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4.10.04 (금)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문화

[연극리뷰]극단 창파의 <첼로와 케찹>

URL복사



남자는 꿈속에서, 여자는 현실 속에서 산다



극단 창파의 늦여름 공연 <첼로와 케찹>




“넌 내게 빨간 색이 잘 어울린다고 했었어”, “내가 언제? 나는 빨간 색이 싫어. 이 케찹도 피 같아 싫단 말이야”

우리가 서로의 존재에 대해 인식하거나 오해하는 것은 거창한 사건에 의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도리어 가벼운 일상 속에서 비롯되어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면서 서로 다른 꿈을 꾸게 된다. 그것은 항상 헤어질 준비를 하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모든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고독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그들이 겪고 있는 일상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색깔 뚜렷한 연출가& 신선한 감각의 작가

<첼로와 케찹>의 연출은 극단 <창파>의 대표이기도 한 채승훈 씨가 맡았는데 그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실험극의
기수’로 유명하다. 김씨가 작품을 쓰고 연출까지 도맡아 한 ‘마의 태자’는 제3회 한ㆍ일 ART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이외에도 ‘햄릿머신’,
‘내가 죽은 이유’ 등 많은 작품에서 그의 실험성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조금 변화된 그의 연출성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의 작가는 연극평론가인 김명화 씨다. 그녀는 96년에 이 작품의 초고를 완성했고 2000년 다시 대본을 꺼내 손보기 시작했다. 김씨는
연극계에 신선한 자극을 던져주며 깊은 사색에서 피어나는 작품을 쓰기로 유명하다. 삼성 문학상 희곡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였고,
‘새들은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는다’로 급부상하여 섬세한 감성과 뛰어난 문장력을 보이고 있다.

<첼로와 케찹>은 남, 녀 두 명의 배우만이 등장한다. 우선 ‘첼로’로 대변되는 ‘남자’ 역은 남명렬 씨가 열연했다. 그는 ‘사람의
아들’, ‘거미 여인의 키스’, ‘이디푸스와의 여행’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여 열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케찹’으로 연상되는 ‘여자’
역은 김호정 씨가 맡았다. 그녀는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신인 연기상을 수상했으며 ‘캣츠’, ‘너에게 나를 보낸다’, ‘바다의 여인’ 등
많은 작품에서 깊이 있는 연기를 보였다.


함께 했던 시간과 공간, 다른 기억 더듬는 남자와 여자

조용한 무대 위로 첼로 소리가 흐른다. 한 여자는 양파를 까고 있고, 또 다른 공간에서는 남자가 발톱을 깎고 있다. 여자는 연신 매운 양파를
탓하며 눈물을 흘린다. 남자는 ‘눈물의 재클린 뒤 프레’에 관한 신문 기사를 보며 예전의 그녀를 추억한다.

매미소리가 어지럽게 들리는 무더운 여름날, 한 여자가 벤치에 앉아 있다. 그런 그녀에게 조용히 다가온 남자. 그는 선글라스를 건네주며 그녀의
곁에 앉는다. “당신 목소리는 첼로 소리 같군요” 여자가 말한다. 남자는 아무 말이 없다. 붕대를 감은 손만 보이면서. 한참을 있다 헤어지려는데
남자가 여자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내 옆에 있어 줘요.” 지금 양파를 까고 있는 여자가 회상한 그와의 첫 만남이다.

‘툭툭투두둑’ 비가 무섭게 내리던 날, 한 여자가 선글라스를 끼고 앉아 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한 남자가 다가온다. “당신 눈을 볼
수가 없군요. 선글라스를 벗어 보세요” 남자가 말한다. “당신 목소리는 첼로 소리 같군요” 라고 여자는 말하면서 빨갛게 충열된 눈을 보여준다.
눈 주위엔 눈물과 빗물로 씻겨진 마스카라 자국이 번져있고 립스틱을 바른 입술도 묘하게 망가져 있다. “함께 있어 주세요”라고 여자는 남자
손을 잡으며 말한다. 지금 발톱을 깎고 있는 남자가 추억한 그녀와의 첫 만남이다.

첼리스트를 꿈꾸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그 꿈을 접은 남자와 은행에 다니며 평범한 삶을 꿈꾸는 여자는 사랑을 시작했고 같은 공간에서 살게 된다.
그들은 같이 살면서 행복한 듯 보인다. 그러나 각자가 바라보는 세계는 다르다. 남자는 항상 잃어버린 그 꿈속에 살고 여자는 현실 속에서
산다. 이러한 본질적인 차이가 둘 사이에 어쩔 수 없는 벽을 생기게 한다.

그녀는 그를 너무도 사랑하지만 그가 사랑하는 첼로 소리는 싫어한다. 두통약으로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 정도이며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그 또한 첫 만남에서 그녀에게 했던 모든 말들을 까맣게 잊을 정도로 일상에 묻혀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남자는 ‘첼로’를 다시 연주하고 싶고 ‘눈물의 재클린’에 대해 말하고 싶지만 같은 시간ㆍ같은 공간의 여자는 ‘케찹’이 잔뜩 뿌려진 볶음밥을
만들고 싶고 먹고 싶다. 이들은 순간 말이 없어진다.

연극을 보면서 관객들은 남자와 여자가 현재 헤어져 있는 상태로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후반부의 작은 반전을 보면 그들은 여전히 같이 살고
있는 것으로 느낀다. 그러한 연극장치는 존재의 외로움의 본질은 정신적 괴리 상태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함께 사는지 여부가 중요치 않음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사랑 그리고 그것에 대한 기억을 다루고 있다. 영화 <오, 수정>에서 처럼 같은 상황 속에 있는 남자와 여자가 일부는
왜곡되게 또 일부는 아예 희미하게 자기중심적으로 기억하는 일들을 보여준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그 사람과 온전히 공유했다고 느끼는 모든 것이
얼마나 큰 착각인지를 말하고 있다.

“내가 바라본 건 붉은 네 입술, 붉은 옷, 붉은 구두. 정육점처럼 온통 붉은 색으로 얼룩진 모습뿐이었지. 핫도그 위에 덕지덕지 묻은 케찹처럼
시큼하고 시뻘겋게…케찹처럼? 그래, 케찹이 빠졌군. 볶음밥 맛이 허전했어, 뭔가 빠진 맛이었지”

“넌 사라졌지만 모든 걸 남기고 떠났지. 칫솔도, 잠옷도, 음반도, 레코드도. 이제 네가 없는 첼로 소리가 너 없는 자리를 대신 메꾸어줄거야.
난 언제나 첼로 소리를 좋아했지”

같은 공간에서 대화를 주고받는 듯 두 사람은 말하고 있지만 사실 독백하고 있다. 객관적인 공간과 시간도 그 여자와 남자에게는 너무나 주관적이다.


‘사랑’을
소재로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 그려


이 작품은 사랑을 소재로 했지만 주제로 다루진 않았다. 단지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를 그리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서로간의 관계에 있어서
더 이상 감정적이지 않다. 사회적, 계약적, 물질적, 문명적인 관계만 존재할 뿐이다. 등장인물인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이름은 없다. 특정인을
지칭하는 게 아닌 모든 사람들의 관계를 포괄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이다.

<첼로와 케찹>이 공연된 문예회관 소극장은 관객들로 가득 찼다. 대학생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듯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첼로와
케찹’이란 제목의 신선함에, 포스터의 속의 아름다운 결혼사진에 이끌려 ‘잔잔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기대하고 왔을 것이다.

하지만 연극을 다 본 후 그들의 반응은 ‘어렵다’, ‘모르겠다’는 게 중론이었다. 이 연극은 나름대로 깊이 있는 ‘인간의 본질적 외로움’을
다루었지만 가슴으로 와닿는 대신 머리로 생각케 하고 모호한 여운을 남기는 마지막 장면에서 주제를 너무 추상화 해 ‘나름대로’의 깊이만 추구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공연장소:문예회관 소극장

공연시간:2001년 8월28일부터 9월13일까지

화,수,목 7시30분/금토 4시30분 7시30분 일, 3시 6시/ 월 쉼

공연문의:02)760-4800(문예회관),

011-9736-8186(극단)





지은진 기자 http://www.sisa-news.com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이란, 이스라엘 향해 미사일 200발 발사 공격(종합)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이란이 헤즈볼라 최고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 등 중동 대리 세력 지도자 사망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 200발을 발사해 공격했다고 확인했다. 2일(현지시각) AFP 등에 따르면 이란 국영 TV는 이날 이스라엘로 미사일 200발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이란으로부터 미사일 181발이 발사됐으며, 대부분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이란은 발사한 미사일의 90%가 목표물에 성공적으로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이번 공격이 헤즈볼라 최고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 등 중동 대리 세력 지도자 사망에 대한 보복이라고 설명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공격 직후 낸 성명에서 이스마일 하니야 하마스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 압바스 닐포루샨 IRGC 부사령관 사망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격이 유엔 헌장에 따른 국가의 정당한 자위권에 따른 것이라며 "레바논과 가자지구 주민에 대한 이스라엘 정권의 범죄가 확대되는 것에 대한 대응"이라고 적시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도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자기방어" 차원에서 이스라엘에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스라엘

정치

더보기
국회 ‘김건희·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 재표결...與 ‘부결’ 당론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국회는 4일 본회의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을 재표결에 부친다. 3개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지난달 19일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했고,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이들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재의 요구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300명)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야권이 전원 찬성하는 경우 국민의힘에서 8명 이상 이탈표가 나오지 않는다면 법안은 부결돼 자동 폐기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 법안들을 '정쟁용 악법'으로 규정하고 단일 대오로 부결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전 의원총회를 열어 이른바 쌍특검법에 대한 부결 당론을 채택할 예정이다.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한 명도 빠짐없이 의원총회와 본회의에 참석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여당 내에서는 김 여사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특검법이 통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동훈 대표도 "특검법은 부결시키는게 맞다"며 김 여사 특검법 부결에 힘을 실었다.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윤 대통령

경제

더보기
산업부, 중동 정세 악화에도 “석유·가스 공급망 영향 아직 제한적”
[시사뉴스 김백순 기자]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4일 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 공격 등으로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됐지만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이날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하자 유관기관 및 업계와 종합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해 석유·가스 등 에너지 수급 및 수출입 상황 등을 긴급 점검했다. 이날 점검회의에는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등 기관과 대한석유협회, 한국무역협회 등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에 따라 석유 가격은 이틀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공격 당일인 1일 국제유가는 전일 대비 2.6% 상승한 배럴당 73.5달러를 기록했고 2일에는 0.5% 상승한 배럴당 73.9달러를 기록했다. 가스 가격의 경우 세계 주요국이 충분한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 안정적인 상황이라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산업부는 일단 현재까지 중동 정세가 석유·가스 수급이나 수출, 공급망 등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인근 홍해를 통과하는 국내 석유·가스 도입 선박은 대부분 우회항로를 확보해 현재 국내 도입에 이상은 없고, 물품의 선적

사회

더보기
노사정 대표, 사회적 대화 의제 논의 속도 내기로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권기섭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 취임 후 노사정 대표가 처음으로 만나 격월로 정례 회의를 개최하고 사회적 대화 의제 논의에 속도를 내기로 합의했다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노사정 대표자 회의를 열었다. 지난 2월 6일 합의(지속가능한 일자리와 미래세대를 위한 사회적 대화의 원칙과 방향 선언문)를 토대로 미래 세대의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정의 진정성 있는 논의 및 합의를 촉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회의에는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 직전 경사노위 위원장을 지냈던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및 권기섭 경사노위 위원장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노사정 대표자들은 현재 운영 중인 회의체의 논의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사회적 대화를 촉진하기 위한 향후 운영방안 등을 논의했다. 또 사회적 대화에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청년 등 계층별위원회(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 시행령 제12조) 구성에 관한 의견도 교환했다. 특히 노사정 대표들은 모두발언에서 경사노위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화 속도를 높이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서울시교육감선거 후보 양 진영 단일화 성공 이제는 결과가 중요하다
오는 10월 16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후보 선출을 놓고 보수, 진보 양 진영이 후보 단일화에 성공함으로써 이번 선거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보수 후보 단일 기구인 ‘서울시교육감 중도우파 후보 단일화 통합대책위원회(통대위)’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을 단일후보로 추대했다고 밝혔다. 단일화후보로 추대된 조 후보는 “조희연표 교육정책은 혁신학교와 학생인권조례인데 둘 다 처참한 실패로 끝난 실험이라고 생각한다”며 “학부모 사이에서 혁신학교는 ‘공부는 안 가르치는 학교’로 소문이 났고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권리만 일방적으로 강조하고 의무와 책무는 서술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권이 살아야지 학생의 인권도 지켜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감이 된다면 우선적으로 교권 수호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통대위의 여론조사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제2단일화 기구를 통한 단일화를 주장했던 안양옥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 홍후조 고려대 교수가 이날 통대위의 결정을 전격 수용하고 중도보수 후보의 승리를 위해 기꺼이 힘을 보태겠다는 대승적인 결정을 내렸다. 안 전 회장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