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들여다보니 검은 속 다 보이네
임종태의 <스타메이커>와 주철환의 <나는 TV에서 너를 보았다>
사람들의 시각과 청각을 사로잡아 노예로 만들어 버린다. 이것은 좀비나 드라큘라도 아니고 세계를 정복하려는 나쁜 악당도 아니다. 처음 목적은
멀리까지 소식을 전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것은 바로 TV를 가리킨다. 위의 설명처럼 TV는 이제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을 넘어서서
우리의 생활 전반을 지배하는 거대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사람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이에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더이상 보고 있을 수 없다는 듯 비슷한 시기에 TV를 겨냥한 두 권의 책 <스타메이커>와 <나는 TV에서 …>가 나왔다.
TV방송을 만들었던 전적이 있는 두 저자는 그 안에서 숨죽였던 비판의 목소리를 한 발자국 밖으로 나와서야 제대로 내고 있다.
TV의
이면을 보여주는 다른 두 시선
<스타메이커>의 저자 임종태는 KBS 5.18 20주년 특집 <광주항쟁 그후 20년> 등을 제작한 다큐멘터리스트이다.
저자는 고대 로마 네미 숲의 사제살인 카니발을 오늘날 최고시청율을 위해 스타를 죽이고 살리는 방송매커니즘에 비유하며 TV의 권력과 자본에
대한 욕망을 지적하고 있다. 그는 TTL의 임은경 신드롬, ‘태조 왕건’, ‘개그 콘서트’, ‘MBC뉴스데스크’의 김주하 앵커를 통해 TV의
어둠을 읽어내고 ‘김중배 사장에게 말한다’, ‘안티조선과 지식인의 화두’를 통해 방송의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나는 TV에서 …>는 ‘우정의 무대’,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연출했던 주철환이 교수로 자리를 옮긴 후 내는 여섯 번째 책이다.
TV를 사랑하는 그인 만큼 드라마 ‘푸른 안개’, 다큐 ‘영상기록 병원 24시’, 어린이 프로 ‘방귀대장 뿡뿡이’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칭찬하고
‘가을 동화’, ‘인간극장-그 여자 하리수’에서는 문제점들을 날카롭게 짚어낸다. 객관적인 자료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바탕으로 방송의 헛점을
지적하고 있으나 시청자들이 보지 못하는 그 이면을 보여주기에는 손색이 없다.
<스타메이커>가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TV방송의 매커니즘을 고발하고 있는 책이라면 <나는 TV에서 …>는 자신을
TV중독자라고 칭하는 주철환이 TV에 대해 애정어린 비판을 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두 권의 책은 TV의 숨겨진 이면을 통해 세상 읽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그 이면을 읽는 시각에서는 약간의 차이점을 보인다.
공통적으로 다룬 ‘도올의 논어이야기’에서 이들의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주철환은 ‘도올의 논어이야기’를 오락 프로그램에 빗대고 있으나
프로근성을 가진 도올과 콘서트같은 그의 강연에서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얻었다는 것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반면 <스타메이커>의
임용태는 ‘도올의 논어이야기’가 교양강좌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이 프로가 EBS <노자와 21세기>의 성공과
특이한 도올의 학문적 경험을 배경으로 성장했다고 지적하며 그의 섣부른 학문가로지르기를 비판하고 있다.
비판과
함께 그에 대한 제언도 충실해
시중에 TV에 관한 비평서들은 많다. 그럼에도 이 두 권의 책이 의미있는 까닭은 TV에서 활동하던 제작자들이 저자라는 점이다. 그래서 이들은
무조건적인 비판보다는 TV의 숨은 이면을 지적하고 방송 발전을 위한 제언을 하고 있다. 또한 TV의 인물과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태도를 읽어내는 또 다른 TV보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TV를 바보상자나 아니면 마술상자로 생각해왔던 사람들이라면 <스타메이커와>와
<나는 TV에서 … >를 읽음으로써 TV를 보는 깊은 안목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혜선 기자 <www.sisa-news.com>