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사랑한 T V
KBS
오랫동안 TV는 책에 대해 침묵했다. 간혹 ‘책 읽는 국민이 되자’ 같은 캠페인성 문구를 들고 나온 특집 방송이 있었고, 대부분 사람들이
잠자리에 누울 때쯤 시작하는 책 소개 프로그램이 수면제처럼 존재했지만. 그 조차도 최근엔 뜸했다.
혹자는 TV가 책 읽는 시간을 앗아갔다고 말하고, 혹자는 감각적인 영상매체인 TV가 읽는 수고를 들여야하는 독서에 더 이상 흥미를 느낄
수 없게 만들었다며 ‘책의 위기론’을 들먹였다. 하지만, 이제 TV가 제대로 책을 한번 말해 보겠다고 팔을 걷고 나섰다.
독서 프로그램도 된다.
KBS는 공중파 방송으로서, 독서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잠재적으로 인식해 왔다. 작년, 공사 창립 특집 10대 기획으로 제작된 <책읽는
국민에게 미래가 있다>는 책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KBS의 평소 생각을 실천하는 계기가 되었다. 기획 방송 이후 시청자의 호응에 힘입어
책을 다루는 정규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독서 프로그램을 만들자. 결정을 내리고 나니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난감했다는 것이 제작진의 고백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책을
다루는 프로그램은 형성되지 않은 시장이고 따라서 이상적인 틀이나, 전범도 찾을 수가 없었다. 구색 맞추기 식의 예전 책 관련 프로그램을
답습하는 것은 안될 일이었다.
이례적으로 전폭 지원되었다. 오진산 프로듀서는 어떻게 해서든 성공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고 한다. 아낌없이 지원하고 최대한의 여건을
조성해 주었는데도 실패하면 ‘책 프로그램은 절대 안된다’는 선례로 남을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그러면 TV가 책을 말하는 일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오 PD는 그것을 ‘무서운 일’이라고 표현했다.
제작진은 ‘책 프로그램도 된다’는 선례를 남기겠다는 포부로 프로그램 제작에 임했다. 우리 국민의 책 읽는 본성을 찾아주겠다는 특별한 바람도
더했다. 그 동안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다양한 시도를 적용해보는 시기였다. 때문에 아쉬운 부분이나 오해도 많았다. 하지만,
기존 책 관련 프로그램과는 확연히 다른 접근법으로 책을 이야기하는
보이게 했다.
읽으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좀 더 많은 횟수를 차지했고, 간간이 전문적인 서적이 자리를 메웠다. 제작진은 앞으로 그 ‘간간이’를 점차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중적
토대가 굳건해지면 전문적인 서적도 대중적으로 논해질 수 있을 것이다. 베스트셀러를 자주 다루었던 것도 그런 ‘전략’이 숨어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읽은 책부터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선택된 책은 단순히 저자나 평론가의 설명을 덧붙여 소개되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 저자 외에도 패널들이 둘러앉아 해당 책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다. 그것도 ‘비판적’으로 토론한다. 이 프로그램의 진정한 가능성은 여기에 있다.
비판적 책읽기는 독자의 눈을 향상시키고, 능동적 독서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특히, 다각적으로 시각으로 ‘세상 읽기’를
시도할 수 있어 의미 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신선하다는 사람도 많았지만, 당황하는 시청자도 적지 않았다. “도대체 읽으라는 거야 읽지 말라는 거야?”라는
항의가 그들이 당황한 이유를 대변한다. 그런가 하면, 좀 더 날카롭게 비판할 수 없느냐는 실망에 찬 지적도 있었다. 책임 프로듀서는 우리
국민이 토론 문화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혼란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판의 수위도 그런 점을 고려해서 낮추었다. TV는 여타의 매체와는
달리 영향력이 막대하다. 가뜩이나 출판계에 해준 것도 없는 TV가 막강 펀치만 날려댈 수는 없었다고 오진산 PD는 토로했다. 하지만 비판의
강도는 점차 높아질 계획이다.
오 PD는 “조금만 더 지켜봐 달라”는 자신에 찬 한 마디로 프로그램에 대한 모든 평가를 일축했다. 그의 등뒤에
이끌 비장의 카드가 버티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인 터 뷰 |
“국민을 이끄는 힘있는 프로그램으로 성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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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옥 기자 http://www.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