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교통정리가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영 효율을 위한 단순한 사업구조 개편이라는 의견과 금융지주사 설립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삼성자산운용 지분 100%를 매입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삼성증권(65.3%)과 삼성중공업(3.9%)·삼성화재(1.2%) 등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자산운용 지분은 삼성생명으로 넘어간다.
삼성생명이 매입을 추진하는 지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143만주)·이부진 호텔신라 사장(95만주)·이서현 에버랜드 사장(47만주) 등 총수 일가의 지분도 포함된다.
또한 이날 삼성증권은 동시에 이사회를 열고 삼성선물 지분 전량을 매입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번 이사회의 의결로 삼성생명(102만주)·삼성화재(10만주) 등이 보유한 삼성선물의 지분은 모두 삼성증권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 같은 지분 정리로 인해 삼성생명은 삼성 금융계열사 지분구조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삼성은 다른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금융계열사 지분을 삼성생명에 넘기는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삼성생명은 삼성전기와 삼성물산, 삼성중공업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을 삼성생명이 2641억원에 인수했다. 또 지난 4월에는 삼성카드가 소유한 삼성화재 주식 전량(0.63%)을 711억원에 매입했다.
이에 따라 삼성카드는 여러 계열사가 동시에 지분을 갖고 있던 구조에서 삼성전자(37.45%)와 삼성생명(34.41%) 두 계열사가 지분을 보유하고, 삼성화재는 삼성생명(10.98%)과 문화재단(3.06%)이 보유하는 방식으로 단순화 됐다.
여기에 삼성계열사가 복잡하게 지분을 나눠가지고 있던 삼성자산운용과 삼성선물의 지분을 각각 삼성생명과 삼성증권이 전량 보유하게 되면서 지분은 더욱 깔끔하게 정리됐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계열사간 복잡하게 얽혀있는 지분 구조를 단순화하는 의미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사업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양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현재 이뤄지고 있는 삼성의 지분교환 등은 지배구조상 큰 틀의 변화라기보다는 사업 효율의 제고라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경쟁력 강화라는 대의가 있지만, 이번 지분정리는 삼성 금융지주사를 설립하기 위한 사전 준비라는 의견과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지분 정리는) 계열사 지분을 깔끔하게 정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고, 중요한 딜은 추후 일어날 것"이라며 "중간 금융지주사가 되기 위해 지분을 계열사끼리 정리하는 과정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업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겠지만, 후계구도를 염두에 두고 개편한 것이 더 큰 목적으로 보인다"며 "여러 계열사가 얽혀있는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게 경영권 승계에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