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농협이 질나쁜 타지산 고추(일명 희나리)를 청양고추로 둔갑시켜 가공해 만든 ‘청양청결고추가루’를 시중에 유통시킨 사건이 사법당국 조사결과 드러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청양고추의 품질관리에 앞장서야할 청양농협측이 이 같은 사건에 연루돼 청양농협의 공신력은 물론 청양고추의 품질에 대한 명성에 큰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청양청결고추가루는 청양에서 자란 고추로 만든 것처럼 포장지에 표시하여 유통시켜 소비자를 우롱했다는 여론의 질타 역시 피할 수 없게 됐다.
한편, 농협 청양군지부를 비롯해 청양농협측은 청양고추의 명성과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이번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으며, 이번 일에 책임을 지고 사임한 김광제 전 조합장은 지난 10일 청양농협 조합장 보궐선거에 후보등록해 조합원은 물론 농민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 사건을 맡은 청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청양농협이 직영하는 운곡지소 고춧가루 공장에서 이 농협이 매입, 보관하던 희나리 1만 여근을 농민조합원이 발견해 신고했다’고 한다.
경찰 조사 결과 청양농협은 타지산 고추를 청양산 고추로 둔갑, 고춧가루로 가공하여 청양청결고추가루를 제조해 500g, 1kg, 3kg, 20kg으로 포장해 일반 소비자 및 김치가공공장 등에 납품해 7억1,000여 만원(경찰 추산)의 이득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청양경찰은 이번 사건의 책임을 물어 청양농협 직원 이모(43)씨와 명모(36)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죄와 농산물품질관리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고, 해당 농협에 대해서는 농산물품질관리법(원산지 허위표시 위반)위반 죄 만을 적용해 함께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사임한 김 조합장 보궐선거 출마
이후 청양농협은 고추재배 농민들과 농민단체들이 문제의 저품질고추 전량을 폐기처분할 것과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등 문제가 확산되자 창고에 있던 고추를 매입 지역으로 전량 반품처리하고, 김광제 조합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사임하는 것으로 사건을 매듭지었다.
김 조합장은 “농협발전과 조합원 권익을 위해 노력했으나 이번 저품질고추 매입사건에 책임을 통감하고, 앞으로 농협 발전을 위하고 청양고추 명성을 되찾는 계기를 삼기 위해 사임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사건으로 인해 직원들이 불이익을 받는다면 책임자로서 도리가 아니라는 판단에 어려운 용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전 조합장은 본인이 사임해 공석이 된 조합장 보궐선거에 자신이 재 출마했다. 농민들과 농민단체는 “김광제 전 조합장이 고춧가루 사건으로 사임해 놓고, 현재 이 사건이 사법기관에 의해 조사가 진행중인데도 불구하고 조합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에 대해 김광제 전 조합장은 “고추가루 사건으로 도덕적 책임을 지고 사임했지만 조합원들의 뜻이 아니었기 때문에 재 신임 차원에서 출마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고추 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민(45. 운곡면)은 “농협이 청양산 고추에 대해서는 늦장 수매로 일관하면서 타지산 저품질 고추는 높은 가격으로 매입해 청양고추로 둔갑시켜 7억1천여만원(경찰추산)의 이득을 남긴 것은 납득할 수 없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한편, 농협 청양군지부 관계자는 “조합장 보궐선거가 마무리되면 청양농협에 대해 중앙에 감사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