르자는 것이다.
남을 배려치 않는(?) 용어 선택이 소비자의 혐오감을 불러일으켜 가공가금류 판매에도 타격을 미치는 주는 것을 최소화하겠다는 게 가금류 업계의 숨은 뜻이다.
그 뒤에는 섭씨 70도에서 30초, 섭씨 75도에서 5초만 끓이면 조류 바이러스가 사멸돼 식품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동안 가금류 산업계와 공중파 3사가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 이제는 일반국민도 AI를 조류인플레인자라고 부를 정도다.
그렇지만 최근 AI사태가 터지자 치킨매장이나 오리고기 전문점은 손님이 평균 30~50%까지 줄었다. 엊그제가 설이었지만 닭 판매 매장은 썰렁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도 소비자들의 두려움을 떨치기는 역부족이란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소위 '알만한 사람들'이 'AI'를 여전히 '조류독감'라고 불러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새누리당 고위 인사와 도지사 출마를 준비중인 민주당의 한 인사는 "AI 불안감을 해소하고 가금 농가를 돕겠다"며 열린 "오리고기 시식 행사'에서 '조류독감'이란 표현을 써 병주고 약주는 꼴이 됐다.
경제부처의 최고 수장도 회의를 주재하면서 "조류독감 확산 방지를 위해 가금농장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가 "용어 선택도 제대로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앞서 환경운동연합은 이번 AI사태가 야생철새에서 비롯됐다고 방역당국이 추정하자 발끈하며 발표한 성명에서 '조류독감'이란 표현을 사용했고 의사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심지어는 일부 농민단체까지 똑같은 오류를 범했다.
물론 AI를 조류독감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이 가금류업계의 뜻을 이해하고 그렇게 표현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세심치 못한 표현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AI로 피해를 겪은 가금업계를 돕기 위해 했던 '위로'가 되레 '피해'가 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