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의 끝 “언론사주 구속”
검찰, 조선·동아·국민 사주 포함 5명 구속영장 청구
지난
2월28일 국세청의 중앙언론사 세무조사로 시작된 언론사 세무조사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검찰은 지난 8월16일 국세청이 고발한
언론사 사주 등 5명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국세청이 지난 6월29일 주요 신문사 법인 및 사주를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지 40여일이 지난 후다.
언론사주 구속영장 청구
언론사 탈세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검(검사장 김대웅)은 조선일보의 방상훈 사장, 동아일보의 김병관 전 명예회장과 김병건 전 부사장, 국민일보의
조희준 전 회장, 대한매일신보의 이태수 전 사업지원단 대표 등 언론사 사주를 포함한 5명에 대해 16일 오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5명에게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의 조세포탈 혐의가 적용됐으며, 일부에 대해서는 횡령과 배임 혐의도 추가되었다. 김대웅 서울지검장은
8월14일 오후 신승남 검찰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수뇌부 회의를 열어 언론사 사주등 5명을 구속수사 대상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선일보 방계성 전무와 한국일보 장재근 전 사장 등 2명의 구속영장 청구는 막판까지 고심하다가 제외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의 검찰 소환 불응은 여전하다. 검찰은 김 주필에 대해 조선일보사 및 계열사 주식의 차명 경위와 본인의 퇴직금
가불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었지만, 김 주필은 검찰의 소환 요구에 끝내 응하지 않고 서면 질의를 요구하는 요청서를 검찰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날 조선일보의 논조를 만들어 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김 주필은, 현재 조선일보사에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이며 조선일보사 측에서는 이를 반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의지 보여
검찰이 언론사 사주들의 구속수사를 결정하게 된 배경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뒷받침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동아일보 김병관 전 명예회장과 김병건 전 부사장 형제에 대한 동시 영장청구는 이런 견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8월
15일 부인 안경희씨의 자살과 명예회장 및 부사장직 사퇴 등의 개인적인 우여곡절을 겪은 김 전 명예회장 형제를 향한 검찰의 결정은, ‘아무리
검찰이 정도에 입각한 수사를 진행하더라도 동시 구속은 피하지 않겠느냐’는 세인의 전망을 빗나가게 했다. 한편 검찰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5명을
포함한 피고발인 12명 전원과 수사과정에서 추가로 혐의 사실이 드러난 3∼4명 등 모두 15명 내외를 이달말 쯤 일괄적으로 기소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언론사 탈세 수사와 관련된 그동안의 입장을 다시한번 분명히 확인했다. 김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그동안 진행되어온 세무조사와 공정거래 조사는 법과 원칙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며 “어떠한 정치적 의도도 없다”고 강조했다.
국세청이 고발한 주요 피고발인들의 개인별 포탈 세액은 동아일보 김병관 전 명예회장이 48억원, 김병건 전 부사장이 47억원,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46억원, 국민일보 조희준 전 회장 21억원, 대한매일신보 이태수 전 사업지원단 대표 35억원 등이다.
국세청이 발표한 고발내용에 따르면 김병관 전 명예회장은 상속세를 축소하기 위해 고 김상만 전 회장 소유의 동아일보사 명의신탁 주식 28만여주를
일민문화재단에 출연하여 상속세 면죄신고를 했고 이를 두 아들에게 우회 증여해 48억원의 증여세를 포탈했다. 김병건 전 부사장은 차명계좌를
이용해 이자 소득세를 탈루했고 임대관련 소득세도 탈루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상훈 사장은 지난 97년 12월 54억원 상당의 조선일보사 주식을
명의신탁한 뒤 매매하는 방식을 통해 증여세를 탈루했다. 조희준 전 회장은 인쇄용역비 31억원을 장부에서 누락시키고 넥스트미디어코퍼레이션
주식 30여만주와 현금 47억원을 우회증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각기 다른 여야 입장
언론사 사주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여야의 반응은 사뭇 대조적이다.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16일 노평을 통해 “현
정권에 일말의 이성을 기대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며 구속영장 청구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권 대변인은 이어 “각계의 원로와 대한변협 등을
비롯한 국제 언론관련 단체들까지 언론사주 구속의 부당성을 강조하고 있고, 사주들의 신분이 확실하고 증거인멸 또는 도주의 우려가 전혀 없는
상황임에도 굳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명백한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장광근 수석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사주구속은 곧 비판적인
언론인 제거와 편집권 침해로 진행될 것”이라며, “언론사에 대한 엄청난 추징금은 주식매각으로 충당할 수 밖에 없고 주식지분변화와 금융압박을
통해 결국 전언론의 정권예속화가 강요될 수 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문제는 정치권에서 논의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기본입장만을 고수한 채, 이에 대한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에서 이 문제를 계속 정치논점화하여 거론할 때는 정면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세무조사 관련 국정조사 실시
여야는 그동안 한나라당이 줄곧 요구해 왔던 언론사 세무조사 관련 국정조사를 지난달 16일부터 내달 8일까지 25일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여야는 지난 8월13일 3당 총무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하고 조사의 명칭과 범위 등의 구체적 사안은 특위에서 정하기로 했다. 여야간의 잠정
합의안은 특위 위원을 한나라당 10명, 민주당 8명, 자민련 2명으로 구성하되, 16일 본회의를 열어 특위를 구성하고 위원장은 여당에서
맡기로 했다.
언론사 탈세고발사건 일지 |
△2001.2.8 - 국세청, 23개 중앙언론사 세무조사 개시 △6.29 - 국세청, 조선·동아·국민 사주·법인 및 대한매일·중앙·한국일보 법인 조세범처벌법 위반혐의로 검찰 고발 △6.30 - 서울지검 특수 1·2·3 부에 사건 배당 △7.1 - 피고발인 12명 전원 출국금지 확인 △7.2 - 디지틀조선일보 전광판 납품업체 R사 회장 조사 △7.3 - 언론사 자금관리자 등 13명 추가 출국금지 조치 △7.4 - 민주노총, 사무금융노련 조선일보 고발 △7.5 - 언론노조, 한국일보 대주주 11명 고발 △7.7 - 언론사 전·현직 회계·자금 담당 실무자 등 6명 첫 소환 △7.15 - 동아 김병관 명예회장 부인 투신자살 △7.19 - 중앙 김상택 화백 소환 △7.24 - 동아 김병관 명예회장 차남 소환 △7.25 - 조선 방우영 회장 아들, 동아 김병건 부사장 장남 소환 △7.26 - 동아 김병관 명예회장 장남, 조선 방상훈 사장 장남 소환 △7.27 - 김병관 명예회장, 명예회장직 및 이사장직 등 사임 △7.28 - 동아 김병건 부사장 차남 소환, 김 부사장 부사장직 사임 △8.1 - 조선 방계성 전무 소환 △8.2 - 방계성 전무 2차 소환 △8.3 - 방계성 전무 3차 소환, 대한매일 사업지원단 전·현 대표 이태수·정대식 씨 소환 △8.6 - 조선 김대중 주필 소환 불응 △8.7 - 방계성 전무 4차 소환 △8.8 - 국민 조희준 전 회장, 동아 김 전 부사장, 한국 장재근 전 사장 소환 △8.9 - 국민 조 전 회장, 한국 장 전 사장 2차 소환 △8.10 - 조선 방 사장, 동아 김 전 명예회장 소환 △8.13 - 서울지검, 신병처리방침 잠정결정 △8.14 - 신승남 검찰총장에 수사결과 보고 △8.16 - 조선 방 사장, 동아 김 전 명예회장, 김 전 부사장, 국민 조 전 회장, 이태수씨 등 5명 사전구속영장 청구 |
장진원 기자 jwjang@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