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인 이동통신사 지원금과 제조사 장려금의 분리공시 제도를 두고 방송통신위원회와 삼성전자가 치열한 기싸움에 들어갔다.
다음 주 중으로 중앙·지방정부가 규제를 신설·강화할 때 거쳐야 하는 '관문'인 대통령 직속기구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 심사를 통해 분리공시 제도 도입 여부가 확정되기 때문이다.
이에 방통위는 '무난한 통과'를, 삼성전자는 '막판 뒤집기'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1일 방통위 등 통신 업계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와 방통위는 보조금 분리 공시 내용을 새로 담은 단통법의 보조금 공시 관련 하위 고시안이 다음 주 안으로 규개위 심사를 받는다.
분리공시제도는 보조금 지급내역을 이동통신사는 물론 휴대전화 제조사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한 것. 각 휴대전화 제품별로 투입한 이동통신사별 보조금은 물론 제조사의 장려금이 각각 얼마인지 이통사 홈페이지에 공개해야한다.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가계 통신비 인하와 휴대폰 출고가 인하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지난주 단통법 세부 시행령에 대한 심사를 완료한 규개위는 12일 회의를 열어 하위 고시안을 검토할 계획이었지만 일정이 다소 연기되면서 다음 주 안에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고시안이 위원회를 통과하면 법안 확정과 관보 게재 절차를 거쳐 공식적으로 단통법 효력이 발생한다.
당초 미래부와 방통위는 지난 7월 단통법 세부 시행령과 고시안에 대한 행정예고 절차를 거쳐 8월까지 규제개혁심사를 마무리 지려고 했다. 하지만 보조금 상한선과 분리공시제 도입 여부를 놓고 업계 반발이 심해지자 일정이 다소 연기됐다.
방통위는 지난달 8일 5명의 상임위원과 SK텔레콤과 삼성전자 등 이해 당사자들, 이동통신 전문가 등이 모인 가운데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휴대폰 보조금 분리공시제 도입을 두고 1시간 30분 가량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는 보조금이 공개되면 해외 다른 나라와 차별 논란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이동통신사별, 해외 국가별 영업전략에 따라 각기 다른 규모로 장려금을 지급하는 상황에서 자칫 이번 분리공시 제도로 인해 해외 다른 휴대전화 유통사와 협상에서 악영향을 미쳐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분리공시 도입에 적극 찬성했다. 제조사가 재고 정리 등의 이유로 판매 장려금을 올려 보조금 과열이 일어나도 방통위 징계는 그동안 이통사만 받아왔다면서 과열 시장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는 이 제도를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방통위는 소비자 관점에서 봤을 때 통신시장 과열의 원인과 책임을 이통사와 제조사로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분리공시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분리공시 도입 결정 이후에도 삼성전자는 재차 장문의 반대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다음주 열리는 규개위에서 분리공시가 확정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고시안이 규개위를 통과하더라도 관련 문구에 대해 행정소송 등을 벌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관련 조문에 대해서만 삼성전자가 가처분 신청을 하게 되면 10월부터 단통법이 시행되더라도 제조사 장려금을 따로 알 수 있도록 공시할 수 없게 된다. 이에 3년 일몰제의 법 기간 동안 행정 소송을 수개월 간 진행하게 되면 분리 공시 자체가 시행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방통위 한 상임위원은 "담당 행정기관이 만든 고시안에 대해 규개위가 쉽게 바꿀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으며 제조사가 반대한 논리가 상임위원들을 설득하기엔 부족했다"면서 "분리공시제도를 확정한 후 이달 내로 보조금 상한에 대해서도 논의를 진행해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