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지난 4월 세월호 사태를 계기로 위축됐던 경제가 3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도 활기를 되찾을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 장기 침체 속 개인이 지갑을 열지 않는데다 기업마저 생산과 투자를 줄이면서 경제가 불황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전망도 암울한 상태다.
문광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여름 휴가를 계획 중인 국민 비율은 54.7%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 대비 무려 8%나 줄었다. 개인소비활동 지표로 활용되는 대형마트 매출도 뚝 떨어져 올 들어 6월 말 현재 신장률이 지난해에 비해 마이너스로 부진했다.
게다가 수출 비중이 큰 기업마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원화 강세로 인해 기업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내수 부진 속에 경제를 떠받쳐왔던 수출까지 난관에 직면할 처지에서 경제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경제사정이 이런데도 정작 정부는 이에 따른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상황은 갈수록 악화될 조짐마저 보인다. 소비심리에 민감한 소상공인들의 고충은 심각하다.
식당, 호프집, 모텔, 여행사 할 것 없이 매출이 급락했다. 지방 중소기업청이 음식점, 소매업, 숙박업, 여행업 등 84개 소상공업소를 대상으로 매출과 고객수를 조사한 결과 세월호 사태 이후 매출액은 30%, 고객수는 20%가 각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이들 업소의 어려움이 어떠한지를 잘 말해준다.
유통업계 역시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5~6월 황금연휴와 4년 만에 찾아온 월드컵에 내수 회복을 기대했지만 세월호 사태 여파로 소비심리는 얼어붙었고 월드컵 특수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3개사 모두가 상반기 매출이 작년에 비해 줄었다. 이마트 0.3%, 홈플러스 4.1%, 롯데마트도 작년 동기 대비 2.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불경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세월호 사태 직격탄은 관광업계에 엄청난 피해를 불렀다. 경기도내의 경우 전세버스업체 등 관광업계가 입은 피해는 자그마치 1000억원 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경기도에 따르면 수학여행 중지, 축제 취소 등으로 전세버스 예약취소 금액은 신고된 것만 131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예약률 저조까지 감안하면 500억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 단체 전문 여행사 91억원, 청소년수련시설이 350억원의 예약취소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피해로 어려움을 견디다 못한 전세버스 운전기사들은 생계를 위해 본업을 접어두고 대리기사로 나서기까지 하는 실정이다.
세월호 사태는 연안여객선에도 충격을 안겼다. 5월 수송인원은 145만7000명으로 지난해 195만에 비해 26%나 감소했다. 일부 선사는 승객을 끌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13만원 하는 승선권을 90% 할인, 7900원에 판매하는 눈물의 세일을 벌이기도 한다. 승객 감소 현상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해수부 관계자는 전망했다.
기업체 체감경기 또한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제조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77로, 지난달보다 2% 하락했다. 운수 숙박업 등이 포함된 비제조업의 BSI는 전달보다 3% 떨어져 66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그만큼 나빠졌다는 의미다. 향후 전망도 비관적이다. 다음달 체감경기를 예상하는 7월 제조업 업황 전망 BSI는 전월에 비해 3% 떨어져 78, 비제조업은 3% 하락한 69로 각각 나타났다. 이는 내수 위축에 따른 기업의 불안감이 큰 것으로 볼 수 있다.
소비심리도 아직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6월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7로, 5월보다 2% 상승했지만 아직은 세월호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게다가 소비심리를 부추기는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 부동산 경기가 장기 침체에 있고, 이로 인해 부동산 소유자들이 대출금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해 파산 위기에 직면할 정도로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
이와 관련 정부는 세월호 사태 이후 이처럼 절박한 경제사정을 깊이 인식하고 소상공인, 관광업계 등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 대책 강구는 물론 부동산 경기부양 등 특단의 대책도 서둘러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