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고 그런 로맨틱 코미디
장르적 한계 극복 못한 <아메리칸 스윗하트>
조로스 감독의 <아메리칸
스윗하트>는 몇 가지 점에서 주목된다. 첫째로, 화려한 캐스팅이다. <귀여운 여인> 이후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으로 군림해
온 줄리아 로버츠, <엔트랩먼트>와 <마스크 오브 조로>에서 뛰어난 미모와 몸매를 과시한 캐서린 제타존스, <존
말코비치 되기> 등에서 개성 있는 역할을 주로 맡아왔던 존 쿠삭, 그리고 로맨틱 코미디의 전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빌리 크리스탈.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흥행 군단을 이뤘다는 것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둘째로, 구미가 당기는 소재이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이후 사람들로부터 ‘왜 맥 라이언과 결혼하지 않았냐’는 질문을
수차례 받았던 빌리는 스타 커플의 결혼 그 후를 생각해냈다. 대중들이 보기엔 가장 이상적인 연인으로 보이는 그들의 사랑이 현실에서도 완벽할까?
<아메리칸 스윗하트>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환상’의 덫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와 스타는 환상이다. ‘에디’(존 쿠삭)가
‘그웬’(캐서린 제타존스)의 영화 속 모습을 사랑했던 것처럼, 사랑 또한 환상의 함정이 존재한다. 헐리우드 시스템과 사랑, 그 속성의 교차점을
응시함으로써 이 영화는 사랑의 허구와 진실에 대해 깊이 있는 메시지를 던질 가능성을 보인다. 하지만, 조로스 감독은 ‘깊이’를 선택하지는
않는다.
이 영화가 여타 로맨틱 코미디물과 차별성을 두려 했던 부분은 다른데 있는 것 같다. 헐리우드에 대한 풍자가 그것이다. <아메리칸 스윗하트>는
스타의 이미지 메이킹, 조작되는 매스컴, 그들의 사생활 노출 경로 등 헐리우드 영화산업에서 발생 가능한 여러 가지 일을 유머러스하게 꼬집고
있다.
스토리, 캐릭터, 대사, 유머감각… 모두 밋밋
흥미를 끄는 이러한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결과적으로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매력 있는 배우들을 보는 즐거움과 가끔 연출되는
기발한 상황 말고는 특별한 구석이 없다. 로맨틱 코미디의 강점이 될 수 있는 순발력 있는 대사가 돋보이는 것도 아니고, 캐릭터가 독특한
것도 아니다. 심리 표현이 섬세하다고 할 수도 없고, 스토리는 무난하지만 색다르지는 않다. 마음에 품은 상대가 있는 주인공,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가까운 곳에 있는 뜻밖의 이성이라는 설정은 이제 로맨틱 코미디의 세부 장르가 될 수 있을 만큼 뻔하다. 유머감각도 전반을 지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간간이 웃음을 자아내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인상적인 장면은 드물다. 텔레비전 영화 프로그램에 편집되어 소개되면 재미있어 보이지만
극장에서 전편을 보면 ‘그게 다’인 종류의 코미디이다.
헐리우드에 대한 비판 또한 다른 미흡한 부분을 메우기에는 단순하다. 헐리우드 스타 시스템에 대한 냉소는 이제 다소 낡은 소재가 되었다.
익숙한 소재가 호소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새로운 관점’이나 ‘절묘한 표현’이 요구된다.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의 기본 틀을 깨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것처럼 보이는 <아메리칸 스윗하트>는 ‘헐리우드 비판’에 대해서도 ‘신랄함’보다는 ‘안전함’을 선택한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배우들의 스타성에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는 ‘그렇고 그런’ 로맨틱 코미디이다. <아메리칸 스윗하트>에서 가장
유쾌한 부분은 첫장면의 영화 속 영화이다. 영화 속 영화는 병원에서 간호사와 환자로, 법정에서 피고인과 검사로 나와서 엉뚱하게 사랑에 빠진
남녀의 과장된 키스씬을 연이어 보여준다. 이 장면이 웃음을 유발하는 이유는 흔히 영화가 표현하는 비현실적 사랑의 통속성에 대한 풍자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메리칸 스윗하?gt;는 바로 이 통속성을 넘어서지 못해 특색 없는 영화가 되었다.
정춘옥 기자 <www.sisa-news.com>
신감각 로맨스 멜로
부제 <소친친>
감독
: 해중문 / 주연 : 곽부성, 진혜림
사건은 레코드판 한 장으로 시작된다. 개성만점의 칼럼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루나 오’(진혜림). 지독한 말괄량이에 흥분하기
잘 하는 다혈질이지만 사실은 첫사랑과 헤어진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는 여린 감성의 소유자이다. ‘루나’는 우연히 들른 골동품 가게에서 자신이
첫사랑에게 준 레코드를 발견한다. 선물을 팔아버린 옛 애인에게 분개하며 그 레코드를 구입하려 하지만 낯선 남자가 예약해 놓은 상태이다.
가게 주인이 전화해 사정해도 남자는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 ‘루나’는 기분이 상하고, 설상가상으로 그 날 저녁 라디오에서 그녀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떠난 사랑에 목매는 철부지 여자라는 내용이다. 레코드판을 예약했던 남자가 인기절정 DJ ‘쯩영’(곽부성)이었던 것이다. 화가
난 ‘루나’는 다음 날 칼럼에 그를 비난하는 글을 쓴다. 미디어를 통한 사랑의 전쟁이 이렇게 해서 시작된다.
98년 <친니친니>라는 데뷔작 한 편으로 주목받았던 감독 해중문이 <소친친>으로 올 가을 한국 관객을 찾아온다. <소친친>은
사랑에 서툰 말괄량이 여자와 음악광인 고집불통 라디오 DJ가 레코드판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사랑 만들기를 유쾌하고 세련되게 그려낸 로맨스
멜로. 헐리우드 멜로 영화에 비해 감정 과잉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던 홍콩 멜로 영화의 단점을 극복, 왕가위나 진가신을 이어갈 ‘홍콩 멜로
영화의 감각 교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첨밀밀>, <친니친니>의 시나리오 작가 ‘안서’의 시나리오와 스타 이미지를
벗고 나선 곽부성, 진혜림의 연기가 기대되는 영화다.
플래시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가능성
<갤럭시 크라이시스2>
감독:
김성훈 / 프로듀서 : 진상맨
한국에 플래시 애니메이션 열풍이 불어닥친 것은 작년부터이다. <마시마로>, <졸라맨>, <우비소년>, <힘맨>,
<지하철도999>, <갤럭시 크라이시스> 등 불과 1년 사이에 우수한 작품들이 다량 쏟아져 네티즌에게 열띤 호응을
얻었다.
올해에도 그 열기를 이어갈 작품이 나왔다. 작년 하반기에 인기를 모았던 <갤럭시 크라이시스>의 새로운 버전인 <갤럭시 크라이시스2>.
최근 인터넷 각 사이트에 상영을 시작하면서 플래시 애니메이션계에 또 하나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갤럭시 크라이시스2>는 30편의 시리즈로 구성된 초대형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순 제작비만 2억원 이상, 기획기간 6개월이 걸렸다.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는 드물게 많은 비용과 시간이 투여된 경우다. 특히 이 작품은 에피소드식 진행을 고수해 온 기존의 플래시 애니메이션들과는
달리 하나의 시나리오 체계를 갖추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외계인의 똥이 인류의 에너지원이자 식량이 된다는 전편의 엽기 발랄한 컨셉과 기발한 상상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캐릭터와
역동적인 장면을 연출해 화려한 볼거리들로 새롭게 무장했다.
정춘옥 기자 <www.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