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2014 브라질 월드컵 개막이 3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사간의 재송신료 갈등으로 '블랭크 아웃'될 위기에 놓여있다. 현재 방송법 상 지상파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콘텐츠를 유료방송사가 사용하기 위해서는 지상파의 동의가 있어야하기 때문에 양측 간의 합의가 불발될 경우 90%의 국민이 월드컵을 볼 수 없게 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월드컵 중계 재전송을 두고 지상파 방송사와 SO들이 실무 협상을 진행했으나 뚜렷한 입장차로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는 브라질월드컵 등의 국민적인 관심사가 있는 프로그램에 대해 추가 재전송료를 요구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유료방송사업자들은 이미 재전송료를 냈기 때문에 지불할 수 없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앞서 지난달 SBS를 시작으로 KBS, MBC 등 지상파 방송사는 SO, IPTV, 위성방송 등에 브라질 월드컵 중계에 대한 추가적인 재송신료를 요구하고 나섰다.
SO와 IPTV 사업자 등 유료 방송 사업자 전체에 총 100억원 대의 재전송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가 재전송료를 요구하는 것은 SBS가 FIFA에 7500만 달러(약 800억원)라는 막대한 자금을 주고 브라질월드컵 중계권을 구매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등으로 광고 수익이 급격히 줄어든 SBS 등 지상파 방송사는 중계권료 만큼의 수익이 보장되지 않고 투자금 회수가 어렵자 지상파 콘텐츠를 재전송하는 유료방송사에도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나선 것.
지상파 관계자는 “계약서상에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국민적인 관심사가 있는 것에 대해서는 양사가 별도로 협의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면서 “기존 유료방송사업자가 지불하고 있는 가입자당 재전송료(CPS)와 별도로 대가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SO 등 유료방송사는 보편적 시청권이 보장된 월드컵을 볼모로 추가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이미 재전송료를 냈는데 추가로 돈을 요구하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2중, 3중으로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강조했다.
SO 관계자는 “이미 가입자당 월 280원의 사용대가(CPS)를 지불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계권 협상 실패를 갑의 위치에 있는 지상파가 을의 위치에 있는 SO에게 전가시키려는 것”이라며 “추가로 재송신료를 내는 선례를 만든다면 지상파가 뚜렷한 기준 없이 매번 자의적으로 판단해 추가 재송신료를 요구할 수 있다”면서 반박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중재 역할을 맡아야 할 방송통신위원회는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 개별 사업자간 협상에 따른 사안이고 현행법상 정부가 나서서 중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이유다.
방통위 관계자는 “방통위가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분쟁조정 등의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면서도“재송신 대가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방통위에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 등이 이미 국회에 올라가 있지만 아직 계류 중이다”고 말했다.
한편 지상파는 오는 12일 월드컵 개막 전까지 최대한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지만 협상 타결이 힘들어지면 오는 18일 대한민국 첫 경기까지도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